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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파발 총기사고 축소수사"…유족, 경찰에 재조사 요청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15년 구파발 검문소에서 근무하다 경찰관이 쏜 총탄에 맞아 숨진 의경의 유족이 “축소 수사가 이뤄졌다”면서 경찰의 재조사를 요구했다.

기사 내용은 사진과 관계 없음. [중앙포토]

기사 내용은 사진과 관계 없음. [중앙포토]

16일 유족과 경찰에 따르면 유족은 최근 경찰청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가해자가 아들의 가슴을 정조준해 고의로 방아쇠를 당겼음에도 당시 은평경찰서는 살인죄가 아닌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축소·은폐 수사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박모 수경(당시 21세)은 2015년 8월 25일 오후 구파발 검문소 생활실에서 박모(56) 경위가 쏜 38구경 권총 총탄에 왼쪽 가슴을 맞아 숨졌다. 박 경위는 “탄창 첫 번째 칸이 비어 있는 줄 알고 실탄이 안 나갈 줄 알고 방아쇠를 당겼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해 그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살인 혐의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검찰이 예비적 공소사실로 넣은 중과실치사죄만 인정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박 경위에게 징역 6년형을 확정했다.

유족은 “당시 은평서가 첫 조사 문건부터 혐의를 ‘업무상 과실치사’로 표기하는 등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보였다”면서 “현장검증도 유족을 참관시키겠다고 통보했다가 유족 모르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박 경위에게 실수로 몰아가듯 질문했고 사건을 목격한 의경들이 조사를 충분히 받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피진정인인 A 총경(당시 은평경찰서장)은 “애초 과실치사로 정하고 조사했다는 추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외부 법률 전문가 자문을 구하고 검찰과 협의해서 과실치사로 결론지어 송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청은 최근 출범한 민·경 합동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에 이 사건을 재조사할지 검토하도록 했다. 경찰은 또 법원이 박 경위에게 격발 고의가 없었다는 판단에 따라 지칭해온 ‘구파발 총기 오발 사고’에서 ‘오발’이라는 단어를 빼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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