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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아, '섹시' 버리고 남성적인 수트차림으로 스타일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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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핀 스트라이프 슈트에 흰색 셔츠, 그리고 검정 넥타이를 스카프처럼 두른 멜라니아가 백악관을 찾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부인을 안내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회색 핀 스트라이프 슈트에 흰색 셔츠, 그리고 검정 넥타이를 스카프처럼 두른 멜라니아가 백악관을 찾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부인을 안내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미국 백악관의 안주인, 퍼스트레이디는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자리다. 전통적으로 좋은 드레스, 여성스러우면서도 고급스러운 의상으로 치장하는 인상이 강하다.
이런 면에서 지난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에 대한 관심은 유난히 컸다. 수퍼모델 출신의 완벽몸매를 자랑하는 멜라니아는 취임식 때 입었던 랄프 로렌의 하늘색 정장은 물론, 취임 파티 의상 때 보여준 캐롤리나 헤레라의 화이트 드레스로 역대 그 누구보다 화려한 퍼스트레이디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때 멜라니아가 입었던 랄프 로렌 투피스(왼쪽)와 미국 디자이너 캐롤리나 헤레라의 드레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때 멜라니아가 입었던 랄프 로렌 투피스(왼쪽)와 미국 디자이너 캐롤리나 헤레라의 드레스. [AP=연합뉴스]

허리케인 재난지역을 방문하기 위해 헬기장으로 가던 멜라니아의 하이힐 차림이 보도되면서 화제가 됐다. 멜라니아는 여론을 의식한 듯 헬기에서 내릴 때는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AP=연합뉴스]

허리케인 재난지역을 방문하기 위해 헬기장으로 가던 멜라니아의 하이힐 차림이 보도되면서 화제가 됐다. 멜라니아는 여론을 의식한 듯 헬기에서 내릴 때는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AP=연합뉴스]

때론 허리케인 재난지역을 방문할 때 킬힐을 신어 구설수에 오를지언정 멜라니아가 포기하지 않았던 이미지는 섹시함과 여성스러움이었다.

수퍼모델 출신, 페미닌룩으로 정석 보여줬던 퍼스트레이디 #누드모델 경험, 이민자 출신 이미지 극복하려는 계산? #남편 트럼프 인기 하락, 딸 이방카 영향력 견제 의도도

그런데 최근 그런 멜라니아의 패션에 변화가 생겼다. ‘섹시 페미닌’ 코드에서 ‘멘즈 라이크’ 패션으로 180도 선회한 것이다. 미국 현지 언론들도 “멜라니아의 패션 스타일이 매우 남성적인 패션으로 바뀌고 있다”며 화제성 기사로 보도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내외가 백악관을 방문한 지난 11일. 이들을 맞은 멜라니아는 회색 핀 스타라이프 슈트에 흰색 셔츠를 입고 검정색 타이를 풀어 스카프처럼 목에 두른 차림이었다. 멜라니아의 키가 큰 만큼 당당하고 시크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최근 수년간 멘즈웨어 스타일의 여성패션이 인기인 점도 한 몫 한 듯 보인다.

지난달 19일 트럼프와 함께 유엔을 방문했을 당시 멜라니아는 회색 더블버튼 슈트와 검정 셔츠를 입었다. [인스타그램]

지난달 19일 트럼프와 함께 유엔을 방문했을 당시 멜라니아는 회색 더블버튼 슈트와 검정 셔츠를 입었다. [인스타그램]

지난달 23일 ‘상이군인들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인빅터스 게임 개막식이 열린 토론토에서 영국의 해리 왕자와 만났을 때도 멜라니아는 디오르의 체크 바지 투피스를 입었다. 지난달 19일 트럼프가 유엔을 방문했을 때는 캘빈 클라인의 회색 더블버튼 슈트와 검정 셔츠를 매치했다.  지난 5일 미군 고위 관계자 내외를 백악관으로 초대했을 때 역시 검정 바지 투피스에 흰 셔츠를 안에 입었다.

