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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거부할 수 없는 고백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하마베 미나미

중앙일보

입력

하마베 미나미 / 사진=라희찬(STUDIO 706)

하마베 미나미 / 사진=라희찬(STUDIO 706)

 [매거진M] 세상 가장 기이하고도 설레는 사랑 고백.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원제 君の膵臓をたべたい, 10월 25일 개봉, 츠키카와 쇼 감독)는 불치병을 앓는 소녀 사쿠라(하마베 미나미)와 외톨이 소년 ‘나’(키타무라 타쿠미)가 그리는 풋풋한 감성의 학원 연애물이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다”는 황당한 고백이 영화 후반부에 이르러 뭉클한 감동으로 되돌아온다. 일본의 라이징 스타 하마베 미나미(17)와 ‘너와 100번째 사랑’(5월 25일 개봉) ‘쿠로사키군의 말대로는 되지 않아(2016)’ 등을 만든 청춘 로맨스 제조기 츠키카와 쇼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하마베 미나미 & 츠키카와 쇼 감독 인터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츠키카와 쇼 감독 & 하마베 미나미 / 사진=라희찬(STUDIO 706)

츠키카와 쇼 감독 & 하마베 미나미 / 사진=라희찬(STUDIO 706)

━개봉을 앞두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는데요.
하마베 “예전부터 영화제에 참석하고, 팬들과 만나는 일을 동경해 왔어요. 부산국제영화제가 제 첫 영화제, 첫 야외무대 인사 자리였기 때문에 무척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영화 제목이 상당히 독특해요. 같은 제목의 소설이 원작이라고요.
츠키카와 감독 “소설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저 역시 흠칫 놀랐어요. ‘뭐 이런 소설이 있나’ 하면서 책을 열었죠.”
하마베 “제목 때문인지 무척 긴장한 상태로 책장을 넘기게 하는 매력이 있더라고요(웃음).”

━첫 주연작이라면 보다 아름답고 그럴듯한 제목의 영화를 기대했을 거 같은데요.
하마베 “하하하. 맞아요. 확실히 꿈에 그려 온 제목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마음에 들어요.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제목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본 특유의 에둘러 이야기하는 표현법, 그 현대판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가 아닐까 싶어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말이 영화에서도 몇 차례 등장하는데, 후반부에 가서는 굉장히 로맨틱하게 들리더라고요.
츠키카와 감독 “일본 문학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가 절대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가령 ‘I love you’라는 감정을 전달하고 싶어도 전혀 다른 방식의 문장으로 표현하는 거죠. 일본 특유의 에둘러 이야기하는 표현법, 그 현대판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가 아닐까 싶어요.”

━다른 부위도 아니고 왜 췌장이었을까요.
하마베 “원작자인 스미노 요루 작가님이 말하길, 소설을 쓰기 전 불쑥 떠올린 문장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였대요. 이렇게 낯선 문장으로도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 눈물을 쏟게 하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궁금했다더라고요.”

━원작의 어떤 점에 끌렸나요?
츠키카와 감독 “‘하루의 가치는 누구에게나 똑같다’라는 메시지가 무척 선명하게 와닿았고, 예측 못할 결말의 구조를 가진 것도 특별했어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불치병을 앓는 사쿠라를 연기하는 건 어땠나요.
하마베 “사쿠라는 죽을병에 걸렸지만, 무지 밝은 소녀예요. 슬퍼하기보다 자신의 하루하루를 재밌고 즐겁게 살아가려고 하거든요. 마치 병에 걸리기 이전의 평범한 일상처럼요. 사실 걱정이 많았어요. 제 성격이 사쿠라와 정반대거든요. 사쿠라는 주인공 소년 ‘나’에게 먼저 다가서고, 둘의 관계를 이끌어가는 적극적인 아이인데, 전 안 그래요. 오히려 소년과 비슷하죠. 남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사쿠라와 소년이 대화를 나누는 모든 장면이 저한테 얼마나 어려웠는지 몰라요.”

