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 중이던 정찰용 무인기가 시험 비행 중 추락하자 감독기관이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들에게 손실 전액 67억원을 물라는 징계를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7월 방위사업청이 1180억원의 예산을 들여 개발 중이던 차세대 군단급 정찰용 무인기 ‘UAV-Ⅱ’가 충남 논산 육군항공학교에서 시험 비행 중 추락했다. 사고를 조사한 감독관실은 국방과학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의 실수로 사고가 났다고 파악했다.
연구원들이 무인기의 속도, 방향, 고도를 인식하는 테스트 장비를 반대로 입력해 무인기가 기계적 오류를 일으켰다고 본 것이다.
감독관실은 "연구원들의 중대 과실에 의한 자산 손괴는 배상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연구원 5명이 무인기 가격 67억원을 배상하라 요구했다. 연구원 한 명당 각각 13억 4000만원씩 메우라는 징계였다.
지난 9월 언론 보도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에서 박사과정 공부를 하는 한 과학도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지난 2일 청와대에 징계 처분 철회 청원을 냈다.
그는 "과학기술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전진한다. 연구원들의 기량은 실패한 횟수만큼 전진하며, 그것이 우리나라의 든든한 국방력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며 "연구원들이 실수했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적절한 징계가 있을 수도 있으나 1인당 13억원의 손해배상은 평범한 시민이 감당하기에 막대한 규모"라고 주장했다.
청원이 제기된 지 열흘 만에 1만6896명이 청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청원 지지자들은 "이런 식이면 누가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나". "이러니 이공계 자원들이 해외로 빠져나간다" 등의 의견을 전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연구개발 중 시제품은 소모되기 마련이어서 손해배상 대상이 되는 자산이 아니고, 연구개발 과정에서 실패와 실수는 불가피하다고 방위사업감독관실의 징계 처분 이의를 제기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