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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하지원, '주윤발이다' 생각하고 찍었다" 오우삼 감독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맨헌트' 오우삼 감독을 부산에서 만났다. [사진 라희찬(STUDIO 706)]

'맨헌트' 오우삼 감독을 부산에서 만났다. [사진 라희찬(STUDIO 706)]

[매거진M] 오우삼(71) 감독의 신작 ‘맨헌트’(12월 개봉 예정)는 1980~90년대 홍콩 누아르에 지극한 향수를 가진 관객에겐 깜짝 선물 같은 영화다. 오우삼의 인장인 날갯짓 하는 비둘기와 남자들의 맞잡은 두 손을 강조한 포스터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의 명배우 다카쿠라 켄(1931~2014)이 주연한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1976, 사토 준야 감독)의 원작 소설을 다시 영화화한 이 작품은 누명을 쓴 남자 두 추(장한위)가 거대 권력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두 추를 쫓는 경찰(후쿠야마 마사하루)과 킬러들, 의문의 여자가 얽히고설킨다. 오우삼 특유의 화려한 권총 액션, 남자들의 의리와 우정, 낭만적인 무드도 여전하다. 한ㆍ중ㆍ일 배우가 총출동한 글로벌 프로젝트며, 하지원은 오우삼 감독의 딸인 안젤리스 우와 킬러 콤비로 출연한다. 전설의 시작으로 돌아온 오우삼 감독을 부산에서 만났다.
글=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사진=라희찬(STUDIO 706)

부산국제영화제서 '맨헌트' 신작 선보여 #"하지원, 이렇게 액션 잘할 줄 몰라" #정통 액션 누아르로 다시 돌아와 #

영화 '맨헌트' 포스터

영화 '맨헌트' 포스터

-감독님의 최근 필모그래피를 보면 규모가 큰 역사극이 많았습니다. 삼국지를 옮긴 ‘적벽대전 ’시리즈(2008~2009), 1940년대 중국의 전쟁 실화 ‘태평륜’(2014)과 ‘태평륜피안’(2015)이 있었죠. ‘맨헌트’는 그 흐름에서 벗어나 원류로 돌아간 듯했습니다.
“그렇죠. 제가 홍콩에서 영화를 찍을 당시, 1960~70년대 흑사회를 다룬 일본영화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다카쿠라 켄은 제 영웅이었죠. 그의 겉모습에서 풍기는 남자다운 아우라와 로맨틱한 모습은 ‘영웅본색’(1986)의 마크(주윤발)에 그대로 반영이 됐어요. 다카쿠라 켄이 세상을 떠났을 때 큰 상심이 밀려오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추모와 헌정의 마음을 담아 그의 영화를 리메이크하고 싶었습니다. 영화사 제안을 받고 나서 ‘내 바람이 이렇게 이뤄지는구나’ 기뻤죠.”
-다카쿠라 켄의 영화는 언제 처음 봤습니까.
“20대 때 봤는데, 당시 그의 새 영화가 1주일에 한 편씩 개봉할 정도로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일본에서 히트하지 않았던 작품이 중국에서 흥행해 일본에 재개봉하는 일도 있었어요. 중국인들은 지금도 그의 작품을 명작으로 대우합니다.”
-서사의 뼈대는 원작에서 가져왔지만, 감독님의 유산이 곳곳에서 보였습니다. 특히 ‘첩혈쌍웅’(1989)이 생각났는데요. 용의자와 경찰의 우정, 그 안에 소소한 로맨스, 축제 장면과 보트 추격신 등이 그랬습니다. '영웅본색'도 떠올랐는데,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영웅본색’의 영어 제목인 ‘A Better Tomorrow’를 대사로 칠 때는 무릎을 쳤어요(웃음).
“이번 영화엔 내 스스로 과거의 작품을 회고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영화를 만들며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저의 ‘옛날 영화가 그립다. 다시 보고 싶다’는 얘길 자주 들었어요. 복잡한 현실에서 쫓기듯 살고 있는데, 제 옛날 영화를 보면 단순하고 무엇이 중요한 지 명확해진다고요. 제 영화가 다루는게 정의, 인간과 인간 사이의 정 같은 것이잖아요.”

