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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와 압박…미국과 북한 대결, 누가 더 오래가나

중앙일보

입력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 훈련을 현지 지도했다고 16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 훈련을 현지 지도했다고 16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령활한 군사가’ 김정은 만들기 핵ㆍ미사일 도발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의 선군정치 방식을 그대로 계승하였다. 그는 선군정치 방식대로 스스로 군사지휘관으로 나서 안정적으로 정권을 보위하고자 한다. 북한의 선군정치 하에서 최고지도자는 ‘군사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변한다. 최고 지도자 즉, ‘참다운 수령’은 보통 ‘군사가’ 아니라 ‘령활한 군사지휘 능력을 겸비한 군사가’가 되어야 한다고 선전한다. ‘자본주의 사회처럼 대통령이 군 최고사령관직을 담당한다고 하여 대통령이 곧 군사지휘능력을 갖춘 군사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보통국가들의 대통령과 구분하려고 한다.

이에 따라 북한에서는 김정은을 어릴 때부터 군인이었고 현재는 ‘주체혁명무력의 최고사령관으로서 세상에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탁월한 전략가’로, ‘선군시대 혁명무력의 총사령관’이라고 칭송까지 하도록 하고 있다. ‘정치가이기 전에 군인’이며 ‘백두산 혁명적 군인가정의 전통을 이어 영광스러운 선군시대를 펼치시고 선군혁명을 승리에로 이끌어 가고’ 있는 것으로 김정은을 대대적으로 추켜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은 자신도 그의 공식활동 대부분을 군사활동으로 채워오고 있다. 이는 김정은이 선군정치를 계승해 아버지 김정일과 같이 탁월한 군사능력을 겸비한 ‘군사가’라는 인식을 북한의 당ㆍ정ㆍ군과 인민대중에게 심어주기 위함이다. 김정은이 집권하자마자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2012년 4월 실패, 12월 성공)와 이듬해 3차 핵실험(2013년 2월)을 감행해 스스로 유엔안보리 대북제재를 초래했다.

정전협정 백지화, 기본합의서 불가침합의 불이행 선언 등으로 ‘반미대전’상태를 인위적으로 창출해 이에 맞서 싸우는 최고 군사 지휘관 김정은의 모습을 부각하려는 목적에서였다. 북한은 지금까지 6차례 핵실험과 동시에 수 십 발의 단ㆍ중ㆍ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해 유엔 안보리로부터 각종 대북제재를 인위적으로 맞았다. 그들은 이에 대항하여 벌이는 것이 ‘반미대전’이며, ‘반미대전’을 진두지휘해 승리로 이끌고 있는 ‘천출명장’ 김정은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각인하고자 한다.

이와 같이 김정은은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핵 담판’을 벌여 미국을 굴복시키고 승리로 이끈 강대한 군사적 리더십을 과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57주년 ‘선군절’(2017.8.25)에 보도한 북한의 노동신문에서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불패의 자위적 국방력을 튼튼히 다져주신 위대한 장군님(김정은)의 영도는 반미 핵대결전에서 쾌승을 안아올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칭송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제재와 압박 여파 견뎌내기 어려운 구도로 스스로 빠져 들어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트위터에서 북한 외무상 이용호의 유엔 총회 연설을 듣고 “만약 그가(이용호) ‘리틀 로켓 맨(little rocket manㆍ김정은)’의 생각을 되 읊은 것이라면 그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 경고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무게가 더욱 실리고 있는 것은 보다 현실적인 대북 ‘목조이기’를 심화하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 이어 21일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외에도 북한의 금융과 하늘과 바다를 봉쇄하는 전면적인 ‘세컨더리 보이콧’에 해당하는 행정명령 조치를 내렸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 3국의 기관과 개인을 제재하게 핵심 내용이다. 북한과 가장 많은 거래를 하고 있는 중국을 직접 겨냥한 것이어서 북한을 더욱 압박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

미국은 또 24일에는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명단에 북한을 끼워 넣었다. 미국을 방문하는 비외교관 신분의 북한 주민들 숫자는 연 100명 미만이어서 북한에 큰 충격을 주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조치는 여타 국가와의 외교관계에도 직간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또 향후 대북 외교적 제재로 연결될 수도 있어 그 여파를 작게 평가할 수만 없다.

이에 더하여 미국이 소위 ‘죽음의 백조’라 하는 B-1B 랜서 폭격기를 포함한 전투기를 한반도 동해 NLL(북방한계선)을 넘어 북한 쪽 공해를 비행했다는 것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군사적 옵션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적신호를 보낸 것이어서 섬뜩함 마저 느껴진다. 미국의 다음 군사적 수순으로 여타 전략적 자산 추가 전개와 항공모함을 북한의 동해상으로 이동시키는 과감한 행동으로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미 전략폭격기가 북방한계선(NLL)을 넘지 않더라도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한 이영호 외무상의 발언을 실행에 옮기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미 전투기에 대한 북한군의 공격이 이뤄지면 미국은 이를 빌미로 전 방위적인 대북 군사공격을 단행할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이러한 최종적인 시나리오를 가급적 피하고자 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노리는 것은 오직 미국과의 전쟁(반미대전)에서 승리로 이끌었다는 김정은의 치적을 부각하기 위한 수준으로 미국의 양보를 도출해 것이다.

핵 탑재 ICBM 개발 완성 이전 북한의 괴멸 가능성?

  김정은은 그의 군사 지도력 부각을 위해서나 미국을 실질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도 핵과 미사일의 고도화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핵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완성해 탄두를 양적으로 축적해 나가는 수준까지 나아가고자 할 것이다.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북한 ‘핵무력’의 ‘최종 목표’라고 한 이용호 북한 외무상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문제는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고도화가 진척되면 될수록 미국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점점 더 제한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최소한 핵 탑재 ICBM 개발과 완성 이전에 인위적으로 북한의 핵ㆍ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가능성이 크다.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전 방위 대북제재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이 언제까지 건재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는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정권은 핵ㆍ미사일 도발의 영속화로 스스로 ‘핵 늪’에 더욱 깊이 빠져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누가 더 오래 가는가 하는 것은 그때 가보면 알게 될 것’이라는 북한 이용호 외무상의 최근 발언이 더욱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정영태 동양대학교 군사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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