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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스타강사가 신촌서 ‘월세 37만원’ 주거 사업 시작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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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진 티에스오비 대표가 서울 신촌에 지을 셰어하우스 가상도.[사진 여상진]

여상진 티에스오비 대표가 서울 신촌에 지을 셰어하우스 가상도.[사진 여상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수리 논술 강의를 하는 스타 강사인 여상진(46) 티에스오비(교육콘텐츠 및 학원운영법인) 대표가 신촌에서 1인당 월세 37만원 청년 원룸 사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보증금은 두 달 치 월세로 74만원. 보증금 1500만원에 월세 50만~60만 원대 주변 원룸 시세와 비교하면 ‘청년 1인 주거 사업’ 실험을 시작한 셈이다.

주변 원룸보다 절반 가격에 기숙사보다 싼 시세…이게 가능? #대학 진학 전 반지하 경험한 수백억대 자산 스타강사 #“시작은 작지만 영향력 있는 주거 문화 업그레이드”

 여 대표는 2007년부터 대치동에서 ‘여상진수리논술연구소’를 운영해왔다. 대입 수리 논술 문제를 예측하기 위해 이공계 석·박사 출신 10여 명과 한 달 이상 머리를 맞대며 최상위층에 맞춘 강의를 진행한다. 강남에서 ‘의대에 진학하려면 여 대표에게 강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소문이 날 정도로 인기를 여전히 끌고 있다. 현재 여 대표 자산은 수백억대로 알려져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여상진수리논술연구소[사진 다음로드뷰]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여상진수리논술연구소[사진 다음로드뷰]

 여상진 대표가 100%의 지분을 보유한 티에스오비는 지난 5월 골든브릿지자산운용 지분 12만3000주(6.15%)를 추가로 매입했다. 지난해 9월 골든브릿지금융그룹 지주회사인 골든브릿지로부터 골든브릿지자산운용 경영권 지분을 약 200억원에 인수해 지분율을 49.1%(98만200주)로 확보한 상태에서 55.25%(110만5000주)로 끌어올렸다.

지난 9월 1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중연합당 흙수저당 ‘청년월세 10만원 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청년 주거문제 해결 촉구 관련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1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중연합당 흙수저당 ‘청년월세 10만원 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청년 주거문제 해결 촉구 관련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여 대표가 대학가의 원룸 사업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뭘까. 그는 2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내 강의를 거쳐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만 수만 명이다. 하지만 대학에 가서 행복한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모습에 안타까웠다. 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 ‘왜 학교 땅에 외부 지원금 받아 지은 기숙사가 1인실에 월 69만원인가’를 대학 총장에게 묻는 공개편지가 나오기도 했다. 나도 대학 진학 전에는 반지하에 살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다. 내 자산을 마중물 삼아 대학생 주거 사업을 바꿀 수 있는 투자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여 대표가 인수한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은 셰어하우스 투자 상품인 ‘골든브릿지알레프하우스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 펀드를 오는 25일 설정할 예정이다. 모집금액은 30억원, 투자기간은 36개월이다. 의사와 금융사 임직원 등 10여 명에게 이미 완판됐다. 대부분 대학가 주변 고시원에서 지낸 경험이 있는 자수성가 자산가다. 펀드 설정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부와 직장인이 직접 운용사로 전화해 투자를 문의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상진 대표가 지난해 9월 인수한 골든브릿지자산운용. 서울 서대문구에 있다.[사진 다음로드뷰]

여상진 대표가 지난해 9월 인수한 골든브릿지자산운용. 서울 서대문구에 있다.[사진 다음로드뷰]

 이 펀드는 투자유한회사를 설립하고 임대공유주택을 지어 운영 수익으로 배당 재원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여 대표는 “자체 계산한 기대수익률은 연 6.50%, 외부 전문기관은 연 9.07%로 평가했다”며 “만기 후 건물을 매각할 경우 수익률은 연 20%대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여상진 대표가 온라인에서 대입수리논술을 강의하고 있다.[사진 여상진]

여상진 대표가 온라인에서 대입수리논술을 강의하고 있다.[사진 여상진]

 골든브릿지자산운영은 서울 신촌에 연면적 약 640㎡(약 200평), 지상 5층, 45실 규모 건물을 내년 7월 준공할 예정이다. 임대료는 최소 37만원. 가족이 아닌 입주자별로 침대와 책상 등은 개별 방으로 제공되고, 거실·주방·화장실·세탁실 공간은 함께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셰어하우스 주거 형태다.

 골든브릿지는 2호 셰어하우스 대상 용지로 고려대·경희대 인근을 물색하고 있다. 이후 작은 규모와 큰 규모로 서울시 대학가 전역에 연속 출시할 예정이다. 셰어하우스 명칭은 ‘알레프하우스’로 이름 붙여 브랜드화시킬 예정이다. 알레프는 히브리어와 코란의 첫 글자로 황소를 뜻한다. 수학에서는 무한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 11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청년층 1인 가구의 주거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통계청이 실시한 2016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나홀로 사는 1인 가구는 전체 1699.2만 가구 중 539.8만 가구(27.2%)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청년층 1인 가구의 주거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통계청이 실시한 2016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나홀로 사는 1인 가구는 전체 1699.2만 가구 중 539.8만 가구(27.2%)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여 대표는 “알레프는 유대인들이 두려워하는 글자다. 유대인들이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투자업계에 도전장을 낸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셰어하우스에 학생들이 발을 딛는 순간부터 온도와 습도, 청결 등 필요한 것들을 새로운 정보통신(IT) 기술과 빅데이터로 제공할 예정”이라며 “작은 변화가 주거 문화의 업그레이드, 이를 기초로 또 다른 금융 투자의 트렌드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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