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 사설

오래 가입할수록 손해 보다니 … 손질 시급한 국민연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100세 시대를 맞아 국민연금 늘리기는 필수다. 한 푼이라도 더 노후자금을 마련하려고 60세 넘어서도 연금을 안 받고 보험료를 추가 불입한다. 그런데 이게 다른 선택에 비해 손해를 보는, 엉터리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쉬쉬하며 고치질 않는다.

60세가 됐는데 보험료를 납부하는 연금가입 기간이 10년 미만인 사람이 부지기수다. 10년이 안 되면 연금을 못 받는다. 그래서 60세에 임의로 계속 가입한다. 이런 사람이 31만 명에 달한다. 이들 중 일부는 10년을 채운 뒤에도 계속 불입한다. 원래 10년이 넘었는데 연금 액수를 늘리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게 연기연금보다 손해다. 61세에 받을 연금을 최장 5년 늦추는 제도다. 연기할 경우 연 7.2%씩 연금이 가산돼 임의계속 가입이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된다.

종전 가입 기간이 길수록, 월 소득이 높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66~80세 연금 수령액이 5000만원 정도 적은 경우도 있다. 현재 임의가입한 31만 명뿐만 아니라 매년 새로 임의계속 가입하는 사람이 더 문제다. 지난해 18만 명이 새로 가입했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2012년 연기연금 가산율을 6%에서 7.2%로 올리면서 두 제도의 정합성을 따지지 않아 이런 일이 생겼다. 60세 넘어서도 일하는 사람이 늘면서 이를 장려하겠다는 바람직한 조치였지만 다른 측면을 간과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 정부 조치다. 지난해 초 보건복지부는 이런 모순의 심각성을 알아챘다. 그런데 문제를 고치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공단 창구에서 개별적으로 알려주는 얄팍한 방식으로 대응한다.

이는 국민 기만과 다름없다. 지금이라도 문제점을 소상하게 공개하고, 연기연금으로 전환하도록 안내해야 한다. 10년까지만 임의계속 가입할 수 있게 제한하는 것도 방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