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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 변호인들 모두 사퇴하면 재판은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입력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추가 구속에 반발하며 ‘전원 사임’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재판부가 재판 지연 등을 이유로 다시 생각해볼 것을 법정에서 요청하는 이례적인 상황도 벌어졌다. 박 전 대통령이 입장을 유지하면 국선변호인을 선임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게 됐다.

다음 재판인 19일 전까지 변호인 선임돼야 #재판부가 직권으로 국선변호인 지정할 수도 #재판 지연 불가피…검찰, 증거 철회 가능성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16일 열린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과 피를 토하는 심정을 억누르며 살기가 가득한 법정에 피고인을 홀로 두고 떠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의 롯데·SK 뇌물 혐의에 대해 2차 구속영장을 발부한 데 항의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호송버스에서 내려 법정으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호송버스에서 내려 법정으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누구보다 사건 내용과 진행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변호사들이 사퇴하면 고스란히 피해가 피고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실체 규명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 사임 여부를 신중히 다시 생각해달라”고 만류했다. 검찰도 “사임 의사 표명은 유감이다. 피고인 측에서 재판에 협조해주시길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 일정에 대해 “새 변호인이나 국선변호인의 의견에 따라 변경하는 한이 있더라도 19일로 기일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이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철회하거나 박 전 대통령이 새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을 경우 일단 국선변호인을 통해 다음 재판을 열겠다는 뜻이다.

형사소송법(33조)와 형사소송규칙 등에 따르면 피고인이 구속됐거나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등에 변호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변호인이 없을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재판을 열 수 있다. 즉 다음 기일인 19일 전까지 새 변호인이 선임되지 않으면 국선변호인이 출석해야 한다.

재판부는 먼저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고지서를 박 전 대통령 측에 보낸 뒤, 재판부에 전속된 국선변호인 예정자 명단 등에서 사건 수임 의사를 밝힌 변호인을 정할 수 있다. 보통 공익법무관, 사법연수생, 관할 구역 내에 사무실을 둔 변호사 등이 선정 대상이 된다. 국선변호인의 보수는 법원이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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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박 전 대통령이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겠다는 입장을 재판부에 전할 경우 재판부가 기일을 미룰 수도 있다. 특히 다음 기일인 19일엔 핵심 증인이자 공범관계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증인신문이 예정돼있어 당장 재판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새 변호인이 선임된다고 하더라도 당초 전망됐던 연내 선고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이 12만쪽에 달하는 수사·재판기록을 새로 검토해야하기 때문이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재판 출석을 거부할 경우 구인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궐석 상태로 재판을 진행해 결심·선고까지 진행할 수 있지만 국정농단 이라는 사건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재판부에게 큰 부담이 되는 선택지다. 다만 검찰이 증인·증거 신청을 대거 철회해 심리를 단축시킬 가능성도 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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