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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얼마든지 함께 갈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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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용희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김용희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지구적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태양력·풍력으로 대변되는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필요하고 중요하다. 탄소 및 미세먼지 배출이 거의 없는 원자력 또한 화석연료를 대체할 현실적인 대규모 저탄소 에너지원이다. 스튜어트 브랜드나 빌 게이츠 같은 세계적 환경운동가와 사회사업가들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현명한 조합이 필요하다고 본다.

재생에너지의 약점인 ‘간헐성’ #원전 ’부하추정 운전’으로 메워 #두 에너지원 적절히 조합하면 #상호 보완·상승의 시너지 효과

최근 탈원자력 논란에서 반대론자들은 원자력에 대한 과장된 공포를 조장하면서 원자력발전소의 높은 안전성을 애써 부정한다. 마치 원자력 비중이 많이 축소되어야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능하다는 잘못된 논리를 전개하면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대립을 유도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확충은 원자력의 지속적인 활용과 상충하지 않는다. 준 국산이면서 수출도 가능한 원자력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이용하면서 재생에너지를 확충할 수 있다면 이는 환경·경제·안보 측면에서 두루 바람직하다. 두 에너지원의 보완·상생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약점은 발전량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가령 태양광과 풍력은 햇빛이 있고 바람이 불 때만 생산돼 이 에너지원의 국내 평균 이용률은 20% 이하다. 이런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대형 배터리 시스템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나머지 80%를 위해 정부는 천연가스 발전을 백업(backup) 에너지로 권한다. 그런데 이른바 ‘부하추종 운전’을 도입하면 이런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재생에너지가 많이 생산되면서 수요가 적은 시간에는 원자력발전을 낮추는 등의 전력망 제어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원자력발전 비율이 약 75%인 프랑스는 이미 35년 전부터 원전의 부하추종 운전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 독일 원전도 1980년 중반부터 이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부하추종 운전 능력은 이미 30년 동안 선진국에서 검증되었으며 국내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 독일이 재생에너지 비중을 크게 높일 수 있었던 건 전력망이 프랑스 등 인접국과 연결되어 있으면서 자국 원전이 부하추종 운전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원전이 적극 부하추종 운전을 하면 경제성을 높이면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시론 10/12

시론 10/12

유엔기후학회의 창립자인 오수벨(Ausubel) 록펠러대 교수는 “대규모 재생에너지는 녹색에너지가 아닐 수 있다”고 통찰한 바 있다. 재생에너지에는 ‘규모의 경제’ 원리가 적용되기 어려워 대규모 광역 개발을 하기 일쑤인데, 그럴 경우 환경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독일의 경우 북극해 풍력단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전송하기 위해 긴 송전선을 내륙에 건설하느라 곳곳에서 주민 반대에 부닥쳤다. 이러한 현상은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를 조성하는 국내 곳곳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대중 수용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시급하다.

국내 재생에너지 단지 건설과 관련한 한 가지 해결책은 원전 근처에 대규모 해양 풍력단지를 조성해 이미 조성된 송전선 등 기반시설을 활용하는 것이다. 부산 고리1호기의 부지 재활용을 위한 연구 프로젝트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 태양광의 경우도 원전 부지 및 인근 바다를 활용해 상당 규모의 발전이 가능하다. 관련 설비는 원전시설과 직접 결합할 수도 있다. 이처럼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 같은 상황에서도 재생에너지원과 연결된 비상 배터리 전원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사고에 대처하는 시너지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정부는 2030년대 재생에너지 및 가스발전 비중을 각각 20%와 35%로 계획하고 있는데, 원자력과 석탄이 배제되면 두 전원 비율은 30%와 70%가 될 것이다. 이 경우 천연가스 수입을 위한 엄청난 외화 지출은 필연이다. 지금은 저유가 시대라 천연가스가 비교적 저렴하지만 유가가 뛰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국은 95%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는데 계획된 가스발전을 위해 적어도 십수조원이 추가로 들고 20여 년 후에도 해외 의존도는 거의 그대로다. 이는 국가경쟁력은 물론 에너지 안보의 저하를 초래한다. 천연가스를 대량으로 저장하는 것은 매우 비싸고 지난한 일이다. 대안으로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일이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믿을 수 없는 제3자에게 에너지 안보를 자진 헌납하는 짓이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상생하는 방식으로 함께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러한 상생 전략을 통해 저탄소 에너지 경제성 및 안보성을 확보하면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용희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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