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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한·중 통화스와프 왜 중요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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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Q. 얼마 전 ‘한국과 중국이 통화스와프 만기를 연장했다’는 기사를 읽었어요. 중국과 통화를 교환하는 거라고 하던데, 왜 나라 간 화폐 교환이 필요하죠? 지난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 배치가 결정되고 화장품 회사에 다니는 언니가 울상인데, 통화스와프로 한·중 관계가 개선될지 궁금해요.

국가별 통화 가치 일정하지 않아 #외환 부족 대비해 교환 협정 맺어 #사드로 관계 악화 속 북핵 리스크 #한국 외환 넉넉하지만 연장 공들여 #중국도 위안화 국제화 추진에 필요 #양국 합의, 정·경 분리 신호탄 해석

한·중 경제 동맹의 상징 … 끊어버리기엔 양국 다 부담"

A. 틴틴 여러분 중에는 ‘스와프(swap)’라는 영어 단어의 뜻을 이미 공부한 친구들이 있죠. 통화스와프는 말 그대로 두 나라가 자국 통화, 즉 화폐(Currency)를 교환(swap)하는 겁니다. 왜 서로 돈을 바꾸냐고요? 외환 보유액이 부족할 경우를 대비해 상대방에게 자국 통화를 맡기는 대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미리 받아 두는 거죠. 이해가 어렵다면 먼저 왜 외환 보유액이 필요한지를 설명해줄게요.

[그래픽=박춘환, 김회용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김회용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외환시장에서 돈의 가치는 늘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습니다. 해외여행을 갈 때 환전을 하러 은행에 가면 그때그때 환율이 다르죠. 한국 화폐(원화) 1100원으로 1달러를 살 때도 있고, 원화 1000원으로 1달러를 바꿀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내 돈(자국 화폐)의 가치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각 나라는 늘 일정 부분 남의 돈(외화)을 보유합니다. 더구나 한국처럼 대외 무역 비중이 크고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입이 많은 나라는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외환 보유액을 일정 부분 유지해야 합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외환 보유액은 3848억 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곳간에 쌓아둔 외환은 일종의 ‘적금’에 비유해 볼까요. 이미 확보해 둔 저축액 개념이죠. 반면 통화스와프는 일종의 ‘외화 마이너스 통장’ 역할을 합니다. 여러분은 주변 어른들이 ‘마이너스 통장’을 쓴다는 말을 들어봤을 겁니다. 저축이 부족한 경우를 대비해 돈을 미리 빌려두는 거죠? 통화스와프 협정을 통해 양국은 미리 통화를 일정액 주고받음으로써 외환을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마이너스 통장에 잔액이나 만기가 있듯, 통화스와프를 할 때는 액수와 만기를 정합니다. 지난 13일 체결된 한·중 통화스와프로 양국은 기존에 협정을 맺었던 560억 달러 규모의 만기를 3년 더 연장했습니다. 이번 계약은 오는 2020년 10월10일까지 유지됩니다. 추후 연장 여부와 스와프 규모는 다음 만기 때 다시 논의합니다.

앞서 설명했듯 현재 한국의 외환 보유액은 과거에 비추어 충분한 수준입니다. 경상수지 흑자가 66개월 연속 지속되는 등 수출이 잘 되고 있어 무역을 걱정할 상황도 아니죠. 일시적으로 외국으로부터 빌린 돈(단기 외채) 규모 역시 외환보유액의 30% 수준이라 일각에서는 통화스와프가 반드시 필요한 때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한·중 통화스와프 체결은 정치경제적으로 의미가 큽니다. 우선 북핵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통화스와프 연장 결렬이 금융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거라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지난해 우리나라가 사드 배치를 결정하면서 한·중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 수가 줄고 중국 내에서 한국 문화상품을 제한하는 한한령(限韓令)이 내려지기도 했죠. 현대경제연구원은 사드 배치로 인한 국내 경제적 손실이 2017년 한 해 동안 8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때문에 협상이 결렬될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최종적으론 연장이 결정됐습니다.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는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과의 통화 스와프를 완전히 끊어버리는 것은 부담이 됐을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통화스와프는 체결하는 나라간 경제 동맹을 나타내는 상징적 역할도 합니다. 국제 협정인만큼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데, 실제 한일 통화스와프가 지난 2015년 양국 갈등으로 종료된 선례가 있죠. 일본은 한국의 첫 통화스와프 상대입니다. 2001년 7월 협정을 체결해 한 때 700억 달러까지 규모가 켜졌지만 한 번 종료된 뒤 2년째 협상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사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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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통장이 많을수록 안심이 되듯, 통화스와프는 국내 금융시장에 심리적 안정을 줍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13일 “통화스와프는 다다익선”이라며 “미국이든 일본이든 기회가 있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현재 한국은 중국(560억 달러)을 비롯해 인도네시아(100억 달러), 말레이시아(47억 달러), 호주(77억 달러)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와의 54억 달러 규모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10월 만기 종료됐지만 재개될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및 중국, 일본과 공동으로 만든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 384억 달러를 더한 전체 스와프 규모는 1222억 달러입니다.

문제는 기축통화 국가와의 스와프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국제 거래에 많이 쓰이고 신뢰도가 높은 통화와 바꿀 수 있는 계약을 맺는 게 한국에 이득이 되는데, 실상이 그렇지 못하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은 미국 달러화, 유럽연합(EU)의 유로화, 일본 엔화 등과 맺은 양자 통화스와프 협정이 없습니다. 그나마 호주 달러가 세계 5위권 통화로 평가받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죠. 이번에 협정이 연장된 위안화는 어떻냐고요?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위안화의 외환시장 거래 비중(최대 200% 기준)은 작년 4월 기준 4%로 달러화(87.6%), 유로화(31.3%), 엔화(21.6%)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지난 2008년 3월 300억달러 규모로 맺어졌다가 2010년 종료됐습니다. 한국이 2009년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연장 협상이 결렬됐습니다. 한국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다시 맺기 원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틴틴 여러분, 이제 각 나라가 왜 상대국 통화를 필요로 하는지, 지정학적 요인이 외환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가 좀 되었나요? 용어가 어렵다고 무조건 지나치지 말고 다양한 경제뉴스에 관심을 가지길 바랍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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