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右 박태성-左 최휘, 확실히 믿을 사람만 곁에 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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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호 06면

김정은 인사 뭘 노렸나

북한은 지난 7일 노동당 제7기 제2차 전원회의를 열고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당 중앙군사위원회 등의 인사를 발표했다. 사진은 주석단에서 주먹을 휘두르며 발언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모습.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7일 노동당 제7기 제2차 전원회의를 열고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당 중앙군사위원회 등의 인사를 발표했다. 사진은 주석단에서 주먹을 휘두르며 발언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모습. [연합뉴스]

“확실히 믿을 사람만 곁에 두겠다.” 북한이 지난 7일 노동당 제7기 제2차 전원회의를 통해 단행한 인사를 한마디로 요약한 말이다. 역설적으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불안감이 반영된 인사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김정은의 ‘영원한 충신’ 최용해, ‘오른팔’ 박태성, ‘왼팔’ 최휘, ‘외교사령탑’ 이용호 등 결사옹위할 사람들이 그의 곁에 밀착했다. 전원회의는 정치국 상무위원회, 정치국, 당 중앙위원회, 검열위원회 인사를 하며 당 중앙군사위원회를 조직한다.

‘심지연 8인방’ 박태성은 돌격대장 #‘과잉충성’ 최휘, 쫓겨났다가 복귀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이 설계한 듯 #수척하고 늙은 모습 “골결핵 앓아” #‘영원한 충신’ 최용해 직책 2개 추가 #정무 감각 뛰어나 김영남 후임 예측 #외교참모 이용호 정치국 위원 발탁 #유엔 제재 국면 탈피 역할 강화

이번 인사를 설계한 사람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으로 추정된다. ‘참수 계획’ ‘완전 파괴’ 등으로 극도의 위기를 느낄 수 있는 김정은이 믿고 의지할 사람이 김여정이기 때문이다. 두 남매는 2008년 8월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함께 병실을 지킨 이후 지금까지 각별한 우애를 과시하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박광호 정치국 위원의 파격적 기용은 그의 능력을 인정한 김여정 선전선동부 부부장의 천거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여정이 아니면 정치국 후보위원도 아닌 사람을 바로 정치국 위원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28세 김여정 당 서열 30위권 진입  

김여정은 이번 인사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진출해 28세의 젊은 나이에 당 서열 30위 정도에 진입했다. 최연소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파격적인 인사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여정이 노동당의 핵심 그룹에 공식적으로 진입함으로써 향후 그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젊은 나이인데도 노동신문에 실린 김여정의 얼굴을 보면 기력이 부족해 수척한 얼굴을 하고 있다. 40~50대로 추정하게 하는 분위기를 풍긴다. 자신의 나이보다 10~20살은 더 들어 보인다. 대북 소식통은 “김여정은 몇 년 전부터 골결핵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뼈에 결핵이 생기는 골결핵은 20~30대 전후의 청장년이 노년보다, 여성이 남성보다 걸리는 비율이 높다. 몸이 나른하거나 피로하기 쉽고 식욕이 떨어져 영양 부족이 되기 쉬운 증상이 나타난다. 관절이 붓고 아프며 심할 경우 수술을 받은 뒤 결핵약을 장기간 복용해야 한다.

