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 전 대통령의 1년… 대국민 사과부터 구속 연장까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4월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있는 박 전 대통령에게 법원이 구속기한을 4일 앞두고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 김세윤)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면서 이같이 결정했다. 지난 3월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후 6개월여를 보낸 박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은 이날로부터 다시 최장 6개월 늘어났다. 지난해 10월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탄핵소추안 가결부터 탄핵, 구속부터 공판과정에 이르기까지 박 전 대통령의 1년을 돌아본다.

'미르'부터 '태블릿PC'까지 3개월: 담화·인터뷰로 적극 해명 

지난해 10월 25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연설문 유출 의혹'에 대해 대 국민 사과를 한 후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10월 25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연설문 유출 의혹'에 대해 대 국민 사과를 한 후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가을 '미르재단'이라는 생소한 이름이 국민들에게 알려졌고 곧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출연을 해 만들어진 이 재단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측근인 최순실씨가 실세로 군림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JTBC에서 최씨의 태블릿 PC를 입수해 그 속에 담긴 청와대 기밀 문서들을 보도하자 박 전 대통령은 바로 다음날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는 과거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받은 적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 드린 점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차 대국민담화를 마친 박근혜 전 대통령. [중앙포토]

지난해 12월 3차 대국민담화를 마친 박근혜 전 대통령. [중앙포토]

이어지는 2차·3차 대국민 담화에서는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다""단 한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특검 수사도 수용하겠다""진퇴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도 말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 전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는 촛불집회는 수십만명을 광화문광장에 모이게 됐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9일 찬성 234표, 반대 56표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마지막 국무회의를 마치고 직무에서 배제됐다. 여전히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청와대 사저에 머무르지만 대통령으로서의 임무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맡겨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10일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이 촛불을 밝히고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10일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이 촛불을 밝히고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청와대서의 마지막 3개월: 헌재·특검 출석·조사 거부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한 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송봉근 기자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한 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송봉근 기자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자 공을 넘겨 받은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회의를 열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심판을 준비했다. 가결 2주만에 1차 준비절차기일이 열렸고 2017년 1월 3일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이후 2월 27일까지 8일동안 17차례 변론이 열렸고 윤전추 전 행정관·안종범 전 경제수석·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승철 전 전경련 부회장 등 25명의 증인을 불러 신문했다. 박 전 대통령은 첫 변론부터 마지막 변론까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생각은 '피청구인 대통령 의견서'에 적힌 것을 대리인인 이동흡 변호사가 읽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의견서를 통해 "지난 4년의 대통령 재임기간을 돌이켜보았다. 땀 흘린 만큼 보상받고, 노력한 만큼 성공하는 나라, 법과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상식이 통하는 그런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저의 소명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시간들은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는 시간들이었다"면서 "지금껏 제가 해 온 수많은 일들 가운데 저의 사익을 위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으며, 저 개인이나 측근을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거나 남용한 사실은 결코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 관계자들이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결국 빈 손으로 돌아갔다. [중앙포토]

지난 2월 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 관계자들이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결국 빈 손으로 돌아갔다. [중앙포토]

대국민 담화를 통해 특검 수용 의사를 밝힌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면조사 요구나 청와대 압수수색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새해 첫날 청와대 기자단 간담회에서 "특검 연락이 오면 성실히 임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고 2월 9일로 조사 일정이 잡히기도 했으나 청와대에서 이 계획이 언론을 통해 사전에 보도됐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결국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없이 2월 28일 수사를 마무리했다. 특검 수사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황 권한대행은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탄핵 결정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 12일 청와대에서 퇴거한 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들어가기 전 지지자 등과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탄핵 결정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 12일 청와대에서 퇴거한 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들어가기 전 지지자 등과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한 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퇴거해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박 전 대통령은 기다리고 있던 친박계 의원들과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눈 뒤 별다른 입장 발표 없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당시 민경욱 의원을 통해 밝힌 입장은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었다.

