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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모스다] (31) 서킷 위의 배기음, 언제까지 들을 수 있을까 : '전기차 레이스' 포뮬러E 눈독 들이는 제조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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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중국 스타트업 업체 넥스트EV의 '수퍼 전기차' NIO EP9 [사진 넥스트EV]

중국 스타트업 업체 넥스트EV의 '수퍼 전기차' NIO EP9 [사진 넥스트EV]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일'로만 여겨졌던 전기차의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해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전기차의 수는 7278대. 한달에 910대 꼴로 팔린 셈이다. 전년 동기 대비 3.69배 늘어난 수로, 판매 대수가 공식 집계되지 않은 테슬라를 포함하면 4배에 달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주행거리가 짧고, 배터리 등으로 무게가 무거워 소위 '동네 전용 자동차'로 치부되기 일쑤지만 그에 대한 편견도 차츰 깨지고 있는 상황. 테슬라의 모델S는 출시 이후 페라리·람보르기니 등 수퍼카 브랜드의 고성능 차량과의 가속력 대결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고, 넥스트EV의 NIO EP9은 '그린헬'로 불리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지난해 7분 5초, 올해 6분 45초의 기록을 달성하며 '가장 빠른 양산차' 타이틀을 가져갔다.

EP9은 독일뿐 아니라 미국과 프랑스 등 각국의 서킷에서 기록 갱신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의 스타트업이 만든 '전기 수퍼카'가 세계 각국을 오가며 소위 '도장깨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더불어 레이서의 레이싱라인을 학습한 '무인 전기 수퍼카' 기술도 개발 중이다.

전기차의 이같은 질주는 '양산차' 카테고리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렁찬 배기음과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레이싱에서도 마찬가지다. '화석연료 레이스'에 출전하지 않는 일부 브랜드가 뛰어든 '니치 마켓(Niche market)'과도 같았던 '전기차 레이스'지만, 최근엔 '화석연료 레이스'를 제패한 브랜드들마저 뛰어든 것. 비로소 전기차 레이스가 '내일'이 아닌 '오늘'이 된 것이다.

[자동차지만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현대차가 서울 여의도에 수소전기하우스를 열고 홍보에 나섰다. 오종택 기자

현대차가 서울 여의도에 수소전기하우스를 열고 홍보에 나섰다. 오종택 기자

그동안의 자동차는 휘발유나 경유 등 화석연료를 이용한 내연기관을 주된 동력원으로 이용했다. 전기는 그저 거들뿐, 주 동력원이 아니었던 것이다. 석유 고갈론과 지구온난화 등을 이유로 100% 전기만으로 움직이는 자동차의 필요성이 점차 강조됐고, 기존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간간히 전기차를 내놨다. 그마저도 수익을 내기보단 브랜드의 기술력을 뽐내는 성격이 강했다.

대다수의 양산차 브랜드가 여전히 내연기관 엔진에 몰두하는 사이, 신생 기업들의 자동차 시장 진출이 잇따랐다. 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 자동차의 동력원이 전면 교체된 전기차 덕분이다. 짧게는 수십년, 길게는 백년 이상 각 자동차 제조사들은 내연기관과 관련한 노하우를 쌓아온 만큼 '자동차 제조'라는 분야에서 '스타트업'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전기차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면서 '절대강자'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1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친환경차인 ‘차세대 수소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수소전기차는 수소연료가 산소와 결합해 발생한 전기에너지로 구동된다. 왼쪽부터 하학수 현대내장디자인 실장, 이기상 환경기술센터장, 이광국 국내영업본부장, 류창승 국내마케팅 실장.

현대자동차가 1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친환경차인 ‘차세대 수소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수소전기차는 수소연료가 산소와 결합해 발생한 전기에너지로 구동된다. 왼쪽부터 하학수 현대내장디자인 실장, 이기상 환경기술센터장, 이광국 국내영업본부장, 류창승 국내마케팅 실장.

