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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행방 찾는 친구에게 이영학 딸이 보낸 카카오톡 내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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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학의 딸. [연합뉴스]

이영학의 딸. [연합뉴스]

여중생을 살해해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35·구속)의 딸이 피해자 김모(14)양의 행방을 찾는 친구와 부모에게 거짓말을 하며 아버지의 범행을 적극적으로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이영학의 딸은 친구 A양과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김양에 대해 거짓 정보를 계속 전했다.

A양은 지난 1일 오전 10시쯤 "김양 봤어?"라고 물었고, 딸은 "나 어제 다른 친구와 놀았다. 2시쯤 친구 만난다고 급하게 갔는데 그 뒤로 전화가 끊겼다. 그게 마지막이었는데"라고 답했다. 아직 김양이 살아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이다.

이후 A양은 "납치는 아니겠지"라며 납치 가능성을 제기했고, 딸은 "왜 추석 연휴 때 나갔지? (휴대전화 전원을) 일부러 끈 것 같다. 착했는데 만약 가출이라면 그런 면이 있을 줄은 몰랐네"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진짜 멀리 있으면 어른 되어서 만나는 거 아니겠지? 내가 너무 앞서갔네. 좀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네. 하하"라며 납치가 아닌 가출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양 피살 후인 이날 오후 5시쯤 A양은 "헤어졌을 때 어느 쪽으로 갔는지 봤냐?"고 다시 물었고, 딸은 "○○시장 위쪽으로 갔을걸?"이라면서 "우리 어머니 돌아가신 건 아니? 우울증이 심하셨대"라고 화제 전환을 시도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영학의 딸은 김양의 행방을 묻는 피해자 어머니에게도 "다른 친구와 논다고만 하고 가버려서 실종됐다는 것도 SNS 글을 보고 알았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영학의 딸이 아버지에 대한 종속 성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13일 이영학의 딸을 면담한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소속 한상아 경장은 "딸은 제대로 된 가치 판단을 하기 훨씬 전부터 물려받은 유전병에 대해 고민·상담하거나 정보를 획득하는 통로가 오직 아버지뿐이었다"고 진단했다.

한 경장은 "본인이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아버지에게 의존하고 있었고, 경제적으로도 아버지가 모금 활동으로 생계를 책임진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 아버지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하는 행동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양은 '엄마 역할'이 필요하다는 말에 친구를 데려오고, 수면제가 든 음료를 먹이는 일련의 행동에서도 '아빠랑 약속한 계획이 틀어질까 봐' 걱정하며 아버지가 시키지 않은 행동도 했다.

한 경장은 "아버지에 대해 도덕적 비난을 하는 것을 못 견뎌 한다"며 "조금이라도 도덕적 비난이 가해지면 '우리 아버지 그런 사람 아니다'라고 할 만큼 강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친구의 죽음에 대해 "놀라고 많이 당황했다고 표현은 한다"면서도 "이번 일이 커졌고 비난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가치 판단을 내리지 않은 채 어쩔 수 없이 한 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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