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 38 오리배가 히말라야 호수에?!

중앙일보

입력 2017.10.19 00:01

인도 히말라야 소금호수 판공초. 해발 4200m 고산지대에 드라마틱한 호수 풍경이 펼쳐진다.

인도 히말라야 소금호수 판공초. 해발 4200m 고산지대에 드라마틱한 호수 풍경이 펼쳐진다.

히말라야산맥은 지금으로부터 6000만 년 전 유라시아판과 인도판이 충돌해 만들어졌어요. 바다였던 해저가 산이 되고 산골짜기에 고인 바닷물은 해발 4200m의 고산 지대에 거대한 호수를 이뤘어요. 이 호수가 바로 지구에서 가장 높은 소금 호수이자 오늘의 여행지인 판공초(Pangong Tso)에요. 판공초는 그 자체만으로도 신비롭지만 호수로 향하는 길도 매우 아름다워요. 지금부터 판공초로의 여정을 시작해 볼게요.

바이크 왕초보 둘이 뭣도 모르고 도전했다가 초반부터 길을 잃어서 허무하게 실패했던 판공초 여행. 첫 실패를 딛고 이번에는 좀 더 철저히 준비해서 샥티 마을에서 출발하기로 했어요. 샥티(Sakti)는 레에서 43km 떨어진 작은 마을로, 판공초로 가는 길의 본격적인 시작 지점이에요. 이틀 전 길을 잃어서 몇 시간을 헤맸던 곳이기도 해요. ‘이번에는 기필코 판공초를 보겠다!’ 라는 의지로, 여분의 기름을 두 통 챙겨서 레를 출발했어요. 레에서 한 시간을 달려 첫날은 샥티 마을에서 홈스테이를 했어요. 샥티에는 홈스테이를 운영하는 숙소가 몇 곳 있어서 하루에 1인당 600~1000루피(1인당 1~2만 원)로 숙박과 아침저녁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요.

샥티마을에서 묵었던 홈스테이 가정.

샥티마을에서 묵었던 홈스테이 가정.

홈스테이 집에서 먹은 소박한 저녁 식사.

홈스테이 집에서 먹은 소박한 저녁 식사.

여분 기름을 두 통이나 두둑히 챙겨서 출발! 마지막 주유소는 레에서 33㎞ 떨어진 카루(Karu) 마을에 있다.

여분 기름을 두 통이나 두둑히 챙겨서 출발! 마지막 주유소는 레에서 33㎞ 떨어진 카루(Karu) 마을에 있다.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판공초로 향할 채비를 했어요. 판공초로 가기 위해서는 5360m의 창라 (Chang La)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고도도 높고 날씨 변화도 심한 곳이라 오전에 서둘러 넘는 게 좋다고 판단했어요. 오전 7시 숙소를 나섰어요. 초반에 또 헤맬 뻔했지만 현지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길을 찾을 수 있었어요. 샥티에서 판공초로 가는 초입 도로는 한창 확장공사 중인데 몇 년 후면 판공초 가는 길이 훨씬 수월해질 것 같아요.

샥티에서 판공초 가는 초입부분. 공사중이라 비포장 지름길로 가야했다.

샥티에서 판공초 가는 초입부분. 공사중이라 비포장 지름길로 가야했다.

창라로 향하는 오르막길은 가드레일도 거의 없고 옆으로는 낭떠러지라서 잔뜩 긴장하고 운전을 시작했어요. 경사가 꽤 심하긴 했지만, 다행히 도로가 포장이 잘되어 있어서 커브 길에서 속도만 잘 줄이면 큰 문제는 없었어요. 하지만 행복도 잠시. 갑자기 엄청난 비포장길이 등장했어요. 비포장 오르막길에다가 해발고도도 5000m가 넘다 보니, 바이크 역시 산소가 부족한지 이상한 소리를 내며 힘겨워 했어요. 기온도 영하로 떨어져 곳곳에 얼음이 얼어 있을 정도니 체온도 급격히 떨어졌죠. ‘고산증이 와서 운전하다 갑자기 쓰러지는 건 아니겠지?’ 하는 불안함이 엄습해 올 찰나! 저 멀리 언덕 위에 천막들이 보였어요. 창라(5360m)에요. 창라는 그저 오색의 티베트 깃발(룽다)이 휘날리는 조용한 고개일 줄 알았는데 이른 아침부터 군인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였어요. 게다가 이 높은 곳에 반갑게도 휴게소가 있어서 찬 공기에 움츠러든 몸을 녹히러 냉큼 들어갔어요. 9월 중순이었지만 이곳은 이미 한겨울이나 다름없었어요. 따뜻한 생강레몬차와 티베트 칼국수인 뚝바(Thukba) 한 그릇을 먹고 다시 힘을 내서 바이크에 올라탔어요.

