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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정책기획위는 새로운 실험? ‘관료패싱’의 상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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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실험이 될 것인가, ‘관료 패싱’의 심화를 불러올까.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정책으로 만드는 역할을 할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가 조만간 출범한다. 청와대에 따르면 정책기획위는 ▶국민주권 ▶국민성장 ▶분권·발전 ▶포용사회 ▶평화번영 등 5개 분과로 구성되고 각각 20명씩 모두 100여명의 위원이 위촉될 예정이다.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장을 맡았던 정해구(62) 성공회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위원회 산하에 설치되는 사무처는 정태호(54) 청와대 정책기획비서관이 간사로서 총괄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청와대는 ‘위원회 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역대 정부와 달리 여러 위원회를 효율적으로 통·폐합했다고 말하고 있다. 단순히 옥상옥(屋上屋) 구조를 만드는 게 아니라 정책을 기안하는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싱크탱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정해구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정책기획위원회는 모든 국정과제를 총괄하면서 기획해야 하는 위원회”라며 “어떤 면에서는 우리 문재인 정부의 국정 전반에 걸쳐서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 일도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청와대에는 인력이 많지 않고, 정부 부처는 집행을 하는 기관”이라며 “정책기획위원회가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각 부처 간에 조율이 필요한 사안은 청와대가 조정을 하고, 집행은 정부가 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중요한 정책의 헤드쿼터는 정책기획위가 되고 각 부처는 집행 기능을 강조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정책 수립의 ‘두뇌’는 정부 조직의 밖에 두고, 정부 조직은 ‘팔·다리’로 삼겠다는 새로운 정책적 실험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법적 권한과 정치적 책임이 없는 위원회에 힘이 실리면 결국 부작용만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책기획위가 대통령령에 따라 설치된 조직일지라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수장이 임명되고 국정감사 등 각종 견제 장치가 많은 정부 부처에 비해선 법적 근거가 약하기 때문이다.

새 정부 들어서 증세 논의 과정이나 ‘탈원전’, 부동산 정책 등에서 청와대와 정치권이 이슈를 이끌고 관료는 건너뛰는 이른바 ‘관료 패싱’이 심화하는 가운데 결국 정부 정책이 실험의 장에 머물러 혼선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해구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 [중앙포토]

정해구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 [중앙포토]

정해구 위원장이 국정원 개혁발전위원장으로서 각종 ‘적폐 청산’ 작업을 주도한 이력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경제 부처에 혼선만 초래한 청와대 다섯 시어머니도 부족해서 모든 정부 부처에 정책기획위라는 시누이 100명을 뒀다가는 문재인 정부는 실패의 길로 가고 말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폐단으로 드러나 있는 제왕적 대통령도 모자라서 이제는 아예 ‘제왕’이 되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정책기획위에 큰 힘 실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대선 때 문 대통령을 도운 전문가와 학자에게 정부 부처나 산하기관에 줄 수 있는 자리는 한정돼 있는 만큼 정책기획위원 자리가 논공행상의 상징적 의미로 쓰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정책기획위는 말 그대로 자문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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