기존 양산차 업계가 연구해왔던 내연기관의 기술은 전기차 제작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지 못 한다. 출력이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산물인 터보나 수퍼차저 등은 공기와 연료가 만나 발생하는 폭발과 관련한 기술일 뿐이다. 또, 그 폭발로 인한 상하 움직임의 에너지를 회전 에너지로 바꿔 바퀴에 보내는 변속기 기술도 마찬가지다. 차체와 바퀴 등 겉보기엔 비슷할지언정, 전혀 다른 물건인 것이다.

전기와 자기장을 기반으로 하는 모터 앞에 결국 기존 양산차 업체와 다른 업계가 동일한 출발선에 놓이게 된 것이다. 도리어 세탁기나 진공청소기 등을 토대로 오랜 기간 모터 개발에 박차를 가했던 가전업계가 전기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모터 기술력에선 앞서있다고도 볼 수 있는 상황. 때문에 누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주도권을 쥐느냐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물론 기존 브랜드들이 가진 막강한 유통망과 AS 네트워크, 브랜드 밸류 등은 새로 자동차 시장에 진입하는 업체들에게 벽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스타트업'이나 '뉴커머(Newcomer)'에겐 특히나 말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가전업체들에겐 '맞서 싸워 볼 만한' 환경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유통망과 AS 네트워크는 가전업체들 역시 전세계에 걸쳐 촘촘하고 강력하게 구축해놨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도장깨기'…모터스포츠의 미래일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모델S를 소개하고 있다. 테슬라는 23일(현지시간) 모델S의 최상급 사양인 'P100D'를 공개했다. 머스크 CEO는 이날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멀리까지 달리는 전기차"라고 소개했다. 성인 5명이 탈 수 있고 가격은 13만4500달러(약 1억5000만원)다.  [중앙포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모델S를 소개하고 있다. 테슬라는 23일(현지시간) 모델S의 최상급 사양인 'P100D'를 공개했다. 머스크 CEO는 이날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멀리까지 달리는 전기차"라고 소개했다. 성인 5명이 탈 수 있고 가격은 13만4500달러(약 1억5000만원)다. [중앙포토]

도장깨기 : 유명한 무술 도장을 찾아가 그 곳의 유명한 강자들을 꺾는다는 뜻 

이같은 전망은 현실로 다가왔다. 일론 머스크는 '뉴커머'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날릴 만큼의 자본과 함께 모델S 등 전기차를 만들어 시중에 유통시키고 나섰다.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이 대기업들이 건재한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더 크지 못 하고 중소기업 규모를 유지하거나, 대기업에 흡수되거나, 아예 망하는 것과 달리 대규모 공장을 짓고, 생산설비를 대거 투입하고, 직접 유통망을 구축하는 데에 나선 것이다.

전기차의 내연기관 자동차 '도장깨기'는 테슬라의 모델S에서 시작됐다. 모델S의 중간급 모델인 90D는 고성능의 모터가 전륜과 후륜에 장착된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AWD)으로, 제로백(0-100km/h 도달)에 4.4초가 걸린다. 이는 BMW의 M3(4.1초), 메르세데스 AMG의 C63 (4.1초) 등 400마력대 고성능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성능이다.

테슬라 모델S 90D [테슬라모터스]

테슬라 모델S 90D [테슬라모터스]

