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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히스 레저 사망 10주기···당신이 몰랐던 그의 얼굴 6가지

중앙일보

입력

삶을 무한히도 사랑했던 배우 히스 레저 #다큐멘터리 '아이 앰 히스 레저' 사진으로 보기

다큐멘터리 ‘아이 앰 히스 레저’ / 사진=오드

다큐멘터리 ‘아이 앰 히스 레저’ / 사진=오드

[매거진M] 스물여덟에 세상을 떠난 히스 레저(1979~ 2008)는 여전히 마음이 미어지는 이름이다. ‘아이 앰 히스 레저’(10월 19일 개봉, 안드리안 부이텐후이스·데릭 머레이 감독)는 삶과 죽음 이면에 있던 그의 진짜 얼굴을 들여다 보는 다큐멘터리다. 동료 배우와 감독, 친구와 가족의 인터뷰와 생전에 레저가 직접 찍은 영상에는 불꽃같은 에너지를 내뿜던 레저가 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의 모습을 이 작품에 담긴 사진에서 찾았다.

#1: 쉼없이 예술을 꿈꿨던 남자

사진=유튜브 '아이 엠 히스레저'트레일러 캡쳐

사진=유튜브 '아이 엠 히스레저'트레일러 캡쳐

그는 배우가 된 후 늘 카메라와 함께 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 필름 카메라 등으로 자기 자신과 주변 사물을 찍었다. 촬영 각도, 노출 측정 방법 등을 독학으로 익히며 역할을 탐구했다. 레저가 바란 건 사람들이 한 번도 보지 못한 연기였다.

다큐멘터리 ‘아이 앰 히스 레저’ / 사진=오드

다큐멘터리 ‘아이 앰 히스 레저’ / 사진=오드

친구 트레버 디카를로는 “히스는 계속 다르게 찍으면서 시선 처리, 웃는 모습 등 개선할 부분을 찾아냈다”고 말한다. 넘치는 에너지와 왕성한 호기심. 그의 관심은 오롯이 예술과 인간을 향해 있었다. 레저가 예술에 비견할 연기를 꿈꾸며 남긴 많은 영상은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한 중요한 토대이자, 광기에 가까울 만큼 치열했던 삶의 증거다.

#2: 친구들을 사랑한 파티 피플

1 뮤지션 닉 드레이크를 좋아했던 레저는 직접 디제잉을 즐길 만큼 음악을 가까이 했다. / 사진=오드

1 뮤지션 닉 드레이크를 좋아했던 레저는 직접 디제잉을 즐길 만큼 음악을 가까이 했다. / 사진=오드

‘패트리어트-늪 속의 여우’(2000,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등의 흥행으로 스타가 된 레저는 LA에 집을 마련했다. 이 집은 당시 할리우드 스타들이 제집 드나들 듯 오갔던 ‘파티 하우스’였다. 언제나 문을 잠그지 않은 채 친구들을 두 팔 벌려 환영했고 매일 함께 예술과 영화에 대해 토론했다. 심지어 레저가 외국에서 촬영할 때도 주인 없는 집에 손님이 머물 정도였다.

 2 배우 벤 멘델슨에 따르면 ’레저의 집은 ‘안투라지’ 시리즈(2004~2011, 할리우드 배우들의 연예계 생활을 그린 미국 드라마)의 주연 배우가 찾아와 연기에 참고했을 정도였다“고. 다큐멘터리 ‘아이 앰 히스 레저’ / 사진=오드

2 배우 벤 멘델슨에 따르면 ’레저의 집은 ‘안투라지’ 시리즈(2004~2011, 할리우드 배우들의 연예계 생활을 그린 미국 드라마)의 주연 배우가 찾아와 연기에 참고했을 정도였다“고. 다큐멘터리 ‘아이 앰 히스 레저’ / 사진=오드

“자신의 성공을 친구들과 나누고 싶어 했고”(나오미 왓츠) “언제나 어딜 가든 빛이 나던 친구.”(맷 아마토 감독) 친구들이 기억하는 그는 타인과 교감할 줄 아는, 따뜻하고 열린 사람이었다.

#3: 영혼을 불태워 연기한 배우

3 2000년 ‘기사 윌리엄’(2001, 브라이언 헬겔랜드 감독) 출연 당시.

