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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쌓으면 백두산보다 더 높은 팔만대장경의 신비 들여다보니

중앙일보

입력

백두산보다 더 높다. 50만명의 인원이 참여해 제작했다. 5200만자의 한자가 기록돼 있다. 무게가 280t 가까이 된다. 경남 합천군 해인사에 있는 팔만대장경에 대한 설명이다.

다음달 5일까지 경남 합천군에서 대장경세계문화축전 열려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의 우수성과 역사성 알리기 위해 #2011년과 2013년 이어 올해 3회째 행사 계속돼 눈길 #해인사 장경판전에 보관 중인 대장경 진본 8점도 행사장에 전시 돼

2017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이 열리고 있는 합천군 해인사 인근의 대장경테마파크 전경. 위성욱 기자

2017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이 열리고 있는 합천군 해인사 인근의 대장경테마파크 전경. 위성욱 기자

지난 16일 팔만대장경축전을 위해 해인사에서 대장경테마파크로 대장경 진본 8점을 옮기는 이운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 합천군]

지난 16일 팔만대장경축전을 위해 해인사에서 대장경테마파크로 대장경 진본 8점을 옮기는 이운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 합천군]

인류 최고의 목판 예술품으로 불리는 팔만대장경의 우수성과 역사성을 널리 알리고 그 가치를 계승하기 위해 열리는 합천 대장경 세계문화축전이 해인사 인근의 대장경테마파크 등에서 지난 20일 개막했다. 다음 달 5일까지 이어진다. 대장경축전은 고려(초조)대장경 제조(1011년) 100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팔만대장경의 의미를 전하고 새로운 1000년을 열어가자는 의미로 2011년 처음 시작해 2013년에 이어 올해로 3회째를 맞는 행사다.

팔만대장경축전의 주 전시장인 대장경천년관 입구. 위성욱 기자

팔만대장경축전의 주 전시장인 대장경천년관 입구. 위성욱 기자

대장경천년관에 들어서면 해인사 장경판전을 옮겨놓은 듯한 원형계단이 나타난다. 위성욱 기자

대장경천년관에 들어서면 해인사 장경판전을 옮겨놓은 듯한 원형계단이 나타난다. 위성욱 기자

주행사장은 주제관인 대장경 천년관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대장경을 보관해 놓은 해인사 장경판전을 옮겨놓은 듯한 원형 계단이 나타난다. 이곳을 지나면 대장경의 탄생 과정을 설명해놓은 대장경 로드실이다. 대장경은 기독교의 성경처럼 부처의 가르침을 기록해 놓은 경전이다. 부처의 전생부터 왕자로 태어나 20세에 출가해 35세에 깨달음을 얻고 80세에 열반에 들기까지의 과정을 사후에 제자들이 기록한 경전이 인도에서 중국을 통해 고려로 전해졌다. 고려에서 몽골의 침입으로 나라가 위기를 겪자 불교의 힘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장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법문을 옮겨 실은 경판 수가 8만여장이 되어 흔히 팔만대장경이라 부른다. 팔만대장경의 경판 수는 8만1258장이다. 무려 16년 동안 제작됐다. 경판 하나의 두께가 4㎝인데 한 장씩 쌓을 경우 총 높이는 3250m로 백두산(2744m)보다 506m가 더 높다.

대장경로드실 내부 모습. 위성욱 기자

대장경로드실 내부 모습. 위성욱 기자

대장경로드실 인근에 전시돼 있는 대장경 진본 8점의 모습. 위성욱 기자

대장경로드실 인근에 전시돼 있는 대장경 진본 8점의 모습. 위성욱 기자

대장경로드실 옆에는 해인사 장경판전에 있던 대장경 진본 8점도 전시돼 있다. 대장경판은 천자문의 순서에 따라 천함에서 동함까지 639개 함에 나눠 수록돼 있다. 이 중 첫 번째 경판인 대반야바라밀다경(600권)은 천함에서 시작해 한 개함에 10권씩 묶어 60번째인 내함까지 60개함에 수록돼 있다. 이번에 전시된 것은 대반야바라밀다경 진본이다. 이 중 불설내녀기역인연경(佛設㮈女祈域因緣經)은 어머니 내녀와 아들 기역의 스토리를 통해 이번 축전의 주제인 “소중한 인연 아름다운 동행”과 관련된 것이어서 더 뜻깊다.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고려로 불경이 전파되는 경로를 표현해 놓은 대형 지도 . 위성욱 기자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고려로 불경이 전파되는 경로를 표현해 놓은 대형 지도 . 위성욱 기자

