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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 37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in 인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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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높은 소금호수인 판공초. 레에 도착하면서 꿈에 그리던 판공초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게 됐어요. 그런데 레에서 판공초로 떠나려고 하니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어요. ‘어떻게 갈까?’

해발 5000m 비포장도로를 바이크로 가르다 #기름 쏟고 넘어지고 좌충우돌 연속 #라마유르에서 달 표면 같은 풍경 만끽

두 바퀴로 달리는 자유를 만끽했던 인도 여행. 소금호수 판공초를 배경으로 여행 중 애마가 돼 줬던 바이크를 찍어봤다.

두 바퀴로 달리는 자유를 만끽했던 인도 여행. 소금호수 판공초를 배경으로 여행 중 애마가 돼 줬던 바이크를 찍어봤다.

판공초로 가는 교통수단은 세 가지가 있어요. 지프차, 버스, 그리고 바이크(모터사이클)예요. 각각 장단점이 있겠죠? 지프차는 가장 편리하지만 혼자 빌리기엔 가격대가 비싸요. 버스는 저렴하지만 편수가 많지 않아 제한된 시간에만 이동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고요. 세 번째 방법인 바이크는 자유롭고 편하지만 대신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위험하다는 단점이 있어요. 어느 방법이나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기에 세 방법 중 고민하다가 용기를 내 바이크 여행에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바이크 연습을 겸해서 레 근교로 바이크 여행을 떠났다. 틱세 곰파(티베트 사원) 앞에서.

바이크 연습을 겸해서 레 근교로 바이크 여행을 떠났다. 틱세 곰파(티베트 사원) 앞에서.

이번 여행 때 빌린 바이크는 350cc 로얄엔필드 클래식.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며 125cc짜리 스쿠터는 많이 타보았지만 350cc의 바이크로 여행해 보는 건 처음이에요. 익숙한 스쿠터를 빌리고 싶었는데 판공초로 넘어가는 길은 해발고도가 5000m가 넘기도 하거니와 비포장도로라서 스쿠터 여행은 무리예요. 처음 바이크를 올라타자 스쿠터와 달리 묵직한 게 내 맘대로 다루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판공초로 출발하기 전 하루 이틀은 레 근교를 돌며 바이크에 익숙해지기로 했죠. 바이크 렌트비는 하루 1300루피(약 21000원).

레 근교 여행 포장길이라 바이크 운전을 연습하기 수월하다.

레 근교 여행 포장길이라 바이크 운전을 연습하기 수월하다.

그리고 대망의 판공초 가는 날. 기름을 꽉꽉 채워서 아침 일찍 판공초로 향했어요. 레를 출발한 지 한 시간쯤 지났을까? 레에서 남쪽으로 36km 떨어진 카루(Karu)마을을 지나자 갑자기 비포장도로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길이 험해 당황했지만 다행히 경사가 심하지 않아서 무사 통과했죠. 하지만 문제는 카루에서 10km 떨어진 샥티(Shakti)마을에서 벌어졌어요. 공사가 한창인 무시무시한 비포장 오르막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아직 수동 바이크에 익숙하지 않아서 오르막을 오르다가 픽~하고 시동이 꺼져버렸어요. 설상가상으로 바이크가 넘어져 기름도 쏟아버리고 말았어요. 마지막 주유소는 10km 전에 있는 카루(Karu)에 있었기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졌죠. 자칫 잘못하면 판공초에서 돌아오는 길에 바이크가 멈춰버릴 것 같았어요. 고민하다가 결국 이날은 근교를 여행하고 며칠 뒤에 기름을 채워 다시 도전하기로 했어요.

바이크에 기름을 채울 주유소. 판공초에 갈 땐 기름 관리가 중요하다.

바이크에 기름을 채울 주유소. 판공초에 갈 땐 기름 관리가 중요하다.

한창 공사 중인 비포장길.

한창 공사 중인 비포장길.

눈이 시원해지는 인더스강 풍경.

눈이 시원해지는 인더스강 풍경.

인더스강과 잔스카르 강이 만나는 지점, 래프팅 코스로도 유명하다.

인더스강과 잔스카르 강이 만나는 지점, 래프팅 코스로도 유명하다.

스피툭 곰파에서.

스피툭 곰파에서.

쳄레이 곰파 전경.

쳄레이 곰파 전경.

사실 레 한복판을 거닐 때는 라다크가 그저 옛 모습을 잃어버린 관광지라고 느껴졌는데, 바이크를 타고 시내를 조금 벗어나니 책 『오래된 미래』에서 묘사하던 자급자족의 마을을 직접 볼 수 있었어요. 길가를 주황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씨벅톤 열매를 막대기로 두드리며 수확하는 동네 아낙들, 풀더미를 잔뜩 얹고 나르고 있는 노새, 그리고 우리를 화성에서 온 외계인 마냥 바라보는 동네 아이들까지. 외부와 단절된 자동차와 달리 두 바퀴로 누비는 바이크는 현지사람의 삶을 더욱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여행 수단인 것 같아요.

라다크에서 시벅톤 열매를 수확 중인 마을 아낙들.

라다크에서 시벅톤 열매를 수확 중인 마을 아낙들.

라다크에서 만난 풀더미를 나르는 노새.

라다크에서 만난 풀더미를 나르는 노새.

우리를 외계인처럼 바라보던 라다크 아이들.

우리를 외계인처럼 바라보던 라다크 아이들.

달리다가 배가 고프면 마을에서 잠시 멈춰 끼니를 해결했어요. 라다크 주변엔 반 이상이 채식주의 식당이라서 고기를 먹기가 쉽지 않은데, 마침 한 식당에서 양고기(Mutton)라는 단어를 발견했어요. 바이크 타느라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식당에서 양고기가 들어간 모든 메뉴를 시켰어요. 양고기 모모(양고기 군만두), 양고기 뚝바(양고기 국수), 양고기 볶음밥.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고 맛이 아주 좋았어요. 메뉴당 가격은 120루피(2000원) 내외.

라다크엔 채식주의 식당이 많아 고기 먹기가 쉽지 않다. 마침 양고기 식당을 발견해 들어갔다. 단출하지만 맛있는 영양식이었던 양고기 음식들.

라다크엔 채식주의 식당이 많아 고기 먹기가 쉽지 않다. 마침 양고기 식당을 발견해 들어갔다. 단출하지만 맛있는 영양식이었던 양고기 음식들.

도로는 드넓은 평원을 달려 고개를 넘고 넘어 달 표면을 연상시키는 특이한 지형을 통과했어요. 바로 라마유르에요. 라마유르에는 곰파(티베트 사원)도 있지만, 달 표면 같은 지형인 문랜드(Moonland)로 유명한 곳이기도 해요. 한창 보리 수확철이라서, 황금빛 보리밭이 인상적인 평화로운 마을이었어요.

달 표면 같은 라마유르 마을.

달 표면 같은 라마유르 마을.

라마유르 마을 전경.

라마유르 마을 전경.

라마유르에서 1박을 하고 다시 다음날 판공초를 도전하기 위해 레로 향하기로 했어요. 300km 가까운 길을 달리면서 바이크에도 충분히 익숙해져서 이번에는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왔어요. 계획대로 본다면 어쩌면 실패한 하루였지만 실패 덕분에 또 다른 길, 새로운 마을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다음 화에서는 꼭 판공초까지 가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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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양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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