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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30분간 아베에 축하 전화 … 더 밀착하는 미·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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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도널드 트럼프.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AP=연합뉴스]

“강한 리더가 국민에게서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는 게 아주 중요하다.”

아베, 유세 때마다 미·일 동맹 강조 #내달 트럼프와 골프 치며 또 스킨십 #한·미 정상 간 관계는 위축될 수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압승으로 끝난 일본 중의원 선거 다음 날인 23일 오전 11시30분, 도널드 트럼프(사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건넨 덕담이다. 30분간 진행된 두 정상의 통화는 아베 총리의 압승을 축하하기 위해 백악관이 요청해 이뤄졌다. 트럼프가 “대승을 축하한다”고 하자 아베는 “실제론 길고 험한 선거전이었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는 또 “흔들림 없는 양국 동맹을 기반으로 최대한의 압력을 가해 북한의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유세 내내 강하게 주장했다”고 선거전 분위기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2주 후 대통령의 방일을 기대하고 있으며, 그때 북한 문제 등에 대해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자”고 했고 트럼프도 “방일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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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설명대로 중의원 선거전 내내 그의 유세엔 미국과 트럼프 얘기가 빠진 날이 없었다.

선거 전날인 21일에도 유세장에서 “내가 ‘일본에 오면 (납치 피해자인) 요코타 메구미의 부모를 만나 강력한 메시지를 내달라’고 했더니 트럼프 대통령은 ‘신조, 알겠다. 참 슬픈 얘기다. 미국은 전력을 다해 납치 문제 해결에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나고야시 가나야마역 유세)고 목청을 높였다. 그래서 “아베의 유세장은 ‘트럼프 극장’”이란 말이 돌 정도였다.

아베 총리가 선거일을 트럼프 방일 직전인 이달 22일로 잡은 걸 두고도 “안보 위기 상황에서 트럼프와의 친밀감과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유권자들에게 최대한 어필하는 전략을 짰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조~’ ‘도널드~’라고 서로 이름을 부르는 두 사람의 밀월 관계는 11월 5~7일로 예정된 트럼프의 방일 기간 중 가장 극적으로 표출될 전망이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3위 마쓰야마 히데키(松山英樹)까지 동행시키며 아베 총리가 정성을 다해 준비한 골프 라운드를 비롯, ‘오모테나시’로 불리는 최고의 일본식 대접을 트럼프에게 선사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아베의 압승을 계기로 한 미·일 동맹의 강화는 한반도 문제 등 동북아시아 정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양국 정상 간 스킨십이 깊어지는 가운데 ‘중국 견제, 북한 압박’이라는 미·일 양국의 공통된 이해가 공고해지면 대북 문제에서 한국의 입장이 소홀히 다뤄지는 ‘코리아 패싱’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백악관은 처음엔 방한 없이 일본만 가고 싶어 했다고 본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가 ‘한·미 동맹에서 강력한 연대를 보여 주지 않을 경우 북한을 억지할 수 없다’고 설득해 방한 일정도 포함된 것으로 들었다”고 밝힌 것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근거 없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김성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 대한 신뢰가 두텁기 때문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나 문재인 대통령보다 아베 총리의 말에 더 귀 기울일 것”이라며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아베 총리와 유사해 보이는 것도 양국 정상의 강력한 신뢰 관계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아베의 집권이 계속되는 만큼 과거사 문제에 발목 잡힌 한·일 관계에 당장의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장은 “기본적으로 큰 변화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며 “아베가 추진하는 개헌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 때문에 일본과의 대북 공조를 약화시키는 건 국익 차원에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승욱·김상진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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