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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 투입해 북한 탄도미사일 탐지…지난해 훈련에서 성능 시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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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군이 북한 탄도미사일 방어에 무인항공기(Unmanned Aircraft Systemㆍ무인기)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미국 방산업체 관계자가 밝혔다. 제너럴 아토믹스(General AtomicsㆍGA)의 조셉 송(한국명 송지섭) 부사장은 “미사일방어에도 무인기를 동원할 계획”이라며 GA가 미국 정부와 함께 진행 중인 무인기 개발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지난 18일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에서 중앙일보와 만난 송 부사장은 “GA가 7~8년 전부터 미국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MDA)과 무인기를 이용한 탄도미사일 탐지·요격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무인기로 상승단계의 적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하는 기술은 거의 완성단계”라고 말했다. GA가 밝힌 기술이 완성되면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 무인기로 신속하게 탐지할 수 있어 방어능력이 높아 질 것으로 보인다.

2016년 훈련에서 탄도 미사일 탐지 시험을 했던 Predator B 무인 항공기 [사진 미 국방부]

2016년 훈련에서 탄도 미사일 탐지 시험을 했던 Predator B 무인 항공기 [사진 미 국방부]

탄도미사일은 발사 후 대기권 진입까지의 상승단계는 속도가 빠르지 않아 탐지ㆍ추적이 쉽고 요격이 용이하다. 그러나 탄도미사일 발사 초기인 상승단계는 1분 이내로 금세 끝난다. 이후 중간ㆍ종말단계와 비교하면 대응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지만 한반도와 같이 좁은 지역에선 탄도미사일의 사전 탐지가 대단히 중요하다. 따라서 무인기를 투입하면 탄도미사일에 대한 짧은 대응시간을 더 연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무인정찰기로 24시간 탄도미사일 발사장의 주변지역을 높은 고도에서 감시하다 발사 순간을 포착할 수 있어서다.

송 부사장은 “무인기로 상승단계의 탄도미사일을 추적하면 요격이 훨씬 유리해진다”고 했다. 무인기가 포착한 탄도미사일의 비행정보를 곧바로 요격시스템에 전달할 수 있어서다. 이런 점에서 탄도미사일 발사를 탐지할 수 있는 무인 항공기를 한반도 주변에 배치할 경우 북한이 쏜 미사일 정보를 주한 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통제소로 실시간으로 보낼 수 있다. 탄도미사일 발사를 사전 탐지해 대응 시간이 늘어나면 요격 확률을 그만큼 높일 수 있다.

송 부사장은 무인항공기에 의한 탄도미사일 탐지에 관한 시험비행 영상은 공개했지만 구체적인 정보는 밝히지 않았다. 탐지거리에 대해선 “아주 멀리(수백㎞) 볼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개발 및 전력화 일정도 “가까운 시일 안에 실전 배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공군 15정찰대의 장교가 이라크에 있는 무인정찰기 프레데터(Predator)를 조종하고 있다. 공격장비를 갖춘 개량형 프레데터에 의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수행되는 무인 폭격도 네바다주의 기지에서 원격조종으로 이뤄진다. [사진 중앙포토]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공군 15정찰대의 장교가 이라크에 있는 무인정찰기 프레데터(Predator)를 조종하고 있다. 공격장비를 갖춘 개량형 프레데터에 의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수행되는 무인 폭격도 네바다주의 기지에서 원격조종으로 이뤄진다. [사진 중앙포토]

탄도미사일을 감시하는 GA의 무인기는 지난해 6월에 이미 성능시험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하와이에서 한ㆍ미ㆍ일 해군이 참가한 미사일 경보훈련인 퍼시픽 드래곤(Pacific Dragon)에서 시험을 했다고 한다. 퍼시픽 드래곤은 모의 북한 탄도미사일을 추적하면서 3국 해군이 정보를 공유하는 훈련이다.

이 훈련에 사용된 프리데터(Predator) B 무인기는 GA가 생산했다. 미 방산업체 레이시온이 제조한 멀티스팩트럼 목표 지시 시스템(Multi-spectral Targeting Systems-B: MTS-B)과 전자광학 적외선 장비(EO/IR)를 탑재해 주ㆍ야간과 악천후에서도 탄도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다. 프레데터 B 무인기의 최신 기종은 최대 42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다. 이 무인기는 C-130 수송기에도 탑재해 언제라도 작전에 즉각 투입할 수 있다.

