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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이더리움 하드포크 성공…“주류 블록체인 입지 다졌다”

중앙일보

입력

암호화폐(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에 16일 ‘역대급’ 변화가 일어났다. 일명 ‘비잔티움’ 하드포크(일종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다. 이로써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말한 ‘플랫폼’으로서의 이더리움 세계 구축에 초석을 쌓았다.

이더리움 비잔티움 하드포크 일정을 알려주는 사이트(https://fork.codetract.io). 하드포크 성공 직후 이를 축하하는 각종 아이콘들이 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더리움 비잔티움 하드포크 일정을 알려주는 사이트(https://fork.codetract.io). 하드포크 성공 직후 이를 축하하는 각종 아이콘들이 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맏형’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이더리움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긴 했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3일 5856.1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규제 이슈에 지난달 15일 3000달러 선을 내준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서도 13일 1비트코인당 698만2000원을 기록,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16일 오후 2시 22분, 비잔티움 하드포크 #이더리움 로드맵 4단계 충실히 이행 중 #하드포크 성공으로 350달러선 회복 #오류 막기 위해 24시간 입출금 불가

이더리움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둔했다. 그래도 지난달 13일과 비교하면 약 50% 뛰었다. 이더리움 역사상 가장 큰 업그레이드(하드포크)에 대한 기대감 덕이다. 특히 이날(16일) 오후 2시 22분 하드포크에 성공하면서는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다. 이더리움은 이날 오후 2시 50분 현재는 351달러(국내에서는 39만원) 선에 거래 중이다.

이더리움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이더리움 월드를 구축하라…로드맵 4단계

이날 벌어진 일을 이해하려면 ‘이더리움 로드맵 4단계’를 이해해야 한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등 이더리움재단은 연초 이더리움이 미래 어떤 모습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1단계는 ‘프론티어(Frontier)’다. 서부 개척시대를 떠올리면 된다. 암호화폐 거래를 위해 코인을 채굴 및 발행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단계다. 암호화폐 블록체인이 생성되는 단계인 셈이다.

출처: 이더리움재단

출처: 이더리움재단

2단계는 ‘홈스테드(Homestead)다. 사전적으로는 ‘농장의 건물과 땅이 딸린 주택’을 의미한다. 이더리움이라는 신대륙 개척에 나서는 집들이 하나 둘 생기는 시점이라고 보면 된다. 이더리움 생태계를 구축하는 단계다. 이더리움의 성장을 위해 각종 기능을 업데이트하고 보완한다. 지금 단계가 홈스테드다. 현재 이더리움재단 홈페이지(ethereum.org)에 접속하면 맨 처음 볼 수 있는 화면이 홈스테드 단계를 의미하는 화면이다.

출처: 이더리움재단

출처: 이더리움재단

3단계는 ‘메트로폴리스(Metropolis)’다. 홈스테드가 모여 도시를 이룬다는 의미다. 이더리움의 대중화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가 형성되는 시기다. 이더리움의 본격적인 성장 및 활용이 기대된다. 이 단계에서는 일반인들도 암호화폐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결제 처리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때문에 메트로폴리스 단계에서 채굴 방식의 전환이 시작된다. 전기를 지나치게 소비하는 ‘작업증명(PoW)’ 방식에서 보다 효율적인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서서히 바뀐다.

4단계는 ‘세레니티(Serenity)’다. 사전적 의미는 ‘평온’ 혹은 ‘평정’이다. 곧, 모든 변화 후에 끝내는 평온을 찾는다는, 이더리움의 최종 단계다.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모든 기록을 담을 정도의 블록체인이 완성된다. 채굴도 완전히 PoS 방식으로 전환된다. 아직 이 단계에 대한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주류 블록체인으로…가격 오를 것”

메트로폴리스를 위한 하드포크는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비잔티움과 콘스탄티노플이다. 이날 이뤄진 하드포크가 비잔티움 하드포크다. 콘스탄티노플 하드포크 일정은 아직 명시되지 않았다.

비잔티움 하드포크를 통해서 스마트 계약의 보안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해결책이 도입되며, 성능도 개선되고 호환성을 높여주는 몇 가지 업데이트도 이뤄진다. 무엇보다 PoS 전환을 위해 작동했던 난이도 폭탄이 1년반 연기된다. 대신 블록당 채굴 보상은 5이더에서 3이더로 줄었다. 복잡한 얘기이지만 결론적으로 이더리움 채굴업자들의 채산성이 현재보다는 조금 나아질 것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목적의 비잔티움 하드포크는 16일 오후 2시 22분경 일어났다. 이더리움의 437만번째 블록을 기점으로 하드포크(업그레이드)됐다.

이더리움 비잔티움 하드포크를 축하하는 비탈릭 부테린(왼쪽). 출처: 비탈릭 부테린 트위터

이더리움 비잔티움 하드포크를 축하하는 비탈릭 부테린(왼쪽). 출처: 비탈릭 부테린 트위터

만약 이 블록을 기점으로 업그레이드된 버전이 아니라 옛날 버전의 블록체인이 계속 생성이 된다면, 이는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처럼 두 개로 쪼개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비트코인과 달리 이더리움은 부테린이나 이더리움재단의 강력한 리더십하에 발전 방향을 설계한다. 조금 더 지켜봐야 겠지만, 비잔티움 하드포크를 통해 새로운 암호화폐가 탄생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드포크로 인한 이더리움 송금 오류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국내외 거래소들은 대부분 임시로 이더리움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했다. 빗썸은 앞서 공지를 통해 16일 정오부터 24시간 동안 이더리움 입출금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코인원도 이날 오후 1시부터 약 24시간 동안 이더리움 입출금을 막을 계획이다. 다만, 거래소 안에서 이뤄지는 매매는 평시처럼 가능하다.

당초 이더리움재단은 비잔티움 하드포크가 8~9월에 이뤄질 것이라고 했지만 일정을 계속 연기, 결국 이날 하드포크가 이뤄졌다. 특히 하드포크를 하루 남겨 둔 15일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돼 하드포크 일정이 또 연기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이날 한때 이더리움 가격이 320달러선(국내에선 36만원선)으로 밀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더리움재단이 하드포크는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다시 가격을 회복했다.

이번 하드포크 성공으로 이더리움의 장기 가격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한 암호화폐 전문가는 “이더리움이 기술적 오류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면서 플랫폼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며 “4차 산업의 주류 블록체인으로 이더리움이 널리 쓰이면 결국 이더리움(ETH) 가격이 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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