포장이 잘 되어 있는 오르막길.

포장이 잘 되어 있는 오르막길.

가장 높은 지점인 창라를 넘기 전 비포장길.

가장 높은 지점인 창라를 넘기 전 비포장길.

판공초로 가는 길 중 가장 높은 지점인 창라 도착.

판공초로 가는 길 중 가장 높은 지점인 창라 도착.

해발 5360m에서 먹는 국수 한그릇은 꿀맛!

해발 5360m에서 먹는 국수 한그릇은 꿀맛!

창라 고개를 넘어 이제 끝없는 내리막을 내려갈 차례에요. 한 시간 정도 비포장길이 이어졌는데 우리를 긴장하게 만든 건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있는 군용차들.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사고가 잦은 것 같아요. 속도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한데 많은 여행사 지프들도 어찌나 빨리 달리던지…. 옆에 차들이 지나갈 때마다 아찔하더라고요. 과속 사고가 잦아서 판공초 가는 길에는 속도를 줄이라는 표지판을 자주 볼 수 있어요. ‘속도를 줄이시오!’라고 쓰여있는 단순한 표지판이 아닌 ‘결혼 생활은 유지하되, 과속과는 이혼해라’ ‘지금 빨리 가면, 저승도 빨리 간다’ 등 재미있는 내용이 많아서 표지판을 읽는 재미도 쏠쏠했어요.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진 군용차들.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진 군용차들.

'결혼 생활은 유지하되, 과속과는 이혼해라'는 식의 재미있는 표편을 담은 표지판들.

'결혼 생활은 유지하되, 과속과는 이혼해라'는 식의 재미있는 표편을 담은 표지판들.

창라 고개를 넘어 가는 길.

창라 고개를 넘어 가는 길.

창라 고개를 넘으면 나오는 내리막길 풍경.

창라 고개를 넘으면 나오는 내리막길 풍경.

사고 난 차량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나니 남 일 같지 않아서 정신을 더 바짝 차리고 운전했어요. 안전하게 비포장 내리막을 통과하고 나니 드넓은 초원과 강이 나타났어요. 마치 컴퓨터 배경화면 같은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그 위로는 야크와 말들이 뛰어다니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어요. 심지어 히말라야 마모트(Himalayan marmot)라는 특별한 동물도 만날 수 있었어요. 히말라야 마모트는 해발 3500m에서 5300m 사이에 사는 다람쥣과의 동물로, 주로 부탄과 라다크 지역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녀석들이에요. 달리던 도중에 저 멀리 이상한 움직임이 보여서 잠깐 바이크를 멈췄는데 바로 히말라야 마모트였어요. 히말라야 마모트는 마치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아서 움직임 하나하나에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사람에 길들여진 녀석들이 아니라서 그런지 가까이 다가가니 땅굴 속으로 쏙 들어가버렸어요. 오래 볼 수는 없었지만 멀리서 바라만 봐도 엄마 웃음이 절로 나오는 귀여운 동물이었어요.

야크가 노닐고 있는 초원.

야크가 노닐고 있는 초원.

라다크 지역에서 볼 수 있는 히말라야 마모트.

라다크 지역에서 볼 수 있는 히말라야 마모트.

히말라야 마모트의 집인 작은 땅굴들.

히말라야 마모트의 집인 작은 땅굴들.

초원을 지나자 한 호수가 모습을 드러냈어요. ‘아니 벌써 판공초에 도착한 건가?’ 처음에는 판공초인 줄 착각했지만, 가까이 다가가니 판공초의 1000분의 1도 되지 않는 매우 작은 호수였어요. 그 이름도 인상적인 촐탁 호수(Tsoltak Lake). 작은 호수이지만 호수 앞에 간단한 음식을 파는 휴게소도 있고 휴게소 뒤편의 텐트에서는 숙박도 가능하다고 해요.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호수에 떠 있는 노란 오리배! 해발 4500m의 호수 위에서 오리배라니…. 누가 이 높은 곳에 오리배를 가져다 놓았을까요? 100루피(2000원)에 흥정해서 오리배에 올라탔어요. 고산 호수에서의 오리배는 낭만적일 줄 알았는데 패달을 돌리다 보니 산소가 부족해서 10분 채 타지 못하고 휴게소에서 배 이상의 시간을 쉬어야 했어요. 촐탁 호수에서 촐싹대며 오리배 타는 건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판공초인 줄 착각했던 촐탁 호수.

