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기축통화(key currenc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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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틴틴 여러분도 해외로 나가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국가 간 장벽이 낮아진 요즘엔 나라 간에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고파는 일도 흔합니다. 이를 무역이라고 하죠. 예를 들어 A라는 나라가 B라는 나라에 자동차를 팔았습니다. B는 A에게 그에 상응하는 돈을 지불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두 나라가 쓰는 화폐가 다르다면 계산이 좀 복잡해지겠죠. 원화를 쓰는 한국과 엔화를 쓰는 일본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겠네요.

국제 거래에 통용되는 통화 #종전의 금에서 달러로 바뀌어 #유로화·엔화도 이름 올려

만약 전 세계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화폐가 있다면 국가 간 거래를 할 때 편하겠죠? 실제로 각국이 쓰는 화폐 가운데 이렇게 국제 거래에 흔히 쓰이는 것이 있는데 이를 기축통화(key currency)라고 합니다.

종전에는 금본위제(gold standard)가 화폐제도의 기본이었습니다. 통화의 표준 단위가 일정한 무게의 금으로 정해져 있는 제도입니다. 기축통화도 금이었죠. 초기에는 중앙은행이 화폐를 금화로 발행해 시장에서 유통했습니다. 그러나 금속화폐는 운반이 불편하고 도난 위험성이 컸습니다. 그래서 중앙은행이 금화 대신 금화와 같은 가치의 지폐를 발행했습니다.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의 가치와 같은 규모의 화폐를 발행한 것이죠. 이 화폐를 중앙은행에 가져오면 금으로 바꿔 주었습니다. 문제는 금의 채굴량이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무역이 확장되고 규모가 커짐에 따라 금으로는 필요한 무역결제나 지불준비자산을 충당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전 세계는 금 이외에 미국의 달러를 기축통화로 사용하기로 결정합니다. 브레턴우즈 체제입니다. 1944년 미국 브레턴우즈에서 열린 44개국 회의에서 딴 이름입니다. 금 1온스(28.3g)를 35달러에 고정하는 고정환율제가 특징인데 이때부터 국제 통화시스템은 금환본위제(gold exchange standard)로 바뀌었습니다.

이 역시 한계가 있었습니다. 무역 적자와 연이은 전쟁 등으로 달러의 신뢰성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미국이 달러와 금을 제때 바꿔줄 수 없는 형편이 된 거죠. 결국 1976년 국제통화기금이 각국에 환율제도의 재량권을 부여하기로 결정하면서 고정환율제는 무너졌습니다.

환율이 각국 화폐와 자유롭게 연동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지 달러가 기축통화의 위상을 잃은 건 아닙니다. 여전히 달러는 전 세계 무역 거래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화폐지요. 크게 유럽연합(EU)의 유로화나 일본의 엔화 등도 기축통화로 분류하지만 달러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기축통화를 보유하면 장점이 많습니다. 기축통화의 장점으론 대외정책 수립이 용이하고 환 위험 노출 감소, 무역적자 부담 감소 및 화폐주조차익 발생 등이 있습니다.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왜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려는지 이제 알겠죠?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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