영국의 해리 왕자와 함께 인터빅스 게임 개막식에 참가한 멜라니아. 이날도 그는 디오르의 체크 슈트를 입고 나타났다. [인스타그램]

영국의 해리 왕자와 함께 인터빅스 게임 개막식에 참가한 멜라니아. 이날도 그는 디오르의 체크 슈트를 입고 나타났다. [인스타그램]

멜라니아의 갑작스러운 이런 슈트차림 퍼레이드에는 “내게는 남들에게 꿀리지 않는 능력이 있다”는 이미지를 강조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 퍼스트레이디로 공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낼 기회가 많아진 멜라니아가 남성적인 패션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적극 표출하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지난 13일 백악관 경내를 걷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와 멜라니아. 버버리 코트에 크리스찬 루부탱 단화를 신었다. [중앙포토]

지난 13일 백악관 경내를 걷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와 멜라니아. 버버리 코트에 크리스찬 루부탱 단화를 신었다. [중앙포토]

슬로베니아 이민자 출신으로 과거 누드화보 촬영을 했고, 영어 스피치도 능숙하지 않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멜라니아. 그간 트위터를 통해 멜라니아의 영어 실력을 조롱해왔던 인기 TV호스트 첼시 핸들러는 최근 ‘멜라니아 여사를 자신의 TV쇼에 출연시키면 어떻겠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무슨 소리에요, 멜라니아는 영어도 제대로 할줄 모른다”고 답하기도 했다. 핸들러는 지난 대선 당시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후보 배우자들의 스피치가 두어 번 있다는데, 멜라니아가 할 때는 통역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트윗을 날리기도 했다. 첼시 핸들러의 공격에 오히려 몇몇 언론들이 “멜라니아는 여러 개의 언어를 말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첼시는 영어밖에 못한다”고 비평하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평소 화려하고 섹시한 이미지의 스타일을 즐겼던 멜라니아. 위 사진의 꽃무늬 재킷은 이탈리아의 듀오 디자이너 돌체 앤 가바나의 것으로 가격이 5000만원이 넘어 구설수에 올랐다. [AP=연합뉴스]

평소 화려하고 섹시한 이미지의 스타일을 즐겼던 멜라니아. 위 사진의 꽃무늬 재킷은 이탈리아의 듀오 디자이너 돌체 앤 가바나의 것으로 가격이 5000만원이 넘어 구설수에 올랐다. [AP=연합뉴스]

슬로베니아 액센트가 남아있긴 하지만 멜라니아는 각종 인터뷰와 공식석상에서 영어로 충분히 대응을 하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미국·이탈리아 등지에서 모델 활동을 했던 멜라니아는 모국어인 슬로베니아어뿐 아니라 영어와 프랑스어, 세르비아어, 독일어 등 5개 국어를 구사한다.

한편, 멜라니아의 멘즈 라이크 스타일을 두고 트럼프의 첫 번째 부인 이바나 트럼프가 낳은 장녀 이방카에 대한 견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현재 이방카는 ‘대통령 보좌관’으로 활약 중이다. 때문에 이방카가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 이상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여론이 크다.

유엔에서 빈민아동구호에 대한 연설을 했던 멜라니아. 이날도 그는 연설내용과 핫 핑크 의상이 언밸런스라고 여론의 빈축을 샀다. [중앙포토]

유엔에서 빈민아동구호에 대한 연설을 했던 멜라니아. 이날도 그는 연설내용과 핫 핑크 의상이 언밸런스라고 여론의 빈축을 샀다. [중앙포토]

여기에 최근 『트럼프 키우기(Raising Trump)』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발간한 이바나는 9일(현지 시각) 미국 ABC방송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트럼프와 연락할 수 있는) 백악관 직통 번호를 알고 있지만 그(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하고 싶지 않다. 멜라니아가 거기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나는 어떤 종류의 질투도 유발하고 싶지 않다. 나는 기본적으로 트럼프의 첫 번째 아내(first Trump wife)”라며 “그렇다. 내가 퍼스트레이디(first lady)다. 오케이?”라고 덧붙이는 등 멜라니아의 심기를 긁었다.

멜라니아 측은 방송 직후 당장 반박 성명을 내고 “멜라니아 여사는 워싱턴의 삶을 사랑하며,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멜라니아의 180도 달라진 패션의 변화가 현재의 그의 불편한 심리적 변화를 대변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남편 트럼프 대통령과의 외유도 잦아지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유능하고 지적인 여성’ ‘독립적인 여성’으로 연출하려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선 당시 남편 지지연설에 나선 멜라니아 트럼프. 소매부분을 부풀린 영국 디자이너 록산다의 화이트 드레스로 우아함을 더했다. [중앙포토]

지난해 대선 당시 남편 지지연설에 나선 멜라니아 트럼프. 소매부분을 부풀린 영국 디자이너 록산다의 화이트 드레스로 우아함을 더했다. [중앙포토]

사이즈가 큰 슈트와 통이 큰 와이드 팬츠로 몸을 꽁꽁 싸매고 극도로 노출을 가린 멜라니아. 하지만 늘씬한 키와 완벽한 몸매, 발군의 섹시함이 오히려 터프한 남성의 옷 속에서 더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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