3 2000년 ‘기사 윌리엄’(2001, 브라이언 헬겔랜드 감독) 출연 당시.

왓츠는 인터뷰에서 “좋은 외모·재능·육체미·남성성·목소리까지. 레저는 남자 배우로 성공할 모든 요소를 갖고 있었다”고 말한다. 레저는 배우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4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2009, 테리 길리엄 감독) 촬영 당시 극중 의상을 입고 직접 찍은 모습.

4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2009, 테리 길리엄 감독) 촬영 당시 극중 의상을 입고 직접 찍은 모습.

열아홉에 고향인 호주 퍼스를 훌쩍 떠나 할리우드에 와 단숨에 하이틴 로맨스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1999, 길 정거 감독)의 주연 패트릭 역을 따내며 할리우드의 샛별이 됐다. 하지만 청춘 스타의 행로는 밟지 않았다. ‘스파이더맨’(2002, 샘 레이미 감독) 출연 제의를 거절하고 ‘패트리어트-늪 속의 여우’에 출연했다. 에머리히 감독, 멜 깁슨과 함께 작업하고 싶어서였다.

 5‘독타운의 제왕들(2005, 캐서린 하드윅 감독)’에 출연했을 때. 하드윅 감독은 호아킨 피닉스 같은 성격파 배우를 원해 레저의 캐스팅을 꺼렸지만 캐릭터를 완벽히 분석해 온 그의 열정에 마음을 바꾸었다.

5‘독타운의 제왕들(2005, 캐서린 하드윅 감독)’에 출연했을 때. 하드윅 감독은 호아킨 피닉스 같은 성격파 배우를 원해 레저의 캐스팅을 꺼렸지만 캐릭터를 완벽히 분석해 온 그의 열정에 마음을 바꾸었다.

잘생긴 하이틴 스타에서 영혼을 불태우며 연기에 매진한 실력파 배우로. 그는 매 작품 스스로를 파괴하며 나아갔다. “히스는 긴장이 느껴지지 않는 일엔 관심이 없었어요. 늘 자신을 극한으로 내몰며 온몸을 내던져 달렸죠.” 오랜 친구이자 뮤지션인 벤 하퍼의 말이다.

6 다크나이트의 한 장면. ‘다크 나이트’(2008,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조커를 연기할 때 레저는 친구들에게 ’이번엔 정말 완벽하게 했어“라고 말했다. / 사진='다크 나이트' 스틸

6 다크나이트의 한 장면. ‘다크 나이트’(2008,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조커를 연기할 때 레저는 친구들에게 ’이번엔 정말 완벽하게 했어“라고 말했다. / 사진='다크 나이트' 스틸

#4: '딸바보'였던 아버지

 7 미셸 윌리엄스가 임신했을 때 공식 석상에 나선 둘. 윌리엄스는 이 다큐멘터리에 인터뷰이로 참여하지 않았고, 레저와 함께 있는 과거 영상에만 나온다. 다큐멘터리 ‘아이 앰 히스 레저’ / 사진=오드

7 미셸 윌리엄스가 임신했을 때 공식 석상에 나선 둘. 윌리엄스는 이 다큐멘터리에 인터뷰이로 참여하지 않았고, 레저와 함께 있는 과거 영상에만 나온다. 다큐멘터리 ‘아이 앰 히스 레저’ / 사진=오드

레저는 2004년 ‘브로크백 마운틴’(2005, 이안 감독)에서 함께 연기한 배우 미셸 윌리엄스와 사귀기 시작했다. 뉴욕에 살던 둘은 이듬해 딸 마틸다 레저를 낳았다. 레저는 “마틸다를 낳은 건 내 인생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딸을 극진히 사랑했다.

8 레저의 가족들은 마틸다가 태어난 후 ’그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레저는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며 ’아빠로 사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고 말한다. 다큐멘터리 ‘아이 앰 히스 레저’ /사진=오드

8 레저의 가족들은 마틸다가 태어난 후 ’그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레저는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며 ’아빠로 사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고 말한다. 다큐멘터리 ‘아이 앰 히스 레저’ /사진=오드

하지만 2007년 결별했고, 사유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결별 사실조차 2007년 윌리엄스의 아버지가 인정했을 정도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레저의 친구들은 원래도 잠을 잘 못 자던 그가 윌리엄스와 헤어진 후 더 심한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말한다. 레저는 2008년 1월 22일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촬영 중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세상을 떴다. 현재 마틸다는 윌리엄스가 홀로 키우고 있다.

