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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이 만든 저수지 '만석거',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됐다

중앙일보

입력

정조대왕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華城)'을 축성할 당시 만든 저수지 '만석거(萬石渠)가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가 지정하는 '세계 관계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됐다.
경기 수원시는 지난 10일(현지시각) 멕시코 멕시코시티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열린 제68차ICID 집행위원회에서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 등재 기념패를 받았다고 11일 밝혔다.

수원시 만석거, ICID의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 #만석거는 수원화성 축성 당시 만든 저수지 3곳 중 하나 #가뭄 대비 등 정조대왕의 애민 정신 담겨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된 수원 만석거 [사진 수원시]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된 수원 만석거 [사진 수원시]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되려면 ICID가 정한 9개 요건 중 1개 이상을 충족해야 하는데, 만석거는 4개 요건에 부합했다.

먼저 만석거엔 물의 흐름과 양을 조절하는 수문인 수갑(水閘)이라는 조선 시대 최고의 수리기술이 도입됐다. 건설 당시 아이디어가 혁신적이었고 저수지로 백성들이 식량 생산과 농촌 번영에 이바지한 점도 반영됐다. 만석거 일대가 '수원 추팔경(秋八景)의 하나'로 불릴 정도의 풍경이 아름답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만석거는 수원시 송죽동 만석공원에 있는 저수지다. 1795년 정조대왕이 수원화성을 축성하면서 가뭄을 대비하기 위한 애민 정신을 담아 축조했다.
당시 정조대왕은 수원화성을 중심으로 3개의 저수지를 만들었다. 화성 융릉 근처에는 만년제(萬年堤), 수원화성 서쪽에 축만제(祝萬堤)를 만들었다.
이 중 가장 처음으로 축조한 저수지가 만석거다. 이에 2006년 향토유적 제14호로 지정됐다.
그러나 만석거는 1930년대 행정구역 통폐합으로 일대가 일왕면으로 묶이면서 '일왕저수지'로 불리기도 했다.

길영배 수원시 문화예술과장(오른쪽 네 번째)과 수원시 관계자, 한국관개배수위원회 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수원시]

길영배 수원시 문화예술과장(오른쪽 네 번째)과 수원시 관계자, 한국관개배수위원회 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수원시]

이번 만석거 등재로 수원시는 2개의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을 갖게 됐다.
앞서 지난해 11월 우리나라 관개시설물 중에서 처음으로 축만제가 세계 관개시설물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다.
한국 관개시설물은 지난해 축만제와 김제 벽골제가 등재됐고, 올해는 만석거와 당진 합덕제가 등재됐다. 이로써 한국의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 4곳이 됐다.
길영배 수원시 문화예술과장은 "정조대왕의 애민 정신이 담긴 만석거가 222년 만에 국제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 유산으로 지정됐으니 후대에 잘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제는 만석거가 '일왕저수지'가 아닌 '만석거'라는 제 이름으로 불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ICID는 관개·배수·환경보존에 대한 새로운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국제 교류를 강화하기 위해 1950년에 설립된 비영리 국제기구다. UN 경제사회이사회·유네스코 등의 자문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76개국, 20여 개 국제기구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69년 가입했다.
ICID 관개 시설물 유산 등재 제도는 역사적·기술적·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 관개시설물을 보호하기 위해 2012년 제정됐는데 올해 13개가 등재되면서 현재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은 51개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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