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현장에서] 트럼프 1박 국빈 방문에 워싱턴 국감서 “코리아 패싱 아니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주미대사관 국정감사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박 국빈 방문’을 놓고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논란이 벌어졌다. 일본과 중국 일정은 2박인 데 비해 25년 만의 국빈 방문이라는 한국 일정은 1박뿐인 것이 ‘코리아 패싱’ 아니냐고 야당 의원들이 일제히 지적하면서다. 안호영 주미 대사는 “한·중·일 3국 최종 조율이 끝나지 않았다”고 답했지만 국감 종료 6시간 만에 청와대가 1박 방문을 확인하면서 거짓 해명이 돼 버렸다.

야당, 트럼프 방일 더 긴 것 두고 #“한국 문제, 일본과 협의하는 건가”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은 방한에 비해 방일 기간이 더 긴 것을 두고 “실제 우리가 미국과 사이가 안 좋기 때문에 한국 문제를 일본과 협의하는 게 아니냐”고 캐물었다. 같은 당의 유기준 의원도 “(하루에) 주한미군을 만나고 정상회담·국회연설까지 절대적 시간이 적지 않으냐”며 “일본의 아베 총리가 (미국 방문 때)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치며 오해를 풀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 시간 이상 의견을 나눈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안호영 대사는 “머무르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어떤 일을 하느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양국 정상이 북핵 위기 등 현안에 대해 간극을 좁히기 위해 어떤 일정이 준비돼 있는지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관련기사

이날 국감에서 제기된 한·미 관계에 대한 걱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1박 방한만은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미군철수를 포함한 미·중 빅딜을 체결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750개 북한 핵시설을 무력화하는 군사옵션에 대한 우리 측 입장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때마다 안 대사는 “미·중 빅딜설은 아이디어로서 가능할지 몰라도 실현 가능성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한·미 동맹에 균열은 없다” 등 고장난 녹음기 같은 답변을 되풀이했다. 외교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의원과의 질의응답에선 듣는 이를 맥빠지게 하는 대답도 나왔다. 이 의원이 “우리는 북한 유엔대표부와의 채널이 없어졌느냐”고 묻자 안 대사는 “그렇다”고 시인했다. 대화를 외치면서도 정작 정부가 가진 수단은 없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서 중요한 것은 몇 밤을 자느냐가 아니라 한·미 두 정상의 합의와 공감이다. 대북 군사옵션을 완성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일본을 거쳐 중국에서 새로운 북핵 해법 합의를 시도할 공산이 크다. 그런 트럼프를 맞이할 준비가 제대로 돼 있는지가 관건이지만 정작 우리 외교의 최일선인 주미 대사관 국감에선 확인할 수 없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