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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심장마비 환자 15%는 건강한 사람, 유전성 부정맥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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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심장마비 증상이 5분 이상 지속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중앙포토]

급성 심장마비 증상이 5분 이상 지속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중앙포토]

급성 심장마비로 쓰러진 사람의 15%가 평소 다른 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원인은 유전성 부정맥이다. 또 전체 급성 심장마비 환자의 약 40%가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심장학회, 연구 결과 공개 #건강해도 유전성 부정맥 때문에 심장마비 걸려 #2007~2015년 1979명 급성 심장마비 발생 #이 중 14.7% 유전성 부정맥이 원인 #서양(1~2%)·일본(10%)보다 높아 주의 요망 #건강한 상태였다가 갑자기 발생해 예측 불허 #가족 중 돌연 심장사·부정맥 환자 있으면 조기 검진 #“심전도 검사, 국민건강검진 필수 항목에 추가해야”

심장마비는 대부분 흡연·고혈압·고지혈증 때문에 관상동맥이 좁아져 발생한다. 하지만 이번에 건강한 사람이라도 가족 중에 돌연사(심장마비)나 부정맥을 앓은 적이 있으면 본인도 부정맥이 생겨 급성 심장마비로 쓰러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심장마비 증상은 3분 이상 이어지면 뇌가 망가지고, 5분 넘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대한심장학회(이사장 박승정)는 16일 "국내 급성 심장마비 환자 1979명을 분석한 결과 290명(14.7%)이 유전성 부정맥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심장학회는 최근 추계학술대회에서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부정맥은 심장을 뛰게 하는 심장 내 전기 신호가 고장 나 생기는 질환이다. 이중 브루가다 증후군, 긴QT 증후군, 우심실심근병증 같은 유전성 부정맥은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발생한다.

우리나라 급성 심장마비 환자 중 14.7%가 유전성 부정맥이 원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포토]

우리나라 급성 심장마비 환자 중 14.7%가 유전성 부정맥이 원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포토]

연구를 주도한 고대안암병원 심혈관센터 최종일 교수팀은 유전성 부정맥과 급성 심장마비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건강보험공단 112만5691명의 자료 9년(2007~2015) 치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1979명에게서 급성 심장마비가 발생했다. 연간 급성 심장마비 사망 발병률은 10만명당 48.7명이었다. 전체 급성 심장마비 환자 중 290명(14.7%)은 유전성 부정맥이 원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급성 심장마비 환자 중 1203명(60.8%)은 빠르게 심폐소생술을 받아 생존했으나 776명(39.2%)은 결국 사망했다. 최종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급성 심장마비의 원인을 분석한 첫 통계자료”라며 “유전성 부정맥이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비율이 서양(약 1~2%)이나 일본(10%)보다 높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돌연 심장사나 부정맥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미리 심전도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중앙포토]

돌연 심장사나 부정맥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미리 심전도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중앙포토]

 대한심장학회는 가족 중에 돌연 심장사나 부정맥 환자가 있을 때 전문의와 상의해 미리 검사받을 것을 권했다. 일반 검진만으로는 유전성 부정맥을 진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기 진단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노태호 대한심장학회 회장은 “부정맥을 진단하는 심전도 검사가 현재 국민건강검진 필수 항목에서 빠져 있다”며 “급성 심장마비 사망을 줄이기 위해 심전도 검사를 국민건강검진 필수 항목에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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