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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밝혔다, '마더!' 정체는...?

중앙일보

입력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 사진=라희찬(STUDIO 706)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 사진=라희찬(STUDIO 706)

 [매거진M] 대런 아로노프스키(48) 감독의 ‘마더!’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영화다. 그가 닷새 만에 쓴 이 이야기는 여러 해석을 고민하게 만들고, 최후엔 상징과 은유를 통해 관객을 전율케 한다. 성서에 대한 은유, 인류사를 영화 한 편으로 완성한 담대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magazine M과의 인터뷰에서 “‘마더!’는 내가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며 “영화에 대한 관객의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다는 게 개인적으로 참 뿌듯하다”고 말했다.



―‘마더’ 야외 상영 때 관객들의 호응이 대단하더라.
“5000명이 넘는 관객이 올 줄 정말 몰랐다. 두세 시간 전에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놀랐던지. 한국 관객과 함께 한 시간은 영화감독으로서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다. 부산에 와서 여러 군데 다녀보진 못했지만 아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산은 아름다운 도시다. 공기도 좋고, 음식도 아주 훌륭하고 모든 것이 정말 좋다.”

'마더!'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환영한다"

―영화 제목에 느낌표가 붙어있는데, 어떤 의미인가.
“처음 제목을 작성하고 나서 그냥 종이를 쳐다봤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느낌표를 그려 넣었다. 처음부터 이 영화의 콘셉트는 소리치고 싶은 것, 어떤 절규에 대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언가를 알리고 싶은 마음을 조금 더 강조하는 의미라고 보면 된다.”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닷새 만에 이야기를 완성했다고.
“이 작품의 많은 부분은 내 무의식이다. 도대체 인간은 왜 이리도 이기적일까. 가지고 또 가지고 쉴 새 없이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걸까. 나는 10대 때부터 지금까지 환경보호주의자로 살아왔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 지구를 망칠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정말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다 써버렸으니까.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고, 영화로 만들면서 가지고 있던 감정이 더 증폭됐는지, 혹은 당시의 고민이 조금은 풀렸는지 궁금하다.
“특별히 더 증폭이 되거나 풀리지 않고 그대로인 것 같다. 우리 지구가 처한 상황을 보면 여전히 좌절감과 분노가 느껴지곤 하거든. 오히려 올해 여름에 벌어진 일들(잇따른 허리케인 피해) 때문에 더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작품에서 시인은 창조주로 아내는 대자연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왜 대자연의 남편을 창조주로 만들었나.
“지금 생각해보면 두 개의 상이한 이야기를 하나로 엮으려 했던 것 같다. 영화는 아티스트로서 무언가를 창작해야 하는 남자의 이야기고, 또 그 남자가 자신의 안식처인 집을 짓는데 기여를 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사실 크게 특별할 것이 없는 아주 보편적인 주제다. 그런데 이 남편은 또 한편으로 뭔가를 만드는 창조자다. 그런 관점에서 이 여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쉽게 말해서 나는 처음부터 자연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것을 지구의 정신이라는 관점에서 보고자 했다. 자연을 대표하고 있는 것으로 설정된 여자가 결혼을 했다면, 어떤 사람이 그 남편으로 적합할까? 질문을 던진 거지.”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쉽게 말해서 나는 처음부터 자연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것을 지구의 정신이라는 관점에서 보고자 했다.

―남편을 따르는 많은 손님은 아내의 공간을 마구 망가뜨린다. 손님들은 시인의 말은 따르면서 고통스러워 하는 아내의 말은 무시한다. 이 모습이 기독교 교리를 따르면서 자연의 섭리는 따르지 않는 인간의 행태를 은유한 것처럼 보인다.
“단순히 기독교인만 해당되는 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문제다.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우리가 집으로 삼고 있는 지구를 존중한다. 지금 세계 각지에서 하고 있는 일들의 파괴력은 엄청나다. 바다엔 물고기나 산호가 사라지고, 동물은 멸종돼 간다. 이산화탄소 수치는 매일 최고치를 찍고 있다. 이 모든 게 직접 피부로 느껴지지 않나. 그러니까 영화의 이야기와 지금 이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정확히 같은 거다. 여자 즉, 자연은 갈 데가 없다. 여기가 집이니까. ‘제발 이러지 마세요’라는 말밖엔 할 수 없는 거다. 결국 여자는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 지금도 일어나는 자연재해를 생각해 봐라. 앞으로 우리가 계속 겪어야 할 일이다. 정말 슬픈 일 아닌가.”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손님들이 집에 들어오는 걸 싫어하는 모습이 이방인 혐오로 읽힌다는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이 해석은 내 의도와 맞진 않다. 내가 처음 시나리오를 쓸 당시엔 지금처럼 난민 문제가 공적 영역에서 많이 부각되지 않았다. 어떤 배경 하에 이러한 해석을 하는 지 이해하지만 영화는 그것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본다. 물론 이렇게 생각할 순 있다. 사람들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면서까지 왜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날까. 생존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원을 얻어야 하기 때문 아닐까. 그렇다면 결국 또 영화가 본질적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하는 소비, 탐욕, 끊임없이 채우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란 주제로 돌아오게 된다.”

―영화에 대해 정말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영화 만드는 사람으로서 나의 역할은 씨앗을 뿌리는 거라고 생각한다. 추수를 하고 추수한 결과물을 어떤 음식으로 만들진 관객의 몫이지. 이렇게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는 게 개인적으로 참 좋다.”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마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집이다. 지구를 상징하는 듯한 이 집을 어떤 특징이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 했나.
“구상할 때부터 단순히 특이한 모양의 집이 아니라 사방에 문이 달린 미로 같은 구조를 원했다. 집안에 있는 사람들은 내가 대충 어느 방에 있다는 감각을 가지고 있지만 이 집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지되는 지 관심이 없다. 특히 내가 의도한 건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거였다. 물론 서서히 파괴되지만 말이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생각한 마더라는 인물과 제니퍼 로렌스의 마더가 얼마나 잘 맞았는지 궁금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제니퍼 로렌스는 마더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감독이 바라는 건, 내가 쓴 이야기를 배우가 본인만의 것으로 만들어서 연기하는 거다. 나는 시나리오를 직접 쓰다 보니 배우가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이야기 속 인물에게 어떻게 생명을 불어넣는지 지켜보는 게 즐겁다. 로렌스는 모든 걸 잘해줬다. 영화에서 만나는 마더는 로렌스의 마더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사진=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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