대장경의 제작경을 엿볼 수 있는 대장경신비실 모습. 위성욱 기자

대장경의 제작경을 엿볼 수 있는 대장경신비실 모습. 위성욱 기자

이어진 대장경신비실에 들어서면 대장경 제작 당시의 모습을 재연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연 인원 50여 만명이 나무를 벌채해 재료를 운반하고 경전을 필사해 한글자 한글자 새긴 뒤 이를 책으로 찍어내는 과정이 재연돼 있다. 몽골 침략 당시 고려의 인구가 300만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니 사실상 노인과 어린이를 제외한 고려민 대다수가 대장경 제작에 함께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채경혜 대장경테마파크 전시팀장은 “한 글자 새기고 절한번 하는 마음으로 글을 새겼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다고 보면 된다”며 “간절한 호국의 염원으로 이뤄진 대장경 제작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신성함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대장경은 원래 강화도에서 제작돼 이후 고려 우왕 7년 혹은 조선 태조 7년 경 해인사로 옮겨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해상 혹은 육로로 어떻게 옮겨진 것인지 이운경로도 엿볼 수 있다. 경판 한장의 무게가 3~4㎏이어서 총 280톤 정도가 된다. 요즘으로 치면 2.5톤 트럭 112대 분량인데 당시 상당 구간은 사람들이 머리에 이고 이동했다.

강화도에서 해인사로 대장경이 옮겨지는 모습을 형상화 해 놓은 조형물. 위성욱 기자

강화도에서 해인사로 대장경이 옮겨지는 모습을 형상화 해 놓은 조형물. 위성욱 기자

강화도에서 해인사로 대장경이 옮겨지던 당시 상황을 재현해 놓은 영상물. 위성욱 기자

강화도에서 해인사로 대장경이 옮겨지던 당시 상황을 재현해 놓은 영상물. 위성욱 기자

대장경천년관을 나오면 인근에 기록문화관이 있다. 신라시대 승려 혜초의 여행기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기록문화 발달사를 배울 수 있는 신왕오천축국전도 열리고 있다. 올해 개관한 기록문화관에서는 기록의 탄생과 중요성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체험할 수 있게 해놓았다. 5차원 애니매이션이나 VR(가상현실) 체험도 할 수 있다.

기록문화관 내부 모습. 위성욱 기자

기록문화관 내부 모습. 위성욱 기자

기록문화관에 있는 VR(가상현실) 체험관 모습. 위성욱 기자

기록문화관에 있는 VR(가상현실) 체험관 모습. 위성욱 기자

특히 이번 축전 기간에는 대구 팔공산 갓바위처럼 효험이 있다고 알려진 해인사 마애불입상도 공개돼 수능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 마애불입상은 해인사 뒤쪽 산 중턱에 있는데 2013년에 1200년만에 처음으로 축제 기간에만 한 차례 개방된 뒤 그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됐던 곳이다. 대장경테마파크 인근에서 해인사로 올라가는 해인사 소리길도 가볼만한 곳이다. 경사가 완만한 산책길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으며 오색찬란한 가을 단풍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해인사 뒤쪽 산 중턱에 있는 마애불입상의 모습. [사진 합천군]

해인사 뒤쪽 산 중턱에 있는 마애불입상의 모습. [사진 합천군]

해인사 내부에 있는 어수정의 모습. 위성욱 기자

해인사 내부에 있는 어수정의 모습. 위성욱 기자

국내 최대의 사찰이기도 한 해인사는 가야산을 뒤로 하고 매화산을 앞에 두고 있어 그 웅장한 모습과 주변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다. 대각국사 의천, 사명대사 유정, 퇴옹 성철 등 많은 고승들이 주석하며 인재를 길러낸 수도 도량으로도 이름 높은 곳이다. 해인사에서는 꼭 가봐야 할 곳이 2곳이 있다. 하나는 대장경판을 모셔놓은 장경판전이고 다른 하나는 장경판전과 대적광전 사이에 왕의 샘으로 불리는 어수정이다. 이 어수정은 서기 802년 해인사 창건 당시 애장왕이 기거하면서 마셨다는 우물인데 이번 축전에 복원돼 일반에 공개된다. 장경판전은 프랑스 일간지 최신호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10선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대장경테마파크 입구 모습. [사진 합천군]

대장경테마파크 입구 모습. [사진 합천군]

하창환 합천군수는 “이번 축전은 대장경을 통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축전기간에 테마파크 등에서 다채로운 공연도 계속되니 가족단위로 많은 분들이 합천으로 가을여행을 오셔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천=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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