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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자동차보험료 아끼는 최고 비결은 ‘안전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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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진태국 금감원 보험감독국장

진태국 금감원 보험감독국장

“교통신호에 따라 정상적으로 주행하던 내 차를 옆에서 갑자기 끼어든 외제차가 받았는데, 나한테 과실비율이 잡히고 보험료도 가해 운전자와 동일하게 할증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심심치 않게 접하는 민원 사례다. 자동차보험은 가입자가 2000만 명이 넘는 대표적인 보험상품으로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민원도 많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부터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자동차보험 가입경력 인정 대상 확대’, ‘교통사고 피해자의 위자료 대폭 상향’ 등 자동차보험 관련 제도를 개선했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가·피해자 간 보험료 할증 차등화’도 이러한 금융관행 개혁 과제다.

대부분의 쌍방과실 교통사고가 가해 운전자의 교통법규 위반 등 안전운전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하고 사고 발생 위험도 차이가 있다. 그런데도 그간에는 가·피해자의 보험료를 동일하게 할증했다. 이는 보험료 부과 원칙에 맞지 않는다. 가해 운전자의 모럴 헤저드를 조장하는 등 교통사고 예방 효과도 미흡하다.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과실비율 50% 미만인 피해 운전자의 보험료 할증이 대폭 완화돼 보험료 부담이 줄었다. 그렇지만 3년간 보험료 할인은 적용되지 않아, 아예 사고가 없었던 경우보다는 보험료가 비싸다. 자동차보험료를 절약하는 최선의 방법이 ‘안전 운전’인 이유다.

그런데 우리의 안전운전 수준은 어떤가.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주요 법규위반 내역을 보면 음주운전, 신호위반 및 중앙선 침범과 같은 중대한 위반이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는 8.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5.3명)보다 여전히 많다.

2015년 보험사들이 교통사고로 지급한 보험금이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 보험료 상승의 원인이 됐다. 사고처리에 따른 행정비용 등을 포함한 사회적 비용이 국가 전체 예산의 7%가 넘는 28조5000억원으로 추정될 정도다.

보험사의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고 과도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교통법규 준수를 생활화해야 한다.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것은 사회질서를 해치는 범법 행위이지 재수가 없으면 걸리는 불운이 아니다. 둘째, 안전운전 의식을 높여야 한다. ‘빨리빨리’, ‘나 먼저’ 등 잘못된 의식이 사고를 유발한다. 셋째, 서로 배려하는 교통문화의 정착이다.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도로 위가 안전하고 빨라질 수 있다.

교통안전문화 정착으로 교통사고가 줄어들면 보험사는 보험료를 낮출 수밖에 없다. 감독당국도 불합리한 제도 개선에 노력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안전운전을 생활화하는 것이 자동차보험료를 아낄 수 있는 길이다.

진태국 금감원 보험감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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