#5: 천진난만한 장난꾸러기

 9 친구들이 찍은 영상에 맡긴 레저의 평상시 모습. 늘 활기찼던 그의 이메일 주소는 ‘Iwillberunningaround(계속뛰어다닐거야)@**.com’이었다. 다큐멘터리 ‘아이 앰 히스 레저’/ 사진=오드

9 친구들이 찍은 영상에 맡긴 레저의 평상시 모습. 늘 활기찼던 그의 이메일 주소는 ‘Iwillberunningaround(계속뛰어다닐거야)@**.com’이었다. 다큐멘터리 ‘아이 앰 히스 레저’/ 사진=오드

이 작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레저의 미소다. 자신을 찍고 있는 친구를 향해 히죽 웃는 얼굴. 어린아이 같은 장난기 넘치는 쾌활한 성품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작품 말미 그의 오랜 동료 스티브 알렉산더(에이전트)는 이렇게 말한다. “그의 죽음 뒤에 여러 말이 오갔지만, 진실을 말하자면 그는 정말 행복했고 삶을 사랑했고 괴로움이 있어도 앞으로 달려 나갔어요.”

10 ‘기사 윌리엄’ 촬영 당시 친구의 카메라를 보며 장난치는 모습. 이 다큐멘터리에서 레저의 한 친구는 ’그가 살아 있을 때 나는 더 행복했다“고 고백한다. 다큐멘터리 ‘아이 앰 히스 레저’/ 사진=오드

10 ‘기사 윌리엄’ 촬영 당시 친구의 카메라를 보며 장난치는 모습. 이 다큐멘터리에서 레저의 한 친구는 ’그가 살아 있을 때 나는 더 행복했다“고 고백한다. 다큐멘터리 ‘아이 앰 히스 레저’/ 사진=오드

궁금증이 남는다. 그런 그가 왜 잠을 자지 못했을까. 아쉽게도 이 다큐멘터리는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어쩌면 이건 이 작품의 결정적인 패착이자 두 감독이 레저의 죽음을 파헤치지 않으려는 태도일 것이다. “신이 질투할 만큼 재능이 많았다”는 이안 감독의 말처럼, 그의 죽음은 그저 신의 가혹한 뜻이었을까.

#6: 열정적인 연출가 

 11 벤 하퍼의 뮤직비디오를 찍던 당시. 다큐멘터리 ‘아이 앰 히스 레저’ 사진=오드

11 벤 하퍼의 뮤직비디오를 찍던 당시. 다큐멘터리 ‘아이 앰 히스 레저’ 사진=오드

레저가 연기만큼 몰두했던 건 연출이었다. 일찌감치 친구 뮤지션 벤 하퍼, 엔파 포스터 존스의 뮤직비디오를 직접 연출했을 만큼 열의가 있었다. 이후 비밀리에 친구 맷 아마토 감독과 함께 ‘더 메시스’라는 레이블을 만들어 인디 밴드를 발굴하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12 레저는 빛의 각도 등을 연구하며 영상 연출과 연기에 관해 연구했다. 다큐멘터리 ‘아이 앰 히스 레저’ 사진=오드

12 레저는 빛의 각도 등을 연구하며 영상 연출과 연기에 관해 연구했다. 다큐멘터리 ‘아이 앰 히스 레저’ 사진=오드

 13 ‘포 페더스’(2002, 세자르 카푸르 감독) 촬영이 끝난 후, 동료 배우 디몬 하운수와 함께 찍은 사진. 다큐멘터리 ‘아이 앰 히스 레저’ 사진=오드

13 ‘포 페더스’(2002, 세자르 카푸르 감독) 촬영이 끝난 후, 동료 배우 디몬 하운수와 함께 찍은 사진. 다큐멘터리 ‘아이 앰 히스 레저’ 사진=오드

이 작품엔 동료의 음악에 꼭 맞는 영상을 만들려 온 힘을 쏟는 그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는 언제나 감독을 꿈꿨다. 존경했던 선배 배우 멜 깁슨처럼. 레저는 죽기 전까지 어릴 적부터 좋아한 체스를 소재로 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사진=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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