미사일방어국(MDA)이 미국의 다층 미사일방어(MD)망을 설명한 개념도. 제일 왼쪽의 상승단계(Boost)엔 무인기가 요격을 담당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사진 MDA 사이트 캡처]

미사일방어국(MDA)이 미국의 다층 미사일방어(MD)망을 설명한 개념도. 제일 왼쪽의 상승단계(Boost)엔 무인기가 요격을 담당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사진 MDA 사이트 캡처]

미국 MDA는 아예 무인기에다 고출력 레이저(HEL)를 탑재해 탐지·추적과 요격기능을 모두 갖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탄도미사일 정보를 후방에 위치한 요격미사일에 보낼 뿐 아니라 보고한 뒤 곧바로 요격한다는 개념이다. 발사된 탄도미사일이 본격적인 궤도에 상승하기 전에 공중에서 파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탄도미사일을 감시하는 무인기는 개발이 완료단계에 있지만 이미 한반도에 배치된 무인공격기도 있다. 미군은 올해 초 GA의 MQ-1C 그레이 이글(Gray Eagle) 12대를 전북 군산의 미 제2보병사단 1전투항공여단에 배치했다. 그레이 이글은 미군의 중고도 무인기 MQ-1 프레데터를 개량한 ▶길이 8m ▶날개 폭 17m ▶높이 2.1m ▶최대 이륙중량 1.633t 수준의 무인공격기다. 그레이 이글은 165마력의 디젤엔진을 달고 ▶시속 280㎞의 속도로 30시간을 비행하며 ▶고도 7.6㎞에서 400㎞의 작전구역을 감시 및 정보 수집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

군산 공군기지에 배치된 미국의 그레이이글(Gray Eagle) 드론.[사진 중앙포토]

군산 공군기지에 배치된 미국의 그레이이글(Gray Eagle) 드론.[사진 중앙포토]

그레이 이글은 정찰뿐만 아니라 미사일 공격능력까지 갖춰 유사시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에도 활용할 수 있다. 3세대 공대지 대전차 미사일인 헬파이어(Hellfire) 4발 또는 유도폭탄 바이퍼 스트라이커(Viper Strike) 4발을 장착할 수 있다. 헬파이어는 표적을 지정한 뒤 발사하면 표적을 자동으로 추적해 파괴하는 발사후 고착(Fire & Forget) 미사일로 사거리는 8㎞다. 무게 20㎏인 바이퍼 스트라이커 유도폭탄은 GPS로 유도되며 정확도는 1m 이내다. 이 미사일은 작지만 고속으로 이동 중인 자동차까지도 정확하게 파괴할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사용됐다.

그레이 이글은 자동 이착륙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일반적으로 무인기는 착륙할 때 사고가 많은데 그레이 이글은 이런 우려가 없다. 미군 관계자는 “무인기에 탑재된 카메라가 전송하는 영상만 보고 조종하다 보니 사고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동 이착륙 기능을 적용한 뒤에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레이 이글에는 결빙 환경을 극복하는 기술도 적용돼 어떤 조건에서도 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

무인기 개발은 1990년대 시작됐지만 2000년대 들어와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GA 제공]

무인기 개발은 1990년대 시작됐지만 2000년대 들어와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GA 제공]

GA는 무인공격기 탄생에 숨겨진 사연도 갖고 있다. 2000년 4월 GA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와 함께 이 회사의 무인기 프레데터(MQ-1)에 무장을 장착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별 쓸모가 없어 보였던 이 연구는 몇 달 후 세상을 뒤바꿨다. 그해 9월 11일 ‘9ㆍ11 테러’가 벌어진 뒤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은 GA의 무인기를 테러와의 전쟁에서 선봉에 내세웠다. 테러가 발생하고 한 달이 지난 뒤 GA의 무인기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첫 실전을 치렀다. 그래서 GA 관계자들이 GA가 걸어온 길이 곧 미 군용 무인항공기 역사라고 자부하고 있다. 송 부사장은 “GA는 지금까지 8개국에 800대 이상의 드론(무인기)를 판매했다”며 “무인기 시장에서 선두 주자”라고 강조했다.

정찰기를 공격기로 임무를 확장한 경험을 살려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된 무인기는 민간 영역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송 부사장은 “GA는 군용뿐만 아니라 민수용 시장에도 관심이 많다”며 “지난 18일 일어난 캘리포니아 산불 진화작업에 GA 무인기 2대가 투입됐다”고 소개했다. 산불 지역의 온도를 영상으로 측정하고 산불 진행 방향을 분석해 소방대에 전달하는 역할도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ADEX 2017'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개막식에서 참석자들과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ADEX 2017'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개막식에서 참석자들과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GA의 무인기 개발에는 한국 업체도 참여할 전망이다. 국내 방산업체인 휴니드 테크놀러지스는 GA와 기술협력을 통해 무인기 분야의 핵심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특히 무선중계 데이터링크, 무인기 지상관제 제어체계 등 무인기 주요 구성품의 한국 내 생산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협의했다고 휴니드 측은 전했다. 양사는 지난 18일 공동 기술개발ㆍ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지난주 개최된 ‘서울 ADEX 2017’ 기간에 이뤄진 합의다.

ADEX 기간에는 이밖에도 다양한 항공기술 협력이 이뤄졌다. 첨단 복합소재 전문 기업인 한국카본과 이스라엘 IAI(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는 17일 합작회사 설립에 합의했다. 합작회사 KAT(Korea Aviation Technologies)는 앞으로 민간분야 수직이착륙 유ㆍ무인항공기를 개발하고 생산할 계획이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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