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을 건데 대충 먹지 뭐.”
혼자 먹는 밥.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혼밥' 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간편식이나 즉석식품으로 일관하는 혼밥은 편하긴 하지만 건강에 위협이 되는 게 사실이죠. 한 끼를 먹어도 맛있고 건강하게, 그리고 초라하지 않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이름하여 ‘혼밥의 정석’입니다. 조리법은 간단한데 맛도 모양새도 모두 그럴듯한 1인분 요리입니다.
이번에는 나만의 작은 사치를 즐길 수 있는 디저트 메뉴입니다. 맛도 좋고 모양도 그럴듯해 혼자 차 한 잔 즐기고 싶을 때 추천할만한 ‘애플 크럼블’입니다.
반죽 없는 사과 파이 애플크럼블
추석이 지나면 어김없이 냉장고에 쌓이는 것이 있다. 이집저집 다니면서 꼭 손에 들려오는 사과다. 맛있는 사과야 마다할 일 없겠지만 가끔 운 없게도 맛없는 사과를 만날 때도 있다. 오늘은 이런 처치 곤란 사과를 활용한 디저트를 제안한다. 무르고 맛없는 사과도 버터를 만나면 어마어마한 맛의 디저트가 된다. 바로 애플크럼블이다.
흔히 사과로 만드는 디저트라고 하면 사과 파이(애플파이)를 떠올리지만 애플크럼블은 그보다 훨씬 쉽다. 파이를 위한 밀가루 반죽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크럼블(crumble)은 ‘부스러기’라는 의미다. 즉 반죽의 형태를 만들 필요 없이 떠먹는 형태의 디저트다. 그래서 초보자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
쉽다고 해서 맛도 대충 '쉬운' 것은 아니다. 달짝지근하게 양념해 촉촉하게 구워진 사과 위에 버터와 밀가루가 뒤섞인 고소한 크럼블(부스러기)이 잔뜩 올라가 있어 맛은 물론 풍미가 대단하다.
특히 애플크럼블은 아이스크림과 함께하면 매력이 배가 된다. 팬에 뜨겁게 구워 따끈한 애플크럼블 위에 차가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 올려 먹는다. 이렇게 뜨거운 파이류에 아이스크림을 얹어 내는 후식을 ‘알 라 모드(a la mode)’라고 한다. 뜨거운 파이와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입 속에서 뒤 섞이며 사르르 녹아 환상적인 조화를 만들어낸다.
[recipe] 애플크럼블(3~4인분, 재료 양 절반으로 하면 1~2인분)
사과 450g(중간크기 4개), 중력분 300g, 갈색설탕 225g, 버터 200g, 밀가루 1큰술, 시나몬파우더 1/2 작은술, 슈거 파우더(장식용) 적당량.
요리를 시작 하기 전 오븐을 미리 180도로 예열해둔다.
사과를 손질한다. 사과는 중간 크기 4개를 준비하면 4인분이 된다. 1인분만 하고 싶다면 사과 1개로 충분하다. 사과는 껍질을 벗기고 주사위 형태로 자른다.
제철 사과로 만드는 애플크럼블 #뜨겁게 구워 차가운 아이스크림 올리면 별미
사과를 자른 뒤 바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설탕물에 담가두어 갈변을 방지한다.
크럼블을 만든다. 버터 200g을 준비한다. 버터는 실온에 두어 말랑말랑해진 상태로 사용한다.
큰 볼에 버터를 담고 밀가루 중력분 300g을 넣는다. 갈색설탕 175g을 더해 고루 섞는다. 파이나 쿠키 등 풍미가 짙은 디저트를 만들 때 설탕은 주로 갈색설탕을 사용한다. 깔끔한 맛의 백설탕과 달리 갈색설탕은 특유의 짙은 풍미가 있고 수분 함유량이 높아 덩어리지는 성향이 있다. 크럼블을 만들기에 적합하다.
설탕과 밀가루 섞은 것에 실온에 녹인 버터를 넣고 손으로 주물러 크럼블을 만들어준다. 손의 열에 의해 크럼블 반죽이 어느 정도 뭉쳐지면 완성이다.
사과에 달콤한 양념을 해 사과 필링(filling·파이 등 음식의 소)을 만든다. 작게 잘라 설탕물에 담가둔 사과를 체에 걸러 물기를 제거한다. 볼에 물기를 제거한 사과와 갈색설탕 50g, 시나몬 파우더(계피 가루)를 1/2 작은 술 넣어 풍미를 살린다. 사과와 설탕, 시나몬 파우더를 고루 섞어 준비한다.
적당한 크기의 베이킹 팬을 준비한다. 오븐에 넣을 수 있는 무쇠팬도 괜찮다. 양을 줄여 1~2인분으로 굽고 싶다면 모든 재료의 분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작은 팬에 구우면 된다.
베이킹 팬에 버터를 고루 바른 뒤 만들어둔 사과 필링을 깐다. 그 위에 반죽처럼 뭉쳐진 크럼블을 손으로 뚝뚝 떼어 덮어준다. 지나치게 매끈할 필요가 없다. 크럼블 반죽을 마구 던져 놓은 것처럼 올려야 구웠을 때 한층 먹음직 스럽다.
예열한 180도의 오븐에서 40~45분간 구워준다. 오븐이 없거나 혼자 디저트 해먹자고 오븐까지 쓰고 싶지 않다면 사실 대안이 있다. 프라이팬에 사과와 크럼블을 각각 따로 구운 후 나중에 합하는 거다. 이러면 시간이 15분 내외로 단축된다.
다 구워진 애플크럼블을 꺼내 슈거 파우더를 뿌린다. 없다면 굳이 뿌리지 않아도 된다. 마치 흰 눈이 내린 것처럼 연출할 수 있어 한층 먹음직스럽다. 슈거 파우더를 넉넉히 뿌린 뒤 초록색 타임 잎으로 장식하면 파티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애플크럼블은 뜨거울 때 수저로 떠 작은 접시에 담아 서빙한다. 이때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 올려 내면 한층 맛있는 애플크럼블을 즐길 수 있다.
“좀 더 풍성한 맛의 애플크럼블을 즐기고 싶다면 피칸이나 호두, 아몬드와 같은 견과류를 더해도 좋아요. 말린 크랜베리도 잘 어울리죠. 사과 필링을 만들 때 말린 크랜베리를 넣어 함께 섞어 주세요. 견과류는 굵게 다져 크럼블 반죽을 사과 필링 위에 올릴 때 함께 뿌려주면 됩니다.”-GBB 키친 김병하 쉐프
글=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사진·동영상=송현호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