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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CEO] 화물차계의 우버, 포커로 수십억 딴 프로 갬블러가 창업에 뛰어든 이유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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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할 때, 무거운 짐을 옮길 때 우리는 용달차를 이용한다. 중국도 그렇다. 대신 전화로 부르지 않는다. 중국인들이 이동할 때 디디추싱(滴滴出行)을 이용하듯 짐을 옮길 때는 훠라라(货拉拉), 영어로는 라라무브(Lalamove)라고 하는 '화물차계의 우버'를 자주 이용한다.

오늘은 라라무브의 창립자이자 CEO, 그 전에 천재 갬블러로 유명세를 떨쳤던 저우성푸(周胜馥, Shing)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라라무브(훠라라) 창립자 저우성푸. [사진 선전신원왕]

라라무브(훠라라) 창립자 저우성푸. [사진 선전신원왕]

중국 본토에서 태어나 홍콩에서 자란 저우성푸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에서 3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는 전형적인 '엄친아'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경력은 마카오에서의 프로 갬블러 생활이다. 그는 2002년부터 7년간 포커 게임의 한 종류인 텍사스 홀덤을 쳤다.

나는 텍사스 홀덤만 칩니다.바카라처럼 순전히 운에 맡기는 게임과는 달리 고도의 스킬과 계산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마카오에서 8년간 프로 갬블러로 활동한 저우성푸. [사진 치쉰왕]

마카오에서 8년간 프로 갬블러로 활동한 저우성푸. [사진 치쉰왕]

저우성푸는 프로 갬블러로 활동한 7년 동안 카지노에서 살다시피 했다. 처음 4년간은 한 달에 100만 원도 채 벌지 못했다. 컨설턴트로 근무할 때 모은 저축금만 축내는 생활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결국 3000만 홍콩달러를 따냈다. 우리 돈으로 43억 원이 넘는 액수다. 그의 끈기과 인내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13년 홍콩으로 돌아온 저우성푸는 포커로 딴 3000만 홍콩달러로 라라무브의 전신 이지밴(EasyVan)을 세웠다. 화주와 화물차를 이어주는 화물운송 O2O 서비스다.

창조하는 힘이 없다는 게 제가 카지노를 떠난 이유였습니다.이지밴 설립은 또 다른 도전이자 도박이었죠.

저우성푸는 사전 시장조사를 통해 중국 전역에 1000만 대의 중소형 화물차가 있으며 이중 10%가 단거리 운송을 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화물차 1대당 매일 2건만 일을 받아도 하루 주문량이 200만건이나 되는 것.

바로 이 많은 시간 '놀고 있는' 화물차, 승합차들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되게 하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우버나 디디추싱이 '놀고 있는' 택시, 자가용을 승객에게 연결시켜주는 것과 매우 유사한 공유경제 사업 모델이다.
그러나 초기에는 투자 유치에 엄청난 애를 먹었다. 투자자들은 홍콩에 적을 둔 회사, 그것도 홍콩 사람이 대륙에서 사업하는 회사에는 투자를 꺼려했다. 이런 회사가 대박을 터뜨린 선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끈질긴 사업 설명과 설득으로 2015년 1월 1000만 달러(113억 원)를 유치하며 첫 펀딩에 성공했다.

최근인 지난 10월 11일만 해도 시리즈 C 펀딩에 성공, 1억 달러(1132억 원)를 조달했다. 라라무브 역대 유치액 중 최고 액수다. 레이쥔(雷军) 샤오미 회장이 이끄는 순웨이 캐피털(顺为资本)이 투자를 주도하고 이 밖에 샹허 캐피털(襄禾资本), 마인드웍스 벤처스(MindWorks Ventures)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이로써 라라무브가 지금까지 유치한 투자액은 총 1억 6000만 달러(1811억 원)에 육박한다.

투자자들이 라라무브에 투자하는 이유는 뭘까. 샹허 캐피털은 <1> 수조 위안대에 달하는 광활한 화물운송 시장 <2> 라라무브가 이미 여러 도시에서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점 <3> 라라무브 임직원의 탁월한 능력을 꼽았다.

라라무브 트럭. [사진 www.cyzone.cn]

라라무브 트럭. [사진 www.cyzone.cn]

라라무브는 2014년부터 중국 본토와 동남아 지역(대만, 싱가포르, 태국 등)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중국 본토의 경우 저우성푸가 연초 "올해 말까지 중국 100개 도시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는데 이미 지난 7월 이 목표를 조기 달성한 상태다.

게다가 올 들어 O2O 주문건수가 매달 30% 이상씩 늘고 있다. 현재까지 라라무브 플랫폼에 등록한 화물차 기사 수만 200만 명, 전체 가입자 수는 1500만 명에 육박한다. 이에 힘입어 이익을 내고 있는 도시 수가 연초 5곳에서 30여 곳으로 늘었다.

동남아의 경우 이번달(10월)엔 베트남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기존에 진출한 나라 중에서는 태국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라라무브는 지난해 5월 세계 3대 메신저 라인(LINE)과 파트너십을 맺고 태국 현지 배달 O2O 서비스 라인맨(LINE MAN)의 파트너사로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라인맨은 출시 1년 만에 월간 이용자 50만 명을 돌파하며 태국에서 배달 서비스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덕에 라라무브 태국 지사에선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상태다.

아리야 바노미옹 라인 태국 법인장(좌)과 심부름 서비스 라인맨 복장을 한 모델. 라인맨은 출시 1년 만에 월간 이용자 50만 명을 돌파하며 태국에서 배달 서비스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라라무브는 파트너사로 협력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아리야 바노미옹 라인 태국 법인장(좌)과 심부름 서비스 라인맨 복장을 한 모델. 라인맨은 출시 1년 만에 월간 이용자 50만 명을 돌파하며 태국에서 배달 서비스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라라무브는 파트너사로 협력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중국을 넘어 아시아 화물운송 시장을 종횡무진 중인 라라무브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일단 라라무브가 다른 화물 운송 어플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기사가 받는 돈에서 수수료를 떼어가는 게 아니라 매달 '회원비'를 받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방식은 동종 업계에서 라라무브가 유일하다.

한편 라라무브는 주식시장 상장도 고려 중이다. 저우성푸는 "미국의 모 투자은행(IB)이 접촉을 해왔다"고 밝히며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을 밝혔다.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앞으로 3~5년 안에 IPO를 마칠 예정이다.

차이나랩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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