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고통의 나날입니다. 창살 없는 감옥이 이런 것인가 싶을 정도로 아이와 너무 힘들게 살고 있어요."
13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도중 한 여성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목소리가 떨렸다. 전 남편에게 학대받은 5살 딸을 언급하면서다.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여성의 눈가도 촉촉해졌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부른 '아동학대' 피해자 가족 이모씨와 김모씨다.
아동학대 현실 밝히러 나온 어머니들 '눈물' #"매일매일 고통의 나날, 경제 활동도 못 해" #어린이집 학대 겪은 어머니, 경찰 수사 지적 #"피해 가족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지원 없어" #눈물 섞인 호소에 국감장엔 무거운 침묵만 #피해가족 대표 "예산 부족한데 내년 더 줄어"
이씨는 '강원 동해시 친부 아동 학대 사건의 피해자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정상으로 태어났던 아이가 아동학대로 인해 뇌 병변 1급 장애를 얻게 됐다.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누워있고 모든 걸 제가 다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이와 함께 재활치료를 하다 보니 경제활동을 못 하고 있다. 겨우 보험금을 받게 됐는데 그것조차 기초수급자 재산으로 묶여서 탈락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토로했다.
인 의원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하시라'고 말하자 목이 메어 겨우 말을 이어갔다.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을 위한 법은 하나도 마련이 안 돼 있어요. 스스로 이겨내야 하고 스스로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아동 학대 피해자 보호법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강원 원주시 어린이집에서 학대 피해를 겪었다는 김 씨도 말하는 내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지원과 경찰 수사가 부실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아이는 아무 준비도 안 돼 있는데 진정시켜주거나 진술하도록 도와주는 게 아니라 영상만 확인하는 데 그쳤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기소되고 재판이 진행됐어요. CCTV 영상을 확인해보니 5명인가 피해자가 더 있었는데 경찰은 조사도 안 했고 피해 부모들은 전혀 몰랐습니다."
김씨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해 가족은 어떤 지원 절차가 있는지 알지 못 하고 마냥 기다리기만 한다. 실제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면서 "그런 부분을 좀 더 체계적으로,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두운 표정으로 발언을 듣던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제 역할 충분히 하지 못 하는 현실을 알게 됐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답했다.
눈물의 호소가 이어지자 의원들과 복지부 공무원들로 가득 찬 국감장엔 침묵만 흘렀다. 학대 피해 가족들의 발언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 의원 질의도 연장됐다. 이날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한 서혜정 아동학대피해가족협의회 대표가 입을 열었다. 그 역시 학대 피해 아동의 어머니다.
서 대표는 "4년 전 저희 아이는 한쪽눈이 실명됐다. 아이를 지키지 못 한 걸 다른 피해 가족을 도우면서 용서받고자 한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올해 아동학대 예방 예산이 266억원이다. 이 작은 예산 가지고는 (피해 아동) 쉼터도 더 이상 늘릴 수 없다. 내년 예산은 되려 줄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발언 말미에 마지막 호소를 했다.
"저출산 대책 좋습니다. 그런데 낳아놓은 아이도 지키지 못 하고 있습니다. 한 해 평균 2만명의 아이가 부모에게 학대받습니다.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장관님."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