김여정과 함께 이번 인사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람은 김정은의 ‘영원한 충신’ 최용해다.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과 당 부장을 추가로 맡았다. 공식 직책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당 중앙위원회 위원,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등 무려 6개를 맡고 있었는데 이번에 2개가 추가된 것이다. 그리고 당 서열도 2단계 상승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9일 김정일 총비서 추대 20주년 경축대회의 참석자를 김영남-최용해-박봉주-황병서 순서로 표기했다. 이전에는 김영남-황병서-박봉주-최용해 순서였다. 최용해의 위상과 역할이 대폭 강화된 것은 ‘2인자’로 부상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성장 실장은 “최용해가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에 다시 선출됨으로써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향후 군인 건설자들을 각종 건설에 동원하는 일을 맡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용해는 2010년 9월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가 2014년 4월 해임됐다. 그는 지휘관형이 아니라 참모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정무 감각이 탁월해 고령의 김영남(89)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대신할 사람으로 유력하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출신들의 약진이 뚜렷했다. 박태성·태종수(이상 조직지도부)·박광호·최휘·김여정(이상 선전선동부) 등이다. 이들은 이번에 물러난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김기남 선전선동부장의 자리를 메꿀 것으로 전망된다. 조연준은 당 검열위원장으로 옮겼다. 검열위원장은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를 하거나 노동당의 노선과 정책 및 규약을 준수하지 않는 당원들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자리다. 김기남의 거취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인사에서 눈여겨볼 사람은 박태성과 최휘다. 김정은의 ‘오른팔’ 박태성은 김정은 정권 출범 초기 조직지도부 부부장으로 있으면서 궂은 일을 도맡은 ‘돌격대장’이었다. 저돌적인 성격이 김정은과 맞았다. ‘삼지연 8인방’의 한 명으로 장성택 숙청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지연 8인방’은 2013년 11월 30일 김정은과 함께 양강도 삼지연을 찾았던 8명을 일컫는 말로 황병서·김원홍·김양건·한광상·마원춘·박태성·김병호·홍영칠 등이다. 박태성은 진영 논리가 강하며 상대방과 타협보다 대결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4년 승진 코스인 평안남도 당 위원장으로 전격 발탁됐다가 이번에 중앙당으로 복귀했다. 박태성은 이번에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승진했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겸했다. 북한은 2016년 5월 노동당 제7기 제1차 전원회의에서 당 비서국을 없애고 정무국을 신설했다. 박태성이 이번에 맡은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정무국 소속으로 과거 비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송월 모란봉악단장 당 간부 꿰차

김정은의 ‘왼팔’ 최휘는 김정은 정권 출범 초기에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지금의 김정은 이미지를 만드는 데 1등 공신이었다. 하지만 김정은의 서구적 이미지가 지나치다는 당내 비판이 쏟아지면서 ‘과잉 충성’이 오히려 빌미가 돼 지난해 지방 농장으로 쫓겨났다가 함경북도 당 부위원장으로 복귀했다. 이번 인사에서 최휘는 정치국 후보위원과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한때 김정은의 오른팔·왼팔이었던 박태성 ·최휘가 가까이서 그를 보좌하게 된 것이다.

김정은의 ‘외교사령탑’ 이용호 외무상은 이번에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승진해 정치적 입지가 더 탄탄해졌다. 외무상이 정치국 위원을 겸임한 사례는 김일성 시대의 박성철(1913~2008)과 허담(1929~91)뿐이었다. 김정일 시대는 아무도 없었다. 이용호의 약진은 강화되는 유엔 대북제재와 미국과의 맞대결 등 어려워진 대외환경을 탈피하기 위해 향후 외무상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정치국 위원으로 5명, 후보위원으로 4명이 보선됐다. 이들 9명 가운데 박태성과 이용호는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승진했으며 모두 7명이 정치국에 새로 진입했다. 정치국 위원으로 보선된 인물은 박광호·박태성·태종수·안정수·이용호 등 5명이고, 후보위원에 최휘·박태덕·김여정·정경택 등 4명이 들어갔다.

지난해 제1차 전원회의에서 구성된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은 모두 28명이다. 김정은을 제외한 27명 중 이번에 전체의 약 26%가 교체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성장 실장은 해임됐을 가능성이 있는 인사로 김기남·최태복·곽범기·이만건·이명수·김원홍·김능호·이영길 등을 꼽았다.

정치국 외에 세인들의 관심을 끈 인사는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이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 임명된 것이다. 예술인이 당 중앙위원회 위원, 후보위원에 임명된 사례는 과거에도 더러 있었다. 백인준(1920~99) 백두산창작단장, 김병훈(1929~2013)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위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현송월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한때 김정은의 애인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아왔다. 현재 그는 노동당 서기실(비서실)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김정은-이설주 부부와 자주 만나는 사이다. 그러다 보니 현송월이 김정은-이설주 부부의 후광을 등에 업고 권세를 과시하며 노장 간부들을 함부로 대해 내부에서 문제가 돼 왔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내부에 ‘이설주·김여정·현송월의 눈 밖에 나면 죽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여성 3인방의 위세가 당당했으며 현송월의 파워가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정은이 현 국면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지난해 5월 7차 당대회 이후 후속 세대교체와 인적 개편을 위해 이번 인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은 보고 내용 20개 문장 가운데 5곳에서 ‘제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현재 조성된 정세의 핵심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고수석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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