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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에 저당잡힌 청춘들... 20대 대부업체 대출액은 9396억, 연체금액 535억여원

중앙일보

입력

직장인 심모(28)씨는 얼마 전까지 대부업체에 시달렸다. 취업 직전 빌려 쓴 생활비 때문이다. 심씨는 취업 준비를 하느라 아르바이트를 쉬었고,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으려고 급한대로 대부업체를 찾았다. 하지만 석 달치 생활비와 월세를 합쳐 200만원을 빌렸다. 27%의 고금리였지만 금리 개념이 희미해 높은 줄도 몰랐다. 하지만 취업에 계속해서 실패하고, 생활비를 추가 대출을 받으면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심씨는 “처음엔 매월 5~10만원씩만 갚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갚아야 할 금액이 점점 커져 월 20~30만원으로 늘고, 취업엔 실패해 두세 달 돈을 갚지 못하자 전화와 문자로 빚 독촉이 왔다”며 “결국 부모님이 돈을 대줘 대부업체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하는 20대 청년이 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대부업체 상위 20개사 가계대출 현황’을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대부업체에서 대출받은 20대는 26만2508명이고, 대출 건수는 26만5537건이다. 이들의 대출 잔액은 9396억으로 일 인당 평균 약 358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20대 청년들이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대부분 생계자금이 급해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소득이 없는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 등이 자취방 월세, 식대 충당을 위해 급전을 찾았다가 발목이 잡히는 경우다. 올해 상반기 대출 26만5537건(9396억)을 분석한 결과 생계비 충당 목적으로 받은 대출이 18만5283건(6458억)으로 가장 많았고, 전ㆍ월세 비용이 4321건(172억), 학자금 1497건(34억), 주택구입비 304건(12억원) 순이었다.

별다른 소득증명 없이 수백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어 20대도 쉽게 손을 뻗지만, 상환은 쉽지 않다. 20대 고객 대부분은 연 25%가 넘는 높은 대출이자로 돈을 빌리기 때문이다. 300만원을 빌릴 경우 75만원을 이자로 내야한다. 소득이나 담보, 신용이 없다는 이유로 무거운 빚을 감내하도록 하는 구조다. 제윤경 의원실 집계 결과 상반기 대출 26만5537건 중 18만5748건(70%)이 25%~27.9%, 6만2956건(23.7%)이 27.9%~34.9%의 고리를 적용받았다. 34.9%~39%의 이자를 내는 경우도 4114건(1.5%)이나 됐다. 급하게 받은 소액 대출이 청년 파산을 불러오기도 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2017년 6월 기준 20대 대출자들은 대출액의 5.7%인 535억원을 갚지 못하고 있었다. 2014년 연체율 3.8%(9106억원 중 343억 연체)에서 2015년 4.5%(9725억 중 437억원 연체), 2016년 5.6%(9294억원 중 519억원)으로 점차 늘고 있다. 제윤경 의원은 "소득이나 상환능력 심사를 부정확하게 하는 ‘묻지마 대출’이 많아 20대도 손쉽게 대출받을 수 있는 것은 문제"라며 "금융당국이 철저하게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대를 대상으로 한 학자금 지원, 생활비 대출을 늘려 대부업체에 손을 뻗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대출금을 갚지 못한 청년들 중 일부는 파산을 신청하기도 한다. 파산ㆍ면책은 개인의 채무를 조정해 잔여채무를 면책받을 수 있는 절차다. 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대법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4년간 20대의 파산 신청은 2013년 484명에서 2016년 743명으로 1.5배 늘었다. 같은기간 면책 신청도 1.2배(628명→730명) 증가했다. 전체 개인 파산ㆍ면책 신청이 각각 9%(5만 8951명→5만 2310명), 11.9%(5만 6935명→5만 155명) 줄어드는 것과 대조되는 현상이다. 금 의원은 ”20대의 파산신청 증가는 그만큼 재정적 고통을 겪고 있는 20대가 많다는 의미”라며 “학자금 대출, 취업난 등으로 생활고에 허덕이는 청년을 위해 일자리 창출 및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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