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내셔널] “남는 거 없어도 이웃과 나눠요” … 대 이은 ‘1000원의 행복’

중앙일보

입력 2017.10.18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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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달 28일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동 대인시장 ‘해 뜨는 식당’. 오전 11시30분이 되자 60~70대 남녀 손님 3명이 기다렸다는 듯 식당에 들어섰다. 된장국에 김치 등 세 가지 반찬으로 점심을 해결한 이들은 각자 밥값으로 1000원씩을 냈다.

광주 동구 대인시장 ‘해 뜨는 식당’
별세한 김선자 할머니 딸 김윤경씨
고인 이어 불우이웃 위한 밥집 운영
“형편이 허락하면 계속 이어나갈 것”

손님들의 발걸음은 식당 영업이 끝나는 오후 2시 무렵까지 이어졌다. 이 사이 식당 한 쪽에 놓인 투명 금고에는 1000원짜리 지폐가 수북이 쌓여갔다. 점심을 먹은 후 식당을 나서던 정금순(71·여)씨는 “요즘 어디 가서 1000원짜리 밥을 먹을 수 있겠냐”며 환하게 웃었다.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시장 ‘해 뜨는 식당’을 운영하는 김윤경씨.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시장 ‘해 뜨는 식당’을 운영하는 김윤경씨. [프리랜서 장정필]

‘1000원 식당’으로 유명한 이 식당은 현재 김윤경(44·여)씨가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2015년 3월 별세한 식당 주인 김선자(당시 73세) 할머니의 딸이다.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하는 김숙희(65)씨가 김씨와 함께 손님들을 위한 밥과 반찬을 준비한다.

김선자 할머니는 2010년 8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주민과 상인들을 위해 1000원짜리 백반집을 시작했다. 주민들은 개업 후 늘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밥값을 올리지 않는 식당 주인을 향해 “장사가 아닌 봉사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미혼이던 딸 김씨는 설거지를 하며 어머니를 도왔다.

이후 식당은 김 할머니가 암 투병 중 작고하자 시장 상인들이 영업을 이어갔다. 딸 김씨는 ‘대를 이어 식당을 운영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어머니가 고인이 된 지 한 달 만에 식당 운영에 뛰어들었다.

생전 김 할머니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식당을 이끌어갈 사람을 찾았다. 독거노인 등 형편이 어려운 이웃이 계속 1000원만 내면 눈치보지 않고 식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한 김 할머니는 딸 김씨가 대를 이어주길 바랐다고 한다.

중국 등 해외에서 생활해온 온 김씨도 처음에는 식당을 맡을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김 할머니가 사망한 뒤 ‘어머니의 뜻을 이어가야한다’는 생각에 직접 운영에 뛰어들었다.

식당 앞 ‘백반 1000원’ 간판. [프리랜서 장정필]

식당 앞 ‘백반 1000원’ 간판. [프리랜서 장정필]

김씨는 1000원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 원래 하던 무역 관련 일을 그만두고 한국에 정착했다. 대신 식당 인근 보험회사에 취직해 식당 운영과 보험설계사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식당 수입만으로는 식재료비를 충당하기도 버거워서다. 김씨는 매일 오전 9시부터 보험회사에서 일한 뒤 오전 10시30분쯤 식당으로 향한다. 평일 오전 11시30분~오후 2시인 식당 영업시간에 맞춰 요리를 하는 등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오후 3시쯤 설거지와 뒷정리가 끝나면 다시 보험회사로 돌아가 근무한다. 식당은 토요일에도 문을 연다.

식당에서 제공하는 반찬. [프리랜서 장정필]

식당에서 제공하는 반찬. [프리랜서 장정필]

어머니에 이어 주변 이웃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는 김씨의 모습에 감동한 개인과 단체가 식당을 지원하고 있다. 시장 등 주변 상인들은 참기름과 고기를 정기적으로 보내오고, 개인들은 쌀과 식당 용품 등을 기부한다. 해당 식재료는 하루 70~80여 명의 이웃이 식당에서 1000원에 점심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밑천이 되고 있다.

김씨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힘든 점도 있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이 크다”며 “형편이 허락하는 한 따뜻한 한 끼 식사를 1000원에 제공함으로써 어머니의 뜻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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