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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우병우의 묘한 웃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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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양영유
양영유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양영유 논설위원

양영유 논설위원

지난해 말 최순실 국정 농단 진실 규명 국회 청문회장.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최순실을 아느냐”고 몰아붙였다. 그는 계속 “모른다”고 했다. 그러자 손 의원은 “증인이 거짓말할 때마다 눈을 깜빡깜빡 세 번 한다. 지금도 깜빡인다”고 소리쳤다. 우 전 수석은 묘한 웃음을 지었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재판정에서도 그의 묘한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신영선 공정거래위 부위원장이 우 전 수석으로부터 2014년 10월 영화 ‘변호인’을 제작한 CJ그룹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검찰에 고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취지로 증언할 때였다. 우 전 수석은 신 부위원장을 쳐다보면서 냉소적인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고 한다. 이를 본 이영훈 재판장이 “증인 신문을 할 때 ‘액션’을 하지 말라. 한 번만 더 그러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이 연장된 날 벌어진 일이다.

우 전 수석의 눈 깜빡임과 묘한 표정의 진실은 뭘까. 『한국인의 거짓말』의 저자 김형희씨에 따르면 눈 깜빡임은 안면 비대칭과 함께 가장 뚜렷한 거짓말의 시그널이다. 거짓말을 할 때는 얼굴 좌우 표정이 어긋나고, 보통 2~15초에 한 번이 정상인 눈 깜빡임이 1~2초에 3~4번으로 빨라진다고 한다. 경찰청 베테랑 수사관에게 물어보니 단정할 수는 없단다. “평소 표정과 습관을 면밀히 분석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뇌 실험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거짓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종의 제동장치 역할을 하는 측두엽 안쪽의 편도체가 관찰 대상이다. 편도체는 처음엔 시시콜콜한 거짓말이나 부정직한 행동에도 왕성하게 반응하지만 거짓말이 거듭될수록 활동량이 줄어든다고 한다. 거짓말에 익숙해지면 죄책감이 둔감해지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대의 탤리 샤롯 교수팀이 18~65세 80명에게 ‘거짓말 보상게임’ 실험을 하면서 뇌 영상을 촬영한 결과다.

이 실험을 우 전 수석에게 해 보면 어떨까. “최순실은 전혀 모르고 상부 지시를 전달하는 가교 역할만 했다”는 주장이 사실인지 정말 궁금하다. 아니면 다음달 영국에서 열리는 세계거짓말쟁이대회에 출전시키면 어떨까. 아, 그건 안 된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정치인과 변호사는 아예 출전 자격이 없다.

양영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