판공초인 줄 착각했던 촐탁 호수.

촐탁 호수의 풍경.

촐탁 호수의 풍경.

촐탁 호수 위에 뜬 오리배.

촐탁 호수 위에 뜬 오리배.

촐탁 호수의 풍경.

촐탁 호수의 풍경.

촐탁 호수를 지나 지그재그 내리막을 내려오자 탕체(Tangtse)마을에 도착했어요. 몇 채의 식당들이 길을 따라 늘어져 있는 작은 마을인데, 마을 입구에 사람이 북적이는 이유는 검문소가 있기 때문이에요. 마을 입구인 철 다리 앞에는 검문소가 자리잡고 있어서, 지나가는 모든 차들은 멈춰서 신분증과 허가증을 제출해야 해요. 판공초에서 머물기 위해서는 허가증이 필요하거든요. 우리도 레에서 미리 받아 온 허가증의 복사본을 제출하고, 다시 바이크에 올라탔어요. 이제 탕체마을에서 35km만 더 가면 판공초에요. 곧 판공초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어요. 시계 바늘도 어느덧 오후 두 시를 가리켰어요.

이어진 내리막길.

이어진 내리막길.

판공초 가는 길은 완연한 가을이었어요.

판공초 가는 길은 완연한 가을이었어요.

탕체 검문소. 레에서 받아온 허가증을 이곳에서 제출한다.

탕체 검문소. 레에서 받아온 허가증을 이곳에서 제출한다.

빨리 판공초를 보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가는 길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바이크를 자꾸만 세우는 바람에 35km의 길을 가는데 두 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판공초로 향하는 길의 풍경은 한 장면 한 장면을 액자에 담아 두고 싶을 만큼 웅장하고 아름다웠어요. 그래서 곳곳에서 멈추어 사진 찍으면서 느리게 가다보니 시간이 늦어져 버리고 말았죠. 오후 4시쯤 드디어 저 멀리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푸른 물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판공초에요! 판공초를 보자 "우와!!!"라는 함성이 절로 나왔어요. 첩첩산중에 이런 푸른빛의 호수라니….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민둥산과 푸른 호수의 조화는 상상이상으로 아름다웠어요.

바이크를 세워야 했던, 너무도 아름다웠던 풍경들.

바이크를 세워야 했던, 너무도 아름다웠던 풍경들.

드디어 보이기 시작하는 판공초.

드디어 보이기 시작하는 판공초.

판공초 입구에 도착하니 관광객들로 북적였어요. 영화 ‘세 얼간이’의 영향이 큰 지, 호숫가에 영화 소품들을 배치해 놓고는 소품과 사진을 찍으면 사진 한 장 당 30~50루피(500원)을 받고 있었어요. 원래 유료 기념사진을 즐기지 않는 편인데 너무 고생해서 왔기에 여기서 만큼은 찍고 싶어서 노란 스쿠터와 함께 판공초 기념사진을 남겼어요.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바이커들이 판공초에 도착한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어요.

판공초 도착을 기념해 사진 한 장을 찰칵!

판공초 도착을 기념해 사진 한 장을 찰칵!

판공초에 도착한 많은 바이커들.

판공초에 도착한 많은 바이커들.

판공초에 당도한 바이크 여행자라면 응당 찍어야 할 인증샷!

판공초에 당도한 바이크 여행자라면 응당 찍어야 할 인증샷!

이번 판공초 바이크 여행을 통해 느낀 점은 ‘불가능은 없다!’는 거예요. 사실 처음에 바이크 초보들이 해발 5000m가 넘는 비포장길을 넘어 판공초로 간다고 했을 때 모두 불가능이라고 했거든요. 이번 여행은 우리 부부 20대의 마지막 큰 도전이었어요. 나이가 한살 한살 들어갈수록 점점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소극적으로 변해 가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 했는데, 이번 계기로 좀 더 새로운 경험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그러면 곧 맞이할 우리의 30대도 좀더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관련기사

정리 = 양보라 기자

히말라야 깔딱고개 넘어 판공초 가는 길
위험천만 낭떠러지 지나면 푸른 소금호수
해발 4200m에서 만나는 장관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모비온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