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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외치더니 … 스포츠 뉴스 배치 조작 인정한 네이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국내 1위 포털인 네이버의 공정성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성숙 대표, 청탁 받고 배치 사과 #“정치·사회 기사는 무관” 선 그어 #편집·실검 등 알고리즘 공개하고 #공정한 투명성 검증기구 갖춰야

네이버의 ‘공정성 논란’은 지난 20일 네이버가 외부 청탁을 받고 뉴스 배치를 조작했다고 처음 인정하면서 시작됐다. 같은 날 한 스포츠뉴스 매체는 “지난해 10월 김모 당시 한국프로축구연맹 홍보팀장이 네이버 스포츠를 총괄하는 금모 이사에게 연맹에 불리한 기사에 대한 재배치를 요청하는 뉘앙스의 문자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네이버는 뉴스 재배치 청탁 의혹 기사가 나온 지 4시간 만에 한성숙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의혹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한 대표는 그러나 “구단·협회와는 콘텐트 협력을 해야 하는 관계라서 기사 배치를 담당하는 조직과 완전히 분리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 같은 문제는 정치·사회 등 여타 분야의 기사들과는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청탁 과정과 뉴스 재배치 과정에 대한 명확한 해명도 없었다.

프로축구연맹 전 홍보팀장이 네이버에 보낸 청탁문자

프로축구연맹 전 홍보팀장이 네이버에 보낸 청탁문자

20일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네이버가 대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기사를 가장 많이 노출하는 등 편향적인 편집을 했다”는 주장(자유한국당)이 나왔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네이버가 대학·기업 등의 요청이 있을 경우 검색어 연관 키워드에서 특정 단어를 빼 줬다는 사실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의 조사 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물론 공정성과 관련해 그간 여러 차례 논란이 일 때마다 네이버는 적극 해명하고 관련 대책을 보완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성 논란이 계속 제기되는 것은 네이버가 기사 배치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등과 같은 가장 주목도가 높은 기능에 대한 알고리즘을 비공개로 부치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 배열 책임자의 전문성에 대해서도 검증된 바 없을뿐더러 알고리즘과 사람 직원의 기여 비율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알려진 바 없다.

이 같은 폐쇄적인 태도는 세계 최대 포털인 구글과 대비된다. 구글은 인터넷 기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13가지 원칙을 공개하고 있다. 뉴스 기사 내용을 직접 평가하기보다는 계량화해 평가할 수 있는 요인과 외부의 이용자 평가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네이버가 투명성을 위해 만드는 기구들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네이버가 자가 감시를 위해 만들었다는 투명성위원회도 한 대표가 이끈다는 점에서 사내 조직으로 간주된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연관·자동 완성 검색어 등에 대한 투명성을 검증하는 KISO도 네이버를 비롯해 카카오·SK커뮤니케이션즈 등 인터넷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만든 기구다. 상시적으로 포털의 공정성을 감시하기엔 이 같은 검열기구들이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는 “인터넷서비스사업자의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이용자 위원회를 현행 신문법상의 인터넷서비스사업자 책무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미디어에 대한 개념을 다시 정의하고 신흥 디지털미디어 등에 대한 법적 지위를 제대로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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