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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회 개헌파 최소 371석” … 2020년 개헌 완성 가시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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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조기 총선이 실시된 22일 일본 도쿄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이날 출구조사 결과 연립 여당인 자민·공명당이 280~336석으로 압승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희망의당(38~59석)과 일본유신회(7~18석)를 포함하면 잠재적 개헌 지지파가 최소 325석으로 전망됐다. [AFP=연합뉴스]

조기 총선이 실시된 22일 일본 도쿄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이날 출구조사 결과 연립 여당인 자민·공명당이 280~336석으로 압승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희망의당(38~59석)과 일본유신회(7~18석)를 포함하면 잠재적 개헌 지지파가 최소 325석으로 전망됐다. [AFP=연합뉴스]

일본 평화헌법의 운명이 또다시 갈림길에 섰다. NHK에 따르면 23일 오전 9시 현재 연립여당인 자민당(283석)과 공명당(29석)으로 개헌 발의가 가능한 ‘전체 의석의 3분의 2(310석)’를 넘었다. 여기에 야당이지만 개헌에 긍정적인 희망의당(49석)과 일본유신회(10석)까지 합치면 개헌에 대한 잠재적 지지파가 최소 371석, 전체 의석의 약 80%에 달한다. 반면 호헌 세력인 입헌민주당(54석)·공산당(12석)·사민당(1석)을 합친 의석은 67석에 그치고 있다.

아베, 평화헌법 손질 속도 낼 가능성 #지난 5월엔 “헌법에 자위대 명기” #여론은 개헌 찬성보다 반대 많아 #무리하게 서두르다 역풍 맞을 수도

개헌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숙원이다. 의석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큰 데도 중의원을 전격 해산한 걸 두고도 “개헌 추동력을 얻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의석수로만 따지면 선거 전에도 자민·공명당은 전체 의석(475석)의 68%(324석)를 점유해 개헌 추진이 가능했다. 하지만 아베 본인과 부인 아키에 여사가 연루된 사학비리 스캔들, 또 7월초 도쿄도의회 선거 참패로 내각 지지율의 급격히 하락하면서 개헌 추동력은 떨어졌다. 억지로 개헌안을 의회에서 처리한다 해도 국민투표라는 장벽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고 봤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아예 판을 뒤집는 모험을 시도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2020년에 개헌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자민당내 개헌 강경파가 주장했던 ‘군대 보유’ 명문화에는 못 미치는 내용이었지만 일본 언론에선 “역설적으로 문턱을 낮춰서라도 일본 헌법을 처음으로 개정한 총리로 기록되고 싶다는 간절함이 묻어난다”고 분석했다. 특히 아베 총리가 헌법 9조의 전면적인 개정이 아닌 ‘자위대 명기’정도를 주장하는 건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을 배려한 조치란 분석이다. 공명당이 평화를 내세우는 종교단체인 소카각카이(創価学会)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전쟁포기’를 담은 9조 1항과 ‘전력 불보유’ ‘교전권 부인’을 규정한 9조 2항을 고치는 데는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 헌법학자들은 아베가 1항과 2항은 놔둔 채 자위대를 명기한 3항을 신설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민당의 압승이 확실시된 22일 밤 아베 총리가 NHK와의 인터뷰에서 "개헌 스케줄은 있을 수 없다"며 "여러 정당과 논의를 계속해나가겠다"고 몸을 맞춘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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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아사히신문은 아베를 잘 아는 전직 정부 고위관리를 인용해 “자민당이 헌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중의원선거에서 이기면 아베는 국민들로부터 개헌승인을 받았다며 강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아베 정권은 이번 총선 결과를 토대로 올가을 특별국회 이후 임시국회를 열어 헌법 개정안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속도를 내 늦어도 내년 통상국회에선 개정안을 발의해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이후 곧바로 국민투표를 거쳐 헌법 개정을 마무리짓는 수순이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보수신당 희망의당의 등장은 특히 아베 정권의 개헌론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6일 NHK 뉴스 프로그램에 나와 “어차피 고이케도 개헌파”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이번 선거에서 희망의당과 연대했던 간사이(關西) 지역 기반의 일본유신회 역시 보수주의 정당으로 개헌에 적극적이다. 선거 과정에서 이 두 정당은 아베식 개헌안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지만 이들의 주장은 오히려 ‘군대 보유를 못박아야 한다’는 자민당 내 강경파와 비슷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절충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아베가 밟을 ‘개헌 페달’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변수로는 개헌에 부정적인 국민 여론이 꼽힌다. ‘자위대 존재 명기’에 대한 일본 국민의 시각은 여전히 곱지 않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10~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찬성 35%, 반대 42%로 나타났다. 아베의 생각과는 달리 ‘중의원 선거 승리=국민의 개헌 승인’이 아니며, 오히려 무리하게 개헌 드라이브를 걸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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