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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美대통령 다 갔던 DMZ, 청와대가 못 가게 말린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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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983년 11월 13일 비무장지대(DMZ) 판문점 인근 콜리어 초소를 방문했다.[레이건대통령 기념도서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983년 11월 13일 비무장지대(DMZ) 판문점 인근 콜리어 초소를 방문했다.[레이건대통령 기념도서관]

1983년 11월 13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비무장지대(DMZ)내 판문점 인근 콜리어 초소를 방문했다. 한국전쟁 도중이던 1952년 12월 당선인 신분으로 서부전선 최전방 미군부대를 방문했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처음이었다. 당일자 워싱턴 포스트 기사에 따르면 레이건 대통령은 초소에서 미 2사단 장병들에게 “우리는 ‘자유의 최전선’에 서 있다”며 “1976년 8월 18일 아더 보니파스 소령과 마크 바렛 중위가 북한군이 휘두른 도끼에 살해당한 날을 항상 기억하고 다신 그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자”고 말했다. 당시 레이건의 방문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론이 논란이 된 이래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 공약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기획됐다.

1952년 12월 한국전쟁 도중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당선인신분으로 서부전선 최전방 미군 부대를 방문해 장병들과 야외에서 함께 식사하고 있다.

1952년 12월 한국전쟁 도중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당선인신분으로 서부전선 최전방 미군 부대를 방문해 장병들과 야외에서 함께 식사하고 있다.

이후 조지 부시 대통령이 1992년 DMZ 인근 부대를 방문한 데 이어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미국의 최고 사령관이 DMZ 방문을 거른 적은 없었다. 2012년 3월 2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25m 떨어진 오울렛 초소에서 폭격기 조종사의 가죽재킷을 입고 쌍안경으로 이북을 바라보는 모습은 미국의 한국방위 공약이행의 상징하는 모습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들어서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난 4월 방한때 DMZ를 방문해 “북한은 내 얼굴에서 결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2012 핵안보정상회의를 위해 25일 새벽 방한한 오바마 미대통령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방문하여 오피오울렛에서 망원경으로 북측을 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2012 핵안보정상회의를 위해 25일 새벽 방한한 오바마 미대통령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방문하여 오피오울렛에서 망원경으로 북측을 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하지만, 다음달 11월 7~8일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방한 도중 DMZ를 방문할 지를 놓고 백악관이 아직 결정을 못 내리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 국무부와 함께 한국의 문재인 정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말전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반대한다고 전했다.

WP "한국 청와대, 평창올림픽 망칠까봐 반대" #트럼프 안전 등 둘러싸고 백악관 내부도 격론

문재인 대통령의 참모들이 “DMZ 방문이 남ㆍ북한 군사 대치상태를 자극해 아시아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내년 2월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망치는 등 의도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면서다.
 백악관의 일부 보좌진들도 그동안 말전쟁으로 이미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강화된 상황에서 자칫 불을 지를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DMZ는 대북 메시지의 확성기 역할을 한다”며 “북한 문앞의 군사 전초기지에서 나오는 메시지는 보다 전쟁의 불길한 분위기를 띌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오바마 및 부시 정부 당시 아시아정책을 담당한 전직 관리들은 “DMZ방문은 주한미군 및 한국군에게 한ㆍ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한국 수호공약을 분명히 각인시켜주는 의미”라며 “대통령이 이를 거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에반 메데이로스 전 오바마 정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은 “DMZ를 방문하지 않았을 때 치뤄야할 대가는 갈 때보다 훨씬 클 수 있다”며 “만약 가지 않는다면 다음 이야기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연구소 박사는 겁쟁이를 상징하는 닭 이모티콘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DMZ 방문을 피하려고 한다”는 글을 리트윗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3년 방문 당시 기자들에게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군사분계선상인 판문점 ‘돌아오지 않는 다리’ 멀리까지 걷기도 해 당시 백악관 경호팀은 정전협정을 위반해 소총을 휴대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핵정상회담 참석차 방한했을 때 DMZ를 방문해 “자유와 번영이란 측면에서 남ㆍ북한의 대비가 더 이상 명확하고 극명해질 순 없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02년 2월 김대중 대통령과 DMZ내 도라산역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02년 2월 김대중 대통령과 DMZ내 도라산역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비난한 직후 한 2002년 DMZ 방문에선 당초 1987년 레이건 대통령의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자”와 같은 연설을 준비했다가 북한이 도발로 오판할 우려때문에 수정하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부시 대통령은 DMZ내 도라산역에서 “미국처럼 한국도 자유의 햇불이 되어 벽을 무너뜨리고 생명을 고양하는 자유의 힘을 세계에 보여줬다”며 “지뢰밭과 철조망 위로 어느 때보다 빛나는 햇살은 북한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초대”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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