'제로백' 성능에선 소폭 모자란다 할지라도 가속 초반에는 모델S가 위의 차량들을 압도한다. 내연 엔진의 경우 최대토크 또는 최대출력이 나오기까지 엔진의 RPM(분당회전수)이 올라가야 하는데, 모터의 경우 작동 즉시 최대토크를 분출하는 만큼 초반 가속성에서 우위를 보이는 것이다. 경량·고성능을 자랑하는 차량과 4도어 세단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달리는 모습에 사람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모델S의 고성능 모델인 P100D는 강력한 모터로 제로백 2.7초를 자랑한다. 2초대 제로백을 기록하는 차종으로는 페라리 812 수퍼패스트, 부가티 시론 등 소위 '수퍼카'로 불리는 자동차들이 있다. 실제 유튜브 등 SNS 상에선 모델S와 수퍼카들이 가속성능을 겨루는 드래그(Drag) 레이싱을 펼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모터 하나로 전세계 가전시장을 뒤흔든 영국의 다이슨도 전기차 개발을 공식 선언했다. 테슬라보다 뒤늦게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만큼, 다이슨의 창업주인 제임스 다이슨은 보다 화끈한 투자를 약속했다. 총 26억 8000만 파운드(약 4조 1000억원)를 투자해 2020년 실제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같은 4조원 넘는 투자규모는 테슬라의 머스크가 지난 5년간 R&D에 쏟아부은 액수보다도 1600만 파운드 더 많은 액수다.

▶더 읽기 다이슨 "2020년 전기차 생산"…진공청소기 이어 전기차도 휩쓸까

[힘만 좋은줄 알았던 전기차, 서킷까지 접수하다]

중국 스타트업 업체 넥스트EV의 '수퍼 전기차' NIO EP9 [사진 넥스트EV]

중국 스타트업 업체 넥스트EV의 '수퍼 전기차' NIO EP9 [사진 넥스트EV]

전기차의 이같은 도장깨기에 강력한 힘에 기반해 오직 직선으로 달리는 드래그(Drag) 레이스에만 능할 것이라는 비아냥이 잇따랐다. 자동차는 달리기만 해서 될 것이 아니라 잘 돌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엔진의 출력을 키우는 작업보다 무게 중심을 낮추고, 차량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서스펜션의 세팅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일은 훨씬 더 까다로운 일이다. 한국뿐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자동차들이 "유럽차를 정조준했다"고 주장하지만, 파워트레인이 아닌 차체와 서스펜션의 노하우를 따라잡기가 아직도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그런데, 이같은 비아냥에 보란듯이 '최단 랩타임'이라는 객관적인 지표를 내던진 전기차가 있다. 넥스트EV가 내놓은 전기 수퍼카 EP9이 그 주인공이다. EP9은 "1MW(메가와트) 전기차"라는 타이틀과 함께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현존하는 전기차 가운데 가장 높은 출력으로, 일반 내연기관 출력으로 환산하면, 1341마력에 달한다. 제로백은 2.7초로 테슬라 모델S P100D와 같지만, 공기역학적인 차체와 보다 가벼운 무게 등으로 0~200km/h 까지 걸리는 시간은 7.1초에 불과하다.

지난해 런던에서 공식 출시된 EP9은 출시 당시, 7분 4초 12의 독일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 랩타임을 자랑했다. 닛산이 자랑하는 GR-R 니스모나 최근 단종되기 전까지 수많은 팬을 거느렸던 닷지 바이퍼 SRT-10 ACR보다도 4~8초 빠른 수치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 12일, 다시 한 번 노르트슐라이페 어택에 나선 EP9은 6분 45초 90이라는 경이로운 랩타임을 달성했다.

얼마나 빠른 것일까. 이는 현존 양산차 가운데 가장 빠른 기록이다. 람보르기니가 온갖 첨단 기술을 접목시킨 우라칸 퍼포만테보다도 6초 가량 빠르고, 포르쉐의 '하이퍼카' 918보다 11초,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750-4 수퍼벨로체보다 13초 빠른 기록이다.

중국 스타트업 업체 넥스트EV의 '수퍼 전기차' NIO EP9 [사진 넥스트EV]

중국 스타트업 업체 넥스트EV의 '수퍼 전기차' NIO EP9 [사진 넥스트EV]

EP9의 '도장깨기'는 뉘르부르크링에서 멈추지 않았다. F1 아메리칸GP가 열리는 미국의 아메리카스 서킷(Circuit of the Americas)과 다시금 F1 그랑프리 개최를 앞두고 있는 프랑스의 폴 리카르(Paul Ricard) 서킷에서도 도장깨기를 이어가고 있다. 넥스트EV는 단순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바로, '가장 빠른 무인 자동차'라는 타이틀 획득에 나선 것이다.

