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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테 아라로아 종주하며 면 생리대 만든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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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종단하며 케냐 아이들 위해 모금활동 펼친 '돌아다니는 학교' 교장 김혜림 씨. 신인섭 기자

뉴질랜드 종단하며 케냐 아이들 위해 모금활동 펼친 '돌아다니는 학교' 교장 김혜림 씨. 신인섭 기자

기간제 체육교사였던 김혜림씨(28)는 스스로를 ‘돌아다니는 학교’의 교장이라고 칭한다. 이는 공식 단체는 아니다. 그가 매년 또래 교사, 대학생과 전국을 누비며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초중고생을 찾아 이들에게 무료 수업을 해주는 모임이다. 체육·기술가정 등 학교 교과목부터 중국어 등 외국어까지 가르치는 것도 다양하다. 김씨는 지난 12일 본지와 만나 자신이 이 활동을 하게 된 계기와 계획을 들려줬다.

교육 모임 ‘돌아다니는 학교’ 교장 김혜림씨 #기간제 교사 출신으로 전국 종주하며 교육 기부 #지난 2~5월엔 뉴질랜드 종주하며 3000달러 모금

공주대 사범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원래 현직 교사인 어머니를 따라 교사가 되려고 했다. 그러다 “학교 안의 제한된 공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교육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필요한 수업을 하는 게 더 보람차겠다”는 생각에 이 모임을 계획했다.

대학생 때 전국 자전거 일주를 했고, 우간다의 마게리타봉(5109m)을 등정한 경험이 있는 김씨는 대학 후배와 또래 교사를 모집한 뒤 2015년 7월 교육 기부를 위한 첫 일주를 떠났다. 한 달 간 세종시→전남 광주→해남 땅끝마을→부산→포항→강원 속초 순으로 전국을 돌며 곳곳의 지역아동센터 소속 학생들을 만났다.

이듬해엔 렌트카를 빌린 뒤 충남 태안→강원 화천→대구→전주→충남 공주 순으로 지역을 오가며 수업을 열었다. 이처럼 김씨가 2년간 움직인 거리는 총 2800㎞, 수업에 참여한 초중고생은 140여 명에 달한다.

최근 뉴질랜드 테 아라오라를 종주하며 3000달러를 모금한 뒤 월드비전에 전달한 '돌아다니는 학교' 교장 김혜림씨. 신인섭 기자

최근 뉴질랜드 테 아라오라를 종주하며 3000달러를 모금한 뒤 월드비전에 전달한 '돌아다니는 학교' 교장 김혜림씨. 신인섭 기자

김씨는 지난 2월엔 뉴질랜드 종주 캠페인도 열었다. 뉴질랜드 최북단인 레잉가 곶에서 남쪽으로 3000㎞에 이르는 ‘테 아라로아’를  1㎞ 걸을 때마다 1달러씩 모금받은 뒤 그 돈을 케냐 아동에게 전달하겠다는 바람을 한 국내 포털에 알린 것이다. 김씨는 “이렇게 모인 돈 3000달러(약 300만원)와 현지 한인들과 만든 면 생리대 수십장을 최근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에 전달했다”고 했다.

뉴질랜드 테 아라오라 종주 하던 때의 김혜림씨 모습. [김혜림씨 제공]

뉴질랜드 테 아라오라 종주 하던 때의 김혜림씨 모습. [김혜림씨 제공]

뉴질랜드 테 아라오라 종주 시의 김혜림씨 모습. [김혜림씨 제공]

뉴질랜드 테 아라오라 종주 시의 김혜림씨 모습. [김혜림씨 제공]

이어 그는 “(뉴질랜드 종주 시) 숙박비와 식비는 한국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며 번 돈 500만원으로 충당했다”며 “혼자 숲속에서 텐트를 친 뒤 불안정한 수면을 취한 적도 있었고, 100㎞에 달하는 딱딱한 아스팔트 도로(오클랜드 구간) 위를 걸을 땐 발바닥에 물집이 자꾸 터져 고통스럽기도 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뉴질랜드 테 아라오라 종주 시 만난 현지 한인 아이들과 사진을 찍은 김혜림씨. [김혜림씨 제공]

뉴질랜드 테 아라오라 종주 시 만난 현지 한인 아이들과 사진을 찍은 김혜림씨. [김혜림씨 제공]

김씨는 올해 세번째로 돌아다니는 학교를 진행할 계획이다. 아직은 자금과 참여할 사람을 더 모아야 하지만, 장기적으론 이 모임을 사회적 기업 형태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가 있다.

그는 “여러 교육단체의 도움을 얻어 ‘돌아다니는 학교’를 체계화시킬 계획”이라며 “전국의 더 많은 아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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