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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소장 공석 사태 깊은 우려…조속한 임명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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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뒤 국정감사가 파행될 때까지 언급을 삼갔던 헌법재판소가 16일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내놨다. 헌재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 “헌법재판관 전원(8명)이 모여 소장 공백 사태 장기화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8인 재판관' 소장 공석 장기화 우려 표명 #박한철 전 소장 퇴임 후 9개월째 수장 공백 #'8인 체제' 장기화로 심판 업무 차질도 #"헌재 정쟁 도구로 삼는 정치권 대결 끝내야"

헌재에 따르면 김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은 “소장과 재판관 공석 장기화로 인해 정상적인 업무 수행은 물론 헌법기관으로서 위상에 상당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조속히 임명절차가 진행되어 헌재가 온전한 구성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인식을 같이한다”며 소장과 재판관 임명절차를 조속히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재판관들이 착석한 가운데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선고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재판관들이 착석한 가운데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선고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국회는 지난달 11일 김 권한대행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부결했다. 일주일 뒤(18일) 헌법재판관들은 간담회를 열고 김 권한대행 체제를 계속 유지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도 헌법재판관들의 뜻을 존중해 김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소장 임기 문제를 국회가 입법적으로 해결할 때까지 새 소장 후보를 지명하지 않기로 방침을 굳혔다.

이런 청와대 발표는 야당의 반발을 불렀다. 지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재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김 권한대행의 자격 문제와 청와대 발표를 문제 삼아 감사를 거부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김 권한대행에게 재판관직 자진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90분간 여‧야 의원들 사이에 고성과 논쟁이 오간 끝에 국감은 파행됐다. 여야는 아직 헌재 국감을 위한 새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다. 국감이 파행된 뒤에도 문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권한대행을 두둔하고 야당을 비판하면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5부 요인 초청 오찬 간담회에 입장하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5부 요인 초청 오찬 간담회에 입장하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헌재가 정쟁의 중심에 선 것에 대해 헌재 내부에선 문 대통령에 대한 섭섭함과 야당의 정치공세를 동시에 비판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헌재의 한 연구관은 “헌법기관의 수장 공백이 9개월째에 이르는데도 후임 소장을 임명하지 못한 것은 정치권이 헌법재판소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부당한 이유로 김 권한대행의 인준안을 부결시킨 국회 책임이 크지만 임명권자(대통령)도 헌재 정상화를 최우선에 두고 정치적 타협 노력을 더 기울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일부는 "새 정부 수립에 결정적 역할을 한 헌재를 청와대가 지나치게 홀대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헌재의 상징적 권위가 실추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권한대행 체제의 장기화와 재판관 공백 때문에 헌재가 심판 과정에서 좀 더 확고한 결정을 내리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며 “헌재를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는 태도를 버리고 9인 체제 정상화를 위해 청와대와 국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신중하게 공식 입장을 정리해야 할 사안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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