영화 '맨헌트'에서 주인공을 맡은 후쿠야마 마사하루(왼쪽)와 장한위

영화 '맨헌트'에서 주인공을 맡은 후쿠야마 마사하루(왼쪽)와 장한위

-비둘기가 어김없이 나오는데요. 과거 인터뷰에서 비둘기는 순수, 평화, 사랑을 상징한다고 했습니다. 그 뜻은 여전히 유효한가요?
“네. 변함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비둘기가 더 유용한 일을 합니다(웃음).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죠. 비둘기가 시야를 가려 총알이 빗나가 주인공을 구하는 장면이 있고요. 또 주인공이 쓰러질 때 날아가는 비둘기를 보느라 바닥에 있는 돌을 피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엉뚱한 질문이지만 지금까지 감독님의 영화에 비둘기가 몇 마리 나왔을까요?
“하하. 당연히 기억하기 힘들어요. ‘맨헌트’는 이틀 동안 찍었는데, 비둘기를 풀어놓으면 돌아오지 않기도 해서 정말 많은 비둘기가 필요했습니다. 나중엔 CG로 그려넣었어요.”
-요즘 젊은 세대들이 감독님의 스타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고민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어요. 좋은 영화는 시대나 연령에 상관없이 받아들여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감독님의 과거 액션영화 속 여성들은 수동적이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였는데 ‘맨헌트’의 여성들은 누구보다 주체적이고 강합니다. 액션도 잘하고요. 여자 킬러인 레인(하지원)과 던(안젤리스 우)의 우정도 흥미로웠습니다.
“여자 킬러는 원작에 없었는데 제가 추가했어요. 제 영화에 등장한 첫 여자 킬러입니다. ‘태평륜’의 영향이 컸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여성이란 존재가 지혜롭고 강인하다는 걸 훨씬 더 많이 느꼈거든요. (‘태평륜’에서 장쯔이와 송혜교는 전쟁의 고통을 불굴의 의지로 헤쳐나가는 인물로 분했다) 레인과 던은 제 과거 영화에서 남자들이 맡던 캐릭터죠. 남자들의 운명적인 관계, 우정, 의리, 한 사람이 죽었을 때 복수를 하는 설정 등을 고스란히 여성 캐릭터에 옮겼어요.”

영화 '태평륜'의 송혜교

영화 '태평륜'의 송혜교

-감독님의 그런 변화가 좋았습니다.
“사실 하지원씨를 만나면서 더 강화된 면이 있어요. 영화사의 추천으로 캐스팅했는데, 그가 액션을 이렇게 잘할 줄 몰랐어요. 본능적으로 몸에 율동감이 있고, 동시에 감성적인데 내면 연기도 잘하다보니 현장에서 추가한 장면이 많았습니다. 제 딸도 액션을 잘하는 편이지만 둘이 함께 할 때 훨씬 더 강인한 모습이 나오더라고요. 하지원씨가 연기하면 ‘주윤발이다’ 생각하고 찍었어요.”

영화 '맨헌트'에서 킬러로 분한 하지원

영화 '맨헌트'에서 킬러로 분한 하지원

-영화의 첫 장면에서 두 추와 레인이 만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때 두 사람은 옛날 영화의 대사를 주고 받습니다. ‘하늘을 나는 사람은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 ‘눈 돌리지 말고 똑바로 걸어가야 한다.‘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레인은 강호의 도를 아는 낭만적 인물인데, 두 추와 그 대사로 교감하게 되죠. 제가 사랑하는 고전 영화를 기념하는 의미도 있었어요. 나는 지금도 신작보다 옛날 영화를 더 많이 봅니다. ”

'맨헌트' 오우삼 감독 [사진 라희찬(STUDIO 706)]

'맨헌트' 오우삼 감독 [사진 라희찬(STUDIO 706)]

-오랜만에 액션영화로 돌아왔는데, 감독님에게 액션영화는 어떤 의미입니까.
“어릴 때부터 뮤지컬이나 무용, 춤을 좋아했어요. 뮤지컬은 액션영화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움직임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잖아요. 저는 사람 사이의 진실한 감정을 액션을 통해 보다 더 힘있고 낭만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전세계 액션배우와 스턴트배우를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그들은 항상 도전하고 활력이 넘치며, 서로 베풀 줄 압니다. 액션영화를 계속 할 거고, 기회가 된다면 다른 나라, 다른 지역에서도 촬영하고 싶어요. 다음 작품은 유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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