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 잃은 영웅의 자아성찰 모험극 '토르:라그나로크'

중앙일보

입력 2017.10.23 19:09

업데이트 2017.10.23 20:20

'토르:라그나로크'  
'토르:라그나로크'의 한 장면.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토르:라그나로크'의 한 장면.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원제 Thor:Ragnarok|감독 타이카 와이티티|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톰 히들스턴, 케이트 블란쳇, 테사 톰슨|원작 잭 커비, 스탠 리, 래리 리버|제작 케빈 파이기|촬영 자비에 아귀레사로브|의상 메이스 C 루베오|음악 마크 마더스바우|장르 SF, 판타지|상영 시간 130분|등급 12세 관람가  

★★★★  

열일곱 번째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 누군가는 ‘지겹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절대 ‘(전작들과) 똑같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토르:라그나로크’는 매 작품 참신한 재미와 활력을 선사해 온 마블 영화 시리즈의 경계를 한 단계 더 확장한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조스 웨던) 이후 아스가르드 왕국으로 귀환한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그는 아스가르드를 점령하려는 죽음의 신 헬라(케이트 블란쳇)에 맞서지만, 처참하게 패배한다. 우여곡절 끝에 토르는 사카아르 행성의 노예 검투사로 팔려 가고, 그곳에서 어벤져스 동료 헐크(마크 러팔로)와 재회한다.

'토르:라그나로크'의 한 장면.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토르:라그나로크'의 한 장면.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토르’ 시리즈(2011~)의 세 번째 속편이지만, 톤만 따지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2014~, 제임스 건 감독)와 더 가깝다. 몽환적인 전자음악, 갖가지 색채와 문화가 뒤섞인 사카아르 행성의 풍경은 ‘플래시 고든’(1980, 마이크 호지스 감독) 같은 70~80년대 SF 영화의 복고적인 분위기가 물씬하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라그나로크(신들이 벌이는 최후의 전쟁)를 모티브로 삼은 만큼, 늑대 펜리스 등 다양한 신화 속 존재들도 볼거리다. 북유럽 신화 내용을 가사에 담은 록그룹 레드 제플린의 명곡 ‘Immigrant Song’은 영화에서 두 번 울려 퍼지며 현란한 액션 신을 장식한다.

'토르:라그나로크'의 한 장면.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토르:라그나로크'의 한 장면.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액션은 ‘토르’ 시리즈 중 최고 수준. 헐크의 파괴적인 맨손 액션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토르도 이제야 ‘천둥의 신’이라는 별칭에 어울리는 위력적인 힘을 발산한다. ‘토르‘ 시리즈 최고의 ‘망치 액션 장면’도 이번 영화에 등장한다.
‘토르:라그나로크’의 진정한 매력은 크리스 헴스워스의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다. 그는 무소불위의 히어로 토르가 생애 최악의 역경을 타개하는 과정을 엉뚱하면서도 천진난만하게 연기한다. 사람처럼 말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된 헐크, 늘 적인지 아군인지 불확실한 로키(톰 히들스턴)의 캐릭터 활용도 합격점. 케이트 블란쳇이 열연한 악당 헬라, 매력적이지만 빈틈 많은 발키리(테사 톰슨) 등 여성 캐릭터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토르:라그나로크'의 한 장면.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토르:라그나로크'의 한 장면.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독특한 유머 코드와 역동적인 연출로 성공적인 MCU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마블 스튜디오의 창작자들이 ‘아이언맨’(2008, 존 파브로 감독) 이후 약 10년에 걸쳐 구축해 온 풍부한 ‘인프라’가 있다. ‘원작 만화’라는 무궁무진한 자원을 토대로, 스크린 속에서 전혀 다른 신화를 써 가는 그들의 저력이 새삼 놀랍다. 톰 히들스턴의 말대로, “마블은 절대 ‘만족’이란 걸 모르는 듯하다.”

TIP 영화 초반부, 아스가르드의 연극 공연 장면에서 로키를 연기하는 배우의 얼굴을 눈여겨 볼 것.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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