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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공무원 아버지 보며 공무원 됐던 아들의 비극

중앙일보

입력

▼ 공무원 아버지 보며 공무원 됐던 아들의 비극 ▼

22년간 사법부 일반직 공무원으로 일하던 아버지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보며
공무원을 꿈꿨습니다

2014년 서울시 7급 행정직에 합격한 뒤
2015년부터 서울시 본청에서 근무

독학으로 공무원시험에 합격했을 때,
“장원 급제한 것처럼 기쁘다"면서 아들을 안아주었던
부모님

그러나 이제
아들을 더 이상 안아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김 주무관은
과다한 초과 근무와 업무량에 괴로워하다
지난달 18일
자신이 사는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했습니다

김 주무관은 첫 업무로
청소년 관련 업무를 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들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아버지는 기억했습니다

아들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지게 된 건
지난 1월, 예산과로 발령받은 후였습니다

“아들은 예산 철인 지난 7월부터 주말도 예외 없이 거의 매일 야근을 했어요.
8월부터 숨지기 직전까지는 거의 매일 밤 12시가 넘어 집에 왔습니다.
새벽 3~4시에 퇴근한 날에도 잠깐 눈 붙이고 아침 8시에 출근했습니다”

아버지가 꺼내 보인 아들의 업무 수첩에는
일별 업무로 빼곡했습니다

8월 한 달간 27일간 170시간의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아들의 추모식 후에 박원순 시장과 류경기 부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직원들이 이렇게 일하는 걸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하더군요”

“‘복지’를 강조하면서 정작 직원의 살인적인 업무는 당연하게 여기는 공직사회 문화에 회의를 느낍니다”

박원순 시장이 부임한 2011년 이후
김 주무관을 포함해 7명의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2015년 12월 2명이 잇따라 투신한 사건을 계기로
서울시는 ‘직원 중심의 조직문화 혁신 방안’을 발표했지만
또 다른 투신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서울시는 부서마다 업무량에 비례해 직원 수는 적절한지, 한 사람이 너무 과중한 업무를 맡고 있진 않은지 들여다보고 잘못된 부분은 확실히 뜯어고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일은 또 생길 것입니다”

“박 시장의 약속을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김 주무관의 아버지는
공무원들이 다시는 아들과 같은 일을 겪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기획: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제작:  오다슬 인턴 oh.da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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