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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한·중 통화스와프, 외교 경색에 돌파구 될까

중앙일보

입력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딛고 한국과 중국이 통화스와프 협정 만기 연장에 합의했다. 한국은행은 1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중국 인민은행과 통화스와프 협정 만기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원화와 위안화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딛고 한국과 중국이 통화스와프 협정 만기 연장에 합의했다. 한국은행은 1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중국 인민은행과 통화스와프 협정 만기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원화와 위안화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ㆍ중 통화스와프가 연장됨으로써 경색된 한ㆍ중 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13일 서울과 베이징의 관련 소식통들에 따르면 통화스와프 연장 합의에 이르기까지에는 여러 차례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었다. 한 동안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협상 창구가 막힌 적도 있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해 4월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과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에 합의했다. 두 사람은 당시 바하마에서 열린 미주개발은행(IDB) 총회에 함께 참석했었다. 당시 정부 당국자는 “아직 만기를 1년 반 가량 남긴 시점에서 순탄하게 합의가 이뤄지긴 했지만 이는 구두 약속으로 구속력이 있는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中, 갈등 불구 필요 분야에선 韓과 협력 #한중관계 회복 청신호로 확대 해석은 말아야

중국인민은행 [사진 차이나랩]

중국인민은행 [사진 차이나랩]

 하지만 만기가 다가오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지난해 7월 정부가 사드 배치를 확정발표한 뒤 한ㆍ중 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된 데 따른 것이다. 당국자는 “실무협상을 시작해야 할 단계인데 인민은행의 담당자가 한국측의 연락을 받지 않는 상황까지 일어났다”며 “사드 영향 말고는 달리 이유가 있을 수 없어 한 때 통화스와프 연장이 힘들어진 것 아니냐는 위기감에 사로잡히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협상이 개시됐고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지난달 하순 베이징을 방문해 인민은행측과 기존 조건대로 통화스와프 계약을 연장하는 쪽으로 사실상의 합의에 이르렀다. <중앙일보 10일 1면 보도> 남은 건 양국 중앙은행장의 서명 절차를 밟는 것이었는데 중국 측은 일정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았다. 하필이면 만기 날짜에 앞서 중국이 국경절 장기연휴(지난달 30일∼10월 8일)에 들어간 것이다.
또 이달 18일부터 5년에 한 차례 열리는 공산당 당대회 때문에 최종 협상 타결에 주어진 시간이 빠듯했다. 또 정년 연령을 넘긴 저우 인민은행장이 이번 당대회 이후 은퇴할 예정이어서 최종 서명이 후임자 취임 후로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 때문에 연휴가 끝난 9일과 만기 당일인 10일에도 협상 창구를 가동해 서명 일정을 조율했다. 그런 고비를 넘긴 끝에 11일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는 형식으로 통화스와프가 연장되기에 이른 것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사진 :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사진 :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중국이 끝까지 애를 태우면서도 스와프 연장에 합의한 배경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린다. 연장 합의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측이 사드 갈등을 완화하고 한ㆍ중 관계 회복에 나선 신호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중국 측이 협상 과정에서 스와프 연장과 관련해 한ㆍ중 관계와 연관지을 수 있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13일 정례브리핑에서 논평을 부탁하는 질문에 "(담당 기구인) 인민은행에 문의하라"며 정치·외교적 해석을 꺼렸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철저하게 정치와 경제의 분리란 관점에 입각해 연장 협상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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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국제화를 추진 중인 중국의 입장에서도 통화스와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주중 대사관의 한 간부는 “모든 것을 사드와 연관지어 한ㆍ중 관계를 실제보다 더 비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중국도 자신들이 필요로하는 분야에서는 한국과 협력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앞서 위안부 소녀상 문제로 통화스와프 연장을 거부한 일본과는 다른 길을 선택한 것만은 분명하다. 통화스와프를 사드 보복의 일환으로 사용하거나, 최소한 그렇게 해석될 소지를 차단했다는 점에서다. 한ㆍ중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성사 등 넘어야 할 고비가 많지만 이번 통화스와프 연장이 새로운 분위기 형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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