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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최재식의 연금 해부하기(13) 3층 연금 집 지어 노후 빈곤 잊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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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숙박시설을 가리키는 펜션이 연금과 영어 철자가 같은 pension이다. [중앙포토]

작은 숙박시설을 가리키는 펜션이 연금과 영어 철자가 같은 pension이다. [중앙포토]

바우씨의 친구는 은퇴 후 펜션 한 채를 마련했다. 전원생활을 하면서 생활비도 벌어 쓸 요량이다. 그런데 작은 숙박시설을 가리키는 펜션이 연금과 영어 철자가 같은 ‘pension’이다. 혹시 연금이란 단어가 여기서 유래된 것일까?

1층 공적연금, 2층 퇴직연금, 3층 개인연금 #영어철자 ‘pension’과 같은 펜션 처럼 층 체계

펜션은 서양에서 역사가 오래되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지역에서 은퇴한 노인들이 풍광 좋은 곳에 펜션을 운영하면서 그 수입으로 노후생활을 하였다. 그렇다면 무관하지는 않을 듯하다.

펜션의 건물 구조는 층과 기둥으로 되어있다. 연금체계도 마찬가지다. 국제노동기구(ILO)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층(tier)’, 세계은행(World Bank)은 ‘기둥(pillar)’으로 표현했다. 우리나라도 실로 다양한 층이나 기둥의 연금체계를 갖추고 있다. 가지 수로는 세계 일류다.

1층 공적연금; 노후 소득보장의 기본 축

연금제도의 기본인 1층은 공적연금이 맡고 있다. 국가가 강제하는 보험방식의 연금제도다. 공무원· 군인·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대상인 특수직역연금과 이들을 제외한 민간 근로자나 자영자가 대상인 국민연금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적연금제도는 공무원연금이다. 1949년 국가공무원법이 제정되면서 도입 근거가 마련됐지만, 한국전쟁 등으로 미뤄지다 1960년 시행됐다. 적용대상은 국가 및 지방 공무원이다. 직업공무원 중심의 제도로서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은 적용대상이 아니다. 제도의 주된 목적은 노후 소득보장이지만, 공무원의 직무유인을 위한 인사정책도 함께 고려돼 있다.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관계자들이 공무원 노조안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관계자들이 공무원 노조안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군인연금은 당초 공무원연금법에 통합 규정됐다가 1963년 군인연금법이 제정되면서 분리됐다. 연금 혜택을 확대할 때는 공무원연금을 따라오다가 재정 안정화를 위한 제도 개혁이 시작되자 군 복무의 특수성을 이유로 별도 행보를 하고 있다.

사립학교 교직원연금은 공무원연금을 적용받는 국공립 교원과의 처우 평준화를 위해 1975년 도입됐다. 제도 도입 당시엔 교원만 대상이었으나 1978년 사무직원까지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비용부담 및 연금급여는 공무원연금과 같은 구조다. 학교법인의 재정 곤란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가입자 격감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됐다. 1973년 국민복지연금법이 공포됐으나 갑작스런 석유파동으로 경제가 악화되면서 제도 시행이 무기한 연기되다 1988년 국민연금법으로 재탄생했다.

외형상으로는 국내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 모든 국민이 가입 대상이지만 보험료를 못내는 비율이 경제활동 인구의 35%나 된다. 2016년을 기준으로 노령연금 월 평균액은 36만 8000원. 제도 가입기간이 짧아 아직은 연금이 기본 생활비 역할을 못하고 있다. 아직 덜 익은 과일이라고 할까.

2층 기업연금, 3층 개인연금; 공적연금 보충

자영업자 개인형 퇴직연금에 첫 가입했다. [서울=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자영업자 개인형 퇴직연금에 첫 가입했다. [서울=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연금제도의 2층에는 공적연금을 보충하는 사용자 부담의 기업연금이 자리 잡고 있다. 민간 근로자에게는 퇴직연금, 특수직역 종사자에게는 퇴직수당이 지급된다.

민간의 퇴직연금은 1961년 근로기준법을 근거로 법정 퇴직금제도가 시작됐고, 2005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신설되면서 연금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그러나 수익률 저조와 법정 퇴직금 선택 허용으로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직역연금의 퇴직수당은 1988년 국민연금이 시행되면서 1,2층 연금을 적용 받는 민간근로자와 형평을 맞추기 위해 1991년 신설됐다. 간혹 공무원은 퇴직금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없는 게 아니다.

3층에는 누구나 임의 가입할 수 있는 세제 혜택의 개인연금이 있다. 개인연금 역시 공적연금을 보완하기 위해 1995년 시행됐다. 100세 인생을 대비해야 한다고 보험회사들이 위협하지만, 낮은 수익률 등으로 아직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주택연금과 농지연금도 3층 연금에 해당될 수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이나 경작하는 농지를 담보로 매월 연금을 받는 역모기지론이다. 주택연금은 2007년, 농지연금은 2011년부터 시행됐다.

주택연금과 농지연금도 3층 연금에 해당될 수 있다. [중앙포토]

주택연금과 농지연금도 3층 연금에 해당될 수 있다. [중앙포토]

스스로 노후 대비를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국가가 세금으로 기초연금이나 장애인연금을 지급한다. 저소득 노인세대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됐고, 이 제도가 보완돼 2014년부터 기초연금이 시행됐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상대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하위 70%에게 지급된다. 장애인연금은 생활이 어려운 18세 이상 중증장애인의 생활안정을 위해 2010년 도입됐다.

세간에 “장관은 하루만 해도 평생 연금 주고, 국회위원은 한 번만 해도 국가에서 연금 준다”는 말이 있다. 이건 사실이 아니다. 전직 장관도 전직 국회의원도 젊었을 때부터 차곡차곡 보험료를 내야 제대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국회의원엔 국민연금법 적용 

지금부터 인생열차는 황금벌판을 내달린다. 준비는 되었는가? [중앙포토]

지금부터 인생열차는 황금벌판을 내달린다. 준비는 되었는가? [중앙포토]

장관은 일반 공무원과 같이 공무원연금법 적용 대상이지만 특별대우는 없다. 국회의원은 직업공무원이 아니라서 국민연금법을 적용 받는다. 대한민국헌정회육성법에서 은퇴한 65세 이상 원로회원에게 특별연금을 지급한 적이 있었으나 지금은 폐지됐다.

“지금부터 인생열차는 황금벌판을 내달린다. 준비는 되었는가?" 장수의 뒷심, 연금 말이다. 연금이 효자인 시대에 살면서 연금제도를 욕하지 말자. 잘못된 확신은 거짓말보다 위험한 진실의 적이다.”

최재식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silver2061@hanmail.net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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