━귀엽고 풋풋한 매력을 맘껏 드러내 보이던데, 다소 과장되고 간지러운 표현이 많아서 힘들었을 것 같기도 해요.
하마베 “소설과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사쿠라가 활짝 핀 해바라기 같다고 느꼈어요. 그런 사랑스러움을 영화에서도 보여 주고 싶었어요. 스스로 말하긴 민망하지만, 영화를 보며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스크린에 매우 씩씩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소녀가 보였거든요.”

━츠키카와 감독이 현장에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뭐였나요?
하마베 “(장난스러운 얼굴로)한 번만 다시 해볼까(일동 웃음)?”
츠키카와 감독 “사쿠라는 밝게 행동하지만 사실 아픔을 숨기고 있잖아요. 그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사실 굉장히 어렵거든요. 불만이 있어서 여러 번 시킨 건 아니었어요. 여러 가지 다양하게 찍어 둔 다음 최선을 고른 거죠(웃음).”

츠키카와 쇼 감독 / 사진=라희찬(STUDIO 706)

츠키카와 쇼 감독 / 사진=라희찬(STUDIO 706)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이 영화 곳곳에 보이더라고요. 행복해 보이지만 뭔가 슬픈.
츠키카와 감독 “두 사람의 감정은 연애도, 단순한 우정도 아니에요. 그 둘의 거리감을 어떻게 보여 줄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가장 어려웠어요. 사쿠라가 있는 병실에 소년이 늦은 밤 찾아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 대목에서 사쿠라가 이렇게 물어요. ‘내가 살기를 바라니?’ 그럼 소년이 답해요. ‘무지….’ 두 사람의 감정이 가장 적절히 드러난 순간 같아 아끼는 장면이에요.”

━원작과 달리 성인의 시점에서 출발해, 10대 시절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영화가 흘러가는데요.
츠키카와 감독 “소설의 모든 내용을 2시간 분량으로 옮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그래서 12년 후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단편적으로 과거의 중요한 순간들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꾸렸죠. 원작에는 없는, 사쿠라 사후의 일을 그리고 싶은 욕심도 있었어요. 어쨌든 남은 사람의 인생은 계속되는 거니까. 그들의 여생에 사쿠라와 함께했던 기억이 남아있고,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에서 더 큰 감동이 올 거라고 믿었어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영화의 배경이 무척 로맨틱하던데, 어떤 장소들이었나요.
츠키카와 감독 “두 사람이 여행가서 함께 합장을 올리던 곳은 후쿠오카 다자이후에 있는 절이에요. 소설에도 같은 절이 등장하죠. 두 사람이 데이트하면서 먹는 음식도 소설에서 많이 가져왔어요.”
하마베 “곱창 구이가 정말 맛있었는데(웃음).”

━사쿠라와 소년의 아지트가 되는 도서관의 분위기도 인상적이던데요.
츠키카와 감독 “오래됐지만, 낡지는 않은 공간. 그리움의 정서, 따뜻함이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햇빛이 많이 드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큰 창문이 있는 공간을 섭외하고 책 3만 권을 공수해 도서관으로 꾸몄어요.”
하마베 “가장 좋아하던 공간이에요. 책 냄새하며, 분위기하며(웃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하마베는 어떤 배우로 성장하게 될까요.
츠키카와 감독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물은 적이 있는데, ‘가능하면 오래도록 배우를 하고 싶다’더라고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영향으로 자꾸 가냘프고, 병약한 캐릭터를 맡을까봐 걱정도 돼요. 청초하고 아름다운 역할만 해 왔는데, 좋은 배우가 되려면 여러 역할을 경험해 봐야 하거든요. 다시 한 번 하마베와 함께할 기회가 있다면 조금은 엉뚱하고 바보 같은 역할을 맡겨 보고 싶어요.”
하마베 “다음 작품이 ‘아인’(모토히로 카즈유키 감독)이라고 동명 만화를 실사화한 영화인데, 거기서도 병에 걸린 소녀를 연기했어요. 기회가 되면 남들의 보살핌에 익숙한 캐릭터 말고, 남을 지켜 주는 역할을 연기해 보고 싶어요. 기꺼이 응원해 주고 싶은 멋진 여성이 되고 싶거든요.”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사진=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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