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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여서 사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중앙일보

입력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매거진M] 아프가니스탄에서 형사과장으로 일하는 소라야(레나 알람)는 여성이다. 남편과 시아버지는 소라야의 사회생활을 반대하기 일쑤. 설상가상 소라야에 의해 명예살인을 제지당한 마을 원로는 그를 눈엣가시로 여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못마땅해하는 이들에 의해 함정에 빠진 소라야는 사고로 남편을 죽이게 되고, 사형 선고를 받는다. 남성 중심주의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었으나, 결국 남성들에 의해 좌절된 고된 현실. 소라야는 자신의 이야기를 긴 편지에 담아 대통령에게 보낸다.

[2017 BIFF]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로야 사다트 감독 인터뷰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로야 사다트 감독 / 사진=라희찬(STUDIO706)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로야 사다트 감독 / 사진=라희찬(STUDIO706)

자신의 첫 번째 장편영화로 부산을 찾은 로야 사다트(34) 감독은 “소라야의 모습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이어 “아프가니스탄은 현재 전통과 현대적 문화가 부딪치는 지점이 많다. 이런 현실에서 여성의 시선으로 여성 인권을 다루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실화는 아니지만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아프가니스탄의 열악한 여성 인권이 조금이나마 개선될 수 있을까. 사다트 감독은 “영화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고 답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이 남성을 폭행하는 건 상상할 수 없다. 그런데 영화에서 소라야가 남편의 뺨을 때리는 장면을 보고 많은 남성이 환호하고 좋아하더라. 현실에선 아직 힘들지만, 영화로는 조금씩 여성 인권을 알리고,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많지 않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 감독으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은 일. 아버지의 절대적 믿음이 있었지만 다른 남자 가족의 반대에 부딪혔던 사다트 감독은 자신의 꿈을 위해 포기할 수 없어, 혼자 틈틈이 단편영화를 만들며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2006년 우연히 BIFF 영화 교육 프로젝트인 ‘아시아영화아카데미’에 참여하면서 더 큰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사다트 감독은 “영화의 고향 같은 BIFF에 감독으로 초청을 받아 기쁘다. 앞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한 영화를 계속 만들 테니 기대해 달라”며 한국 관객들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했다.

아시아에서 여성 감독으로 사는 것은?

아프가니스탄은 여성 감독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굉장히 열악하다. 하지만 영화 제작에 대한 나의 열정은 누구보다 뜨겁고, 여성 감독으로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총칼 없는 투쟁을 하고 있지만 나의 영화가 많은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잘 헤쳐 나갈 것이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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