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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의 뚝심 통했나..프랑스 실업자 감소 20년래 최대

중앙일보

입력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AFP]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AFP]

 지난달 프랑스의 실업률이 1996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동개혁 등을 추진하느라 역대 대통령 중 지지율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인기 없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뚝심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노동부의 집계 결과 지난달 실업자 수가 6만4800명가량 감소했다. 총실업자 수는 347만5600명으로, 한 달 기준 실업률이 1.8%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1996년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이 같은 실업자 감소는 프랑스의 실업률을 7%까지 낮추겠다며 해고와 고용을 쉽게 하는 노동개혁과 친기업적 정책을 추진한 마크롱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기업의 신규 주문·생산·고용 등을 보여주는 구매관리자지수(PMI)도 관련 기관의 조사 결과 지난달 57.1에서 이번달 57.5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역대 최연소인 39세로 당선된 마크롱 대통령은 공공부문 일자리 축소, 법인세 인하와 함께 노조의 권한을 축소하는 노동법 개정 등에 매진해왔다. 반발이 확산하면서 그의 지지율은 같은 기간 역대 대통령 지지율 중 최저치인 32%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5일 방송 인터뷰에서 “실업률이 떨어지고 있다. 개혁의 완전한 효과를 2년 내 보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공무원 노조가 10년 만에 총파업 시위에 나선 직후였지만 그는 “이들 정책이 프랑스 국민에 대한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며 “노동 유연성을 확보함으로써 고용주들이 투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프랑스 툴루즈의 노동법 개정 반대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마크롱: 경제인연합회, 은행, 미디어의 후보’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 툴루즈의 노동법 개정 반대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마크롱: 경제인연합회, 은행, 미디어의 후보’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부자들을 위한 대통령이냐"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부유세 축소와 자본소득 누진세 폐지도 밀어붙였다. 관련 세제개편안이 24일 의회를 통과했다.
 좌파 성향인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은 1998년 분배 정책의 일환으로 130만 유로(17억원 상당)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개인에게 0.5~1.8% 세금을 물리는 연대세를 도입했다. 하지만 자산가들과 기업들이 세금을 피해 해외로 빠져나가자 마크롱 대통령은 경제 회생을 위해 연대세 개편을 공약했다. 이번 개편안은 부동산 보유분에만 연대세를 물리고 요트, 수퍼카 등을 제외하고 투자지분을 과세대상에서 뺐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임자들이 부자들에 세금을 물렸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은 모두 떠났버렸기 때문"이라며 "성공한 사람들을 질투해선 안되고, 기업들 없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마크롱 정부는 부자 감세 비판에 대해 중산층에 물리는 주택세를 100억 유로(약 13조원) 삭감하는 정책으로 대응하려 한다"고 전했다.

총파업 나선 프랑스 공무원들 [AFP=연합뉴스]

총파업 나선 프랑스 공무원들 [AFP=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낮은 지지율을 의식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지난주 인터뷰에서 “나는 그럭저럭 일을 해내거나 개혁이나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다"며 “나는 프랑스를 완전히 바꿔놓기 위해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대파들이 나를 ‘부자를 위한 대통령’이라고 부당하게 낙인찍지만 국민들 사이에 갈등을 조장할 뿐"이라며 “우리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프랑스를 보살피려 하고 있고, 나는 선거 때 공약했던 일을 이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개혁에 이어 청소년 직업교육 개혁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기술 분야로 진출하려는 중ㆍ고교생이 졸업 전 받는 직업훈련에 민간 기업을 대폭 참여시켜 실업률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독일의 낮은 청년실업률이 잘 갖춰진 직업교육과 실습프로그램 덕분이라는 판단에서다. 폴리티코는 “프랑스의 DNA를 스타트업처럼 바꾸겠다"는 마크롱의 의도라고 풀이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6월 파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6월 파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2일 프랑스 노동총동맹(CGT), 중소기업연합회(CPME) 등 주요 노조 및 사용자 단체 대표들과 릴레이 회동을 하고 실업보금 수혜범위를 자영업자와 퇴직자들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협조도 요청했다. 개혁안으로 인해 기존 노동자들의 혜택이 줄고 부담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다.

프랑스 9월 실업자 1.8%p 감소 #구매관리자지수(PMI)도 계속 상승 중 #대통령 지지율 32%로 역대 최저치 기록해도 #마크롱, 해고와 고용 쉽게 하는 노동개혁 매진 #"실업률 떨어지고 있다. 2년 내 개혁 효과 보게될 것" #쉬운 고용과 해고, 부유세 축소도 추진 #'부자 위한 대통령' 비판에 "기업 없이 일자리 없다" #청소년 직업교육 개혁과 실업보험 개혁 착수 #"난 프랑스를 완전히 바꿔놓으려 이 자리에 있다"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이라는 ‘30년 프랑스 병’을 극복하려는 마크롱의 의도적인 마이 웨이가 성과를 낼 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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