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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고혜련의 내 사랑 웬수(14) 칭찬 섞인 잔소리는 남편을 춤추게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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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얀 곰국. [중앙포토]

뽀얀 곰국. [중앙포토]

내 남편의 고교 동창 모임에서 최근 대놓고 아내들을 마구 비웃었단다. 아내가 곰국을 잔뜩 끓여놓고 해외여행을 가면서 자기 없으면 큰일이라도 날 듯 온갖 잔소리를 퍼붓고 가지만 남편들은 사실 쾌재를 부른다고. 한마디로 번지수가 틀렸단다.

남자들은 아내가 상냥하게 말할 때 #수컷 본능으로 귀를 기울이지만 #지시형인 경우 불쾌감 느끼며 무시모드

아내가 없는 집에 비로소 평화와 고요함이 찾아들어 마치 공중부양이라도 한 듯 온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단다. 그리고는 그 지겨운 잔소리를 견디고 돈까지 벌어다 바치면서 살아가는 자기 자신들도 이해가 안 된다며 혀를 찼다는 것.

“아내가 없는 사이 정말 평안하고 행복했다. 인간답게 제대로 사는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감정노동을 심하게 하고 살았나 측은해지더라”고 한 인간도 있다니 원 참….

아내의 존재 이유 

남편들은 “여자들이 ‘아들 같은 남편’이니 ‘철부지’니 비아냥거리면서 은근히 그 상태를 즐기는 것 같다”고 꼬집는다. 그게 아내의 ‘존재 이유’라는 거다.

뭔가 제 역할의 중요성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영역 확장의 심리, 그리고 ‘넌 내 손 안에 있다’는 강력한 소유 심리를 스스로 확인하고 싶은 거라고 진단한다.

사실 뭐 그 말도 맞는 것 같다. 문득 잔소리마저 안 하면 ‘데면데면한 중년 부부가 새삼 무슨 얘기를 하고 사나?’하는 한심한 생각도 드니까. 정신적·육체적으로 코드가 모두 어긋나 있는데 잔소리라도 해야 부부라는 걸 확인할 건더기가 생기는 게 아닌가 말이다. 딱한 노릇이다.

중년부부. [사진 wizdata]

중년부부. [사진 wizdata]

남편들은 ‘수렵채취형 동물’인 자신들이 ‘가내수공업’에 몰두 중인 여자와 전적으로 다르다고 말한다.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온 유전자와 코드가 다르니 바깥 ‘사냥’에 꽂혀있는 남편의 머릿속에 아내의 잔소리가 들어갈 구멍이 없다는 거다.

남자는 아내가 호소하는 ‘문제의 해결’에는 그래도 관심을 보이지만 불만이나 하소연 같은 잔소리에는 무관심하다는 것. 해결사의 성취감도 맛볼 수 없을테니 말이다.

또 아내가 상냥하게, 혹은 애원하듯이 말할 때는 수컷의 본능으로 귀를 기울이지만  지시형일 때는 일단 불쾌감이 들어 일부러 무시한다는 거다. 그러니 “왜 청소 안 해줘?”라고 따지듯 말하기보다 “청소 좀 해줘”라고 긍정적 화법을 쓰면 효과가 배가된다는 주장이다.

잔소리도 요령 필요  

또 잘하려는 시도가 가상하면 결과가 미흡해도 잔소리는 금물이란다. 아내 생일이라고 좋은 레스토랑에 예약했는데 “비싸기만 했지 분위기도 맛도 별로다”라고 질타하는 경우가 좋은 예다. 이러면 대접을 발로 차는 격이며 남편을 맥 빠지게 하기 십상이란다. 이미 밥은 먹었고 돈은 내야 하는데 괜히 기분 망칠 일 있나 말이다. 잔소리에도 요령이 필요하다는 말이렷다.

거짓말. [일러스트 강일구]

거짓말. [일러스트 강일구]

그리고 남편을 근본적으로 못 믿겠다는 식으로 말하지 말란다. 회사 일로 늦었다는 그에게 “거짓말이지? 믿을 수 없어”라고 잔소리를 해대면 다음부턴 거짓말부터 꾸며댄다고.

거짓말은 날이 갈수록 고단수에 유창해지는 정도가 높아지는 강한 확장력이 있다는 걸 아시나. 잔소리가 안 먹힌다고 분노하기 전에 나 자신 상대의 잔소리로 얼마나 바뀌었나 입장 바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말이다. 아내의 잔소리가 먹힐 때가 있다고 남녀 모두 동의하는 경우가 있다. 잔소리가 남편의 머리와 마음을 운전 모드로 돌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칭찬이라는 사실이다. 남자들 역시 “남자는 아내 앞에서 우쭐대고 싶어 하니까”라고 확실하게 인정하는 바다.

집안일을 거들면 “참 좋아. 그리해주니 고마워, 여보”라고 당장 칭찬부터 해보자. 그러면 뭐 더 칭찬받을 일 없나 계속 찾는다더라. ‘남자들은 철부지’라는 거, 괜한 말이 아닌 거다.

고혜련 (주)제이커뮤니케이션 대표 hrko3217@hotmail.com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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