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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매년 350만~470만 명 개에게 물리고 20~30명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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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반려견에게 장난치는 아기 모습. [사진 유튜브 캡처]

반려견에게 장난치는 아기 모습. [사진 유튜브 캡처]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에서도 맹견에 의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매사추세츠주 로웰에서 7세 소년이 핏불테리어 두 마리가 있는 울타리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물려 숨진 것이다. 소년을 공격한 핏불 중 한 마리는 달아났다 붙잡혀 안락사됐고 다른 한 마리는 시 동물통제당국이 붙잡아 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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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엄마와 함께 길을 가던 네 살짜리 사내아이가 핏불 네 마리에게 공격당했다. 길가 집 마당에서 뛰쳐나온 개들은 엄마의 목·다리 등을 물어뜯은 후 아이를 채갔다. 출동한 경찰이 개들을 사살했지만 아이는 잔인하게 훼손돼 숨진 상태였다.

핏불테리어는 미국에서 벌어지는 ‘개물림 사고’에서 자주 등장하는 종이다. 불도그와 테리어를 교배해 만든 투견으로 평소엔 순하고 차분하지만 목표물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미국에서 개물림 사망 사고 집계 결과 핏불·로트와일러종이 전체의 67%를 차지했다. 이 밖에 불마스티프, 복서, 불테리어, 그레이트 데인, 세인트 버나드, 로디지안 리즈백, 불도그, 뉴펀들랜드 등도 ‘사고 유발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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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전체 1억2000만 가구 중 약 44%가 개와, 35%가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1993년부터 2008년까지 15년간 개물림으로 인한 입원사고는 83% 증가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에 따르면 매년 350만~470만 명이 개에게 물리고 이 중 20~30명은 사망에 이른다. 텍사스 사우스웨스턴 의대가 66~80년 사이 사망사고 74건을 심층 조사한 결과 23건이 돌이 채 되지 않은 유아에게 벌어졌다.

대부분 가족이 기르던 개에게 당했다.

전문가들은 인명사고 때 주목할 것은 개의 종(種)이라기보다 사고 장소와 사고 당시 개의 상태라고 지적한다. CDC가 79~98년 주요 사고 227건을 분석한 결과 ‘주인의 집 밖에서 통제되지 않은’ 개로 인한 사고는 1%도 되지 않았다. 절반이 넘는 133건(58%)이 ‘주인의 집 안에서 통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졌다. 55건(24%)은 집 안이지만 끈이 헐거웠고 38건(17%)은 집에서 통제된 상태임에도 발생했다.

따라서 반려동물을 키울 땐 본인이 해당 종에 대한 이해와 책임감을 갖고 철저한 관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3년 미국 수의학협회지 발표 연구에 따르면 이런 사건사고에서 가장 흔한 원인은 견제 가능한 사람의 부재, 피해자와 개의 친밀관계 부재, 중성화를 통해 호전성을 완화하지 않은 개의 문제, 개와 사람 간의 상호교류 능력 부재, 방치·고립된 개, 주인의 관리 미숙, 학대·방치된 전력 등이었다. 사고의 80%에서 이런 요인들이 네 가지 이상 결합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동물보호단체인 ASPCA는 ‘감독하지 않는 개와 어린이를 따로 내버려두지 말라’ ‘개가 자고 있거나 먹이를 먹거나 새끼를 돌보는 중에 훼방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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