서울구치소에서의 6개월: 첫 재판부터 구속연장까지

지난 3월 31일 박새벽 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경기도 의왕시 안양판교로 서울구치소에 들어서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3월 31일 박새벽 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경기도 의왕시 안양판교로 서울구치소에 들어서고 있다. [중앙포토]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난지 9일 만인 3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당시 취재진 앞에 선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일 주일만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직 대통령이 됐다. 3월 30일 영장실질 심사 후 법원은 밤새 고심 끝에 31일 새벽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503번이라는 수인번호를 달고 경기도 의왕의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23일 열린 첫 공판에 최순실씨와 함께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23일 열린 첫 공판에 최순실씨와 함께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중앙포토]

4월 17일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총 18가지다.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측으로부터 뇌물을 요구하거나 받았고, 이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하거나 SK·롯데·포스코 등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를 하거나 하려 한 혐의 등이다. 최순실씨에게 각종 기밀문서 47건을 유출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도 포함됐다. 박 전 대통령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 김세윤)는 박 전 대통령과 공범 최씨의 혐의가 상당부분 겹치는 점을 고려해 병합 심리를 결정했고, 살펴봐야 할 내용이 방대하고 수백명의 증인을 신문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매주 4회씩 재판을 하기로 한다. 5월 23일 첫 재판부터 10일까지 총 79차례 재판이 열렸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을 법정에서 처음 만난 재판에서 "40년 넘게 지켜본 대통령을 나오시게 한 죄가 너무 큰 것 같다. 박 대통령은 절대 뇌물을 받지 않으셨다고 생각한다. 한웅재 부장검사는 첫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축출을 결정했던 것 같다"며 울먹였다.

환자복을 입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성모병원에서 허리 통증으로 진료를 받은 뒤 휠체어를 타고 병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환자복을 입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성모병원에서 허리 통증으로 진료를 받은 뒤 휠체어를 타고 병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판 외에도 각각 이 부회장과 이영선 전 행정관 1심 재판과정에서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응하지 않았다. 특검팀이 구인영장을 들고 구치소로 찾아가기도 했지만 끝내 거부했다. 7월 10·11·13일 공판에는 발가락 통증을 이유로 공판에 불출석하는 등 건강상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강남 성모병원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진단서와 진단 기록을 발급받았다.

관련기사

박 전 대통령의 지난 1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된 지난해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이 위민관에서 마지막 국무위원 간담회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마친 후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된 지난해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이 위민관에서 마지막 국무위원 간담회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마친 후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2016년
7월 26일 미르재단 출연금 모금 과정 언론 보도
9월 20일 한겨레, 최순실씨 K스포츠 개입 보도
10월 24일 JTBC 최순실씨 태블릿 PC 보도
10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1차 대국민 담화
10월 27일 검찰, ‘최순실 게이트’ 특수부 설치
10월 29일 1차 촛불 집회
11월 4일 박 대통령, 2차 대국민 담화
11월 15일 박 대통령, 유영하 변호사 선임
11월 20일 검찰, 박 대통령 피의자 입건
11월 29일 박 대통령, 3차 대국민 담화
11월 30일 박 대통령, 박영수 특별검사 임명
12월 6일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1차 청문회
12월 9일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통령 직무정지
12월 21일 박영수 특검팀 공식 수사 시작
12월 22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1차 준비절차기일

◇2017년
1월 1일 박 대통령, 신년 인사서 탄핵소추사유 전면부인
1월 3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
1월 25일 박 대통령,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인터뷰
2월 27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종변론기일
2월 28일 박영수 특검팀 수사 종료
3월 6일 박영수 특검팀 수사결과 발표
3월 10일 박 대통령 탄핵 인용
3월 21일 검찰, 박 전 대통령 조사
3월 27일 검찰, 구속영장 신청
3월 30일 법원, 구속영장 심사
3월 31일 박 전 대통령, 서울구치소 수감
4월 17일 검찰, 박 전 대통령 기소

◇박 전 대통령 재판 일지
5월 2일 1차 공판준비기일
5월 23일 1차 공판
6월 13일 유진룡 전 장관 증인신문
6월 22일 최태원 SK회장 증인신문
7월 10일 삼성 이재용 부회장 증언 거부
8월 29일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 증인신문
9월 11일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 증인신문
9월 12일 노태강 문체부 차관 증인신문
9월 28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증인신문
9월 29일 안종범 수첩, 정황증거로 인정
10월 13일 추가 구속영장 발부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