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취업과 창업] 창업 강의 듣다 교수와 일냈다 … ‘치매 케어’ 바로 이거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아리아케어 직원이 할머니에게 태블릿PC를 이용한 인지능력 개선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아리아케어]

아리아케어 직원이 할머니에게 태블릿PC를 이용한 인지능력 개선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아리아케어]

지난해 여름, 세 젊은이가 중앙대 정문 앞 광장에서 캔 맥주를 들이켜고 있었다. 중앙대 재학생 김준영(25·경영학)·김주현(26·영문학)·인태근(24·국제물류학) 씨였다. 세 사람은 무일푼이지만 창업에 대한 열정만은 뜨거웠다. 김준영씨가 문득 말을 던졌다. “우리 마지막으로 교수님에게 창업 기획안을 건네볼까.”

중앙대생 셋 ‘아리아케어’ 도전기 #열정에 반해 교수도 “함께 해보자” #자취방 보증금까지 빼 투자금 마련 #요양보호사 양성해 치매 노인 연결 #인지력 개선 태블릿 프로그램 개발 #상반기 매출 5억원, 가맹점도 8개

고교 시절부터 창업을 꿈꾼 세 청년은 입학 후 학내 창업동아리 활동과 스타트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창업은 흉내만 내고 결국은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불과한 현실’이 아쉬웠다. 사업 기획안을 들고 경영학과 교수를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는 식의 대답에 좌절했다. 그때 윤형보(50) 겸임교수의 창업학 강의가 개설됐고, 세 청년은 한 강의실에서 만난 터였다. 윤 교수를 찾아가자는 제안은 강의 중 “아홉번 창업해서 네 번 망하고 다섯번 성공한 사람”이라는 말이 떠올라서였다.

사업 아이템은 ‘나만의 가구’를 만들 수 있는 DIY 가구 제조업이었다. 준영씨가 군대 복무 시절 머리 싸매고 고민한 아이디어였다. “어림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업체를 꾸리기까지 과정도 복잡한 데다 무엇보다 초기자본이 많이 든다는 게 흠이었다. 그러나 열정은 비싼 값에 팔렸다. 윤 교수는 “내가 도울 테니 한번 해보자. 나도 투자하겠다”며 흔쾌히 나섰다.

왼쪽부터 아리아케어를 창업한 김주현·인태근 팀 장과 김준영 대표. [사진 아리아케어]

왼쪽부터 아리아케어를 창업한 김주현·인태근 팀 장과 김준영 대표. [사진 아리아케어]

다시 아이템 선정에 들어갔다. ‘시대의 흐름을 타는 사업 아이템을 정하라.’ 윤 교수의 강의 중 단골로 나오는 모범 답안이다. 윤 교수는 “치매 노인들을 돕는 요양서비스를 해보는 건 어떨까”라며 먼저 아이템을 제안했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노인 인구의 증가로 실버산업은 확장일로에 있다. 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가진 이가 150만 명이고, 이중 실제 활동하는 사람이 30만 명이나 된다는 것도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제대로 된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센터는 많지 않았다. 처우가 좋지 않아 한 군데서 오래 일하는 요양보호사도 적었다.

아리아케어가 서비스 중인 인지능력 개선 프로그램. 방금 본 그림을 기억하는지 테스트한다. [사진 아리아케어]

아리아케어가 서비스 중인 인지능력 개선 프로그램. 방금 본 그림을 기억하는지 테스트한다. [사진 아리아케어]

세 사람은 이런 현실을 파고 들었다. 제대로 된 콘텐트를 갖춘 요양보호사를 양성해 치매를 앓는 노인,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요양 서비스는 각 가정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요양센터는 이들을 요양보호사를 교육할 작은 공간만 있으면 됐다. 회사 이름을 아리아케어로 정했다.

초기 자본금이 1억원 정도 필요했다. 윤 교수가 20%를 투자하고, 창업자인 세 청년도 200만원씩 투자해 각각 6% 지분을 확보했다. 나머지는 윤 교수가 엔젤투자자를 끌어모아 충당해 지난해 8월 창업에 나섰다. 대표를 맡은 김준영씨는 자취방 보증금을 뺐고, 인태근씨는 중국 교환학생으로 가기 위한 비용을 털었다. 셋 중 유일하게 올해 졸업한 김주현씨는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모두 쏟아부었다. 자취방에서 나온 김 대표와 인 씨는 경기 안양의 사무실 근처에서 함께 산다.

본격적인 사업은 길에서 시작됐다. 요양보호사를 모집하고, 치매 등 케어가 필요한 어르신들을 모집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안양점에 첫 아리아센터를 연 후에는 요양보호사와 함께 어르신들을 직접 돌보기도 했다.사무실은 16㎡ 규모의 센터만 있으면 가능했다.

아리아케어가 서비스 중인 인지능력 개선 프로그램. 방금 본 그림을 기억하는지 테스트한다. [사진 아리아케어]

아리아케어가 서비스 중인 인지능력 개선 프로그램. 방금 본 그림을 기억하는지 테스트한다. [사진 아리아케어]

프로그램은 색칠 공부, 색종이 접기 등 천편일률적인 것에서 벗어나 태블릿을 이용한 게임·퀴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췄다. 또 가톨릭의대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의 자문을 받아 인지능력 개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약을 쓰지 않고 치매를 예방하고 개선할 수 있는 스마트케어 프로그램을 갖추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창업한지 1년이 갓 넘었지만, 올해 상반기 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요양보호사를 통한 서비스 매출뿐만 아니라 복지용품 판매도 함께 늘었다. 사실상 상반기 매출을 견인했다.

또 가맹점이 8개로 늘어나며 이를 통한 매출도 늘었다. 가맹점주 중에는 지난 3월 카페 창업을 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들렀다 아리아케어의 장래성을 높이 사 창업한 20대 후반 여성도 있다. 김 대표는 “어르신을 잘 보살피면 돈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요양보호사와 어르신들이 아리아케어의 고객”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