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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지금 왕창 팔리는 ‘굴삭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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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에서 종합건설장비 전시회(Bauma China)가 열렸다. [사진 SANY]

지난해 중국에서 종합건설장비 전시회(Bauma China)가 열렸다. [사진 SANY]

굴삭기, 중국에서 없어서 못 팔아요! 

한국 한 굴삭기 회사 중국지사 직원의 말이다. 뒷받침하는 데이터도 있다. 지난 7일 중국공정기계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중국에서 영업 중인 230여 개 굴삭기 누적 판매량이 8만 2725대를 기록했다. 벌써 지난해 판매량은 넘어섰고, 중국 증권업계는 중국에서 굴삭기가 올해만 12만 대 넘게 팔릴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건설경기가 살아난 덕분이다. 한국 굴삭기 업체도 덩달아 신났다. 지난 8월 중국에서 한 달 동안 판매량이 최대 280%(전년 동기 대비) 늘어난 기업까지 나왔다. 바로 현대건설기계다. 지난 4월 현대중공업에서 (인적) 분할한 후 중국 사업을 늘리던 차에 거둔 성과였다. 하지만 중국 시장 내 시장점유율 3.8%(300대)에 불과하다. 그래도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3배나 늘어난 수준이다. 업계 5위인 두산인프라코어도 판매량이 112%나 증가했다. 판매량 550대를 넘어선 것이다. 물론 중국 업계 1위를 달리는 중국 중장비 기업 싼이(三一·이하 SANY)와의 격차는 꽤 크다. 이 회사는 지난 8월에만 굴삭기만 1800대나 팔아치웠다.

8월 중국 굴삭기 판매량과 점유율 (출처: 중국공정기계협회)

순위

회사명

판매량(대)

점유율(%)

증가율(%, 전년대비)

1

SANY

1797

22.6

181.2

2

CAT

1010

12.7

88.8

3

XCMG

751

9.4

-

4

KOMATSU

586

7.4

76.5

5

두산인프라코어

477

7.0

112.3

6

HITACHI

477

6.0

92.3

글로벌 회사도 중국에서 불고 있는 건설 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계 굴삭기 1위 업체인 캐터필러사는 “최근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굴삭기 판매 실적이 크게 늘고 있다”며 “특히 중국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도시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철도·고속도로·공항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해외 자회사인 밥캣은 지난해 미국 노스다코다 비즈마크 사업장에 최첨단 R&D센터 ‘Acceleration Center’를 준공했다. 신기술 개발과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사진 중앙포토]

두산인프라코어의 해외 자회사인 밥캣은 지난해 미국 노스다코다 비즈마크 사업장에 최첨단 R&D센터 ‘Acceleration Center’를 준공했다. 신기술 개발과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사진 중앙포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 결정에 직격탄을 맞은 한국 자동차·화장품·유통·식품업계 상황과는 완전 딴판이다. 실적이 좋으니 한국 주가도 들썩인다. 국내 최대 굴삭기 생산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도 지난해 9월 6000원대에서 지난달 26일 8270원(종가기준)으로 장을 마쳤다. 현대건설기계 주가도 지난 5월 10일 재상장 이후 같은 날 2배 가까이 오른 36만3500원을 기록했다.

中 건설경기 살아나며, 韓·中 업체 굴삭기 불티나게 팔려 #230여 개 업체가 올해 中 시장서 12만 대 넘게 팔릴 전망 #사드로 찬밥인 한국 자동차·화장품·유통업계와는 완전 딴판 #中 서부지역 고속도로, 북부지역 석탄 채굴 등 인프라 투자 재개

특히 중국 내 글로벌 굴삭기 업체에 유압실린더를 공급하는 한국 디와이파워 주가는 지난해 9월 5000원대에서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2만2150원(종가기준)을 기록해 1년 새 4배나 뛰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중국 상하이 증기에 상장한 SANY 주가는 힘이 없다. 지난 6월 8위안 대 머물던 주가는 지난 26일 7.31위안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세계 최대 굴착기 시장인 중국에서 올 연말까지 2만 대를 가까이 팔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 중앙포토]

두산인프라코어는 세계 최대 굴착기 시장인 중국에서 올 연말까지 2만 대를 가까이 팔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 중앙포토]

왜일까. 사실 8월은 중국 굴삭기 업계로서는 비수기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에서 보통 굴삭기는 3~5월에 판매량이 집중된다”며 “5월부터 SANY 주가는 크게 오른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 투자자들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일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비수기에 굴삭기가 날개 돋친 듯 팔렸던 건 특히 눈에 띄는 일이다.

중국 내 인프라 투자가 다시금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이지윤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서부지역 고속도로 착공과 북부지역 석탄 채굴 활동이 증가했다”며 “원자재 채굴과 인프라 착공 초기에 필요한 30톤 이상급 대형 굴삭기가 대규모로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중국 국영 항만기업 자오상쥐(招商局)로부터 11억2000만 달러(1조2600억 원)를 받고 앞으로 99년간 함반토타 항 운영권을 이전하기로 하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사진은 중국 장비를 투입해 공사 중인 현장 모습[사진 스리랑카 인터넷신문 콜롬보페이지]

스리랑카 정부는 중국 국영 항만기업 자오상쥐(招商局)로부터 11억2000만 달러(1조2600억 원)를 받고 앞으로 99년간 함반토타 항 운영권을 이전하기로 하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사진은 중국 장비를 투입해 공사 중인 현장 모습[사진 스리랑카 인터넷신문 콜롬보페이지]

최근 ‘일대일로’ 관련 사업에도 속도가 붙으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현장에도 중국 장비가 들어가고 있다. 육· 해상 실크로드 주변국만 모두 따져도 벌써 60여 개국이 넘는데 이중 절반 이상은 대규모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여기에 고속 철도망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대규모 물류 항구, 각종 기반 시설 공사에 중국 업체가 잇따라 수주를 따내면서 중국 내 생산장비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무현 하나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두산인프라코어가 올해 상반기에만 6095대를 팔아 지난해 총 판매량 4649대를 상회했다”며 “대규모 인프라 투자 여파가 중국에서 러시아·인도·동남아 지역까지 퍼지는 형국으로 올해 한국·중국·일본 굴삭기 업체 판매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 내다봤다. 중국 덕분에 한국 증시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두산인프라코어가 재평가될 기회를 맞고 있다.

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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