처음 EP9의 랩타임이 공개됐을 당시 '이렇게 엄청난 힘을 쏟아낸다면, 결국 주행거리가 짧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같은 예상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1회 충전시 EP9의 주행 가능거리는 427km. 이정도면 웬만한 수퍼카를 뛰어 넘는 수준이다. EP9에 앞서 '뉘르부르크링 양산차 최고기록'의 주인공이었던 우라칸 퍼포만테의 주행 가능거리는 600km(제조사 공식 발표 연비 기준) 가량. 하지만 이같은 주행거리는 일반 승용차의 2배에 달하는 83리터의 대용량 연료탱크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지방 여행에 앞서 '고급유 취급 주유소'부터 숙지해야 하는 수퍼카 오너들에겐 랩타임 만큼이나 충격적일 것이다.

이같은 '괴물'을 만든 넥스트EV는 어떤 회사일까. 코닉세그나 파가니 등 소위 '하이퍼카'를 만드는 브랜드들의 자회사일까? 아니다. 그럼,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섀시 또는 서스펜션 제조사와 연관이 있을까? 아니다. 전기차뿐 아니라 일반 자동차 시장에서조차 두각을 나타낸적 없는 중국의 한 스타트업 업체가 만들어낸 자동차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폭스바겐 그룹 등 기존 패권을 쥔 업체들은 적어도 전기차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테슬라와 넥스트EV에게 강력한 원투 펀치를 맞은 셈이다.

[전기차, 공도에서 서킷으로…자가용에서 모터스포츠로]

[사진 포뮬러E 홈페이지]

[사진 포뮬러E 홈페이지]

공공도로에서 서킷까지 섭렵한 전기차가 모터스포츠를 그냥 뒀을리 만무하다. F1과 WRC 등 각종 국제 모터스포츠 대회를 주관하는 FIA(국제자동차연맹)는 2012년부터 전기차 레이스에 대한 본격 논의에 들어갔고, 2014년 세계 최초의 전기차 레이스인 포뮬러E를 출범시켰다.

첫 시즌이었던 2014-2015 포뮬러E 챔피언십에선 참가팀 모두가 동일 섀시에 동일 파워트레인을 사용했다. 미국 자체 모터스포츠인 인디레이스와 비슷한 형식이다. 섀시는 인디카와 마찬가지로 댈러라(Dallara)가 제작했고, 맥라렌이 개발한 전기모터와 윌리엄스 어드밴스드 엔지니어링이 제작한 배터리팩, 휴랜드가 만든 5단 기어박스가 모든 레이스카에 들어갔다.

[사진 포뮬러E 홈페이지]

[사진 포뮬러E 홈페이지]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양산차 업계뿐 아니라 다양한 업체들이 포뮬러E의 문을 두드렸고, 이에 2015-2016 시즌엔 섀시와 배터리 시스템을 제외하곤 자체 제작한 파워트레인 등을 장착할 수 있게 됐다. 2016-2017년 기준, 포뮬러E의 파워트레인 제작에 직접 뛰어든 업체는 재규어, 르노, 마힌드라, ABT 쉐플러 등 기존 내연기관 관련 업체뿐 아니라 '전기 수퍼카' EP을 만든 넥스트EV TCR, 안드레티 테크놀로지, DS 버진, 펜스케, 벤츄리 등 9개 업체에 달한다.

[아우디, 르망24시보다 전기차 레이스?]

아우디가 포뮬러E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사진 아우디 홈페이지]

아우디가 포뮬러E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사진 아우디 홈페이지]

재규어와 르노 등 기존 내연기관 기반 모터스포츠에 경험이 있거나 현역으로 활동중인 브랜드에 이어 아우디도 포뮬러E에 출사표를 던졌다. 매년 WEC 내구레이스에서 포디움을 석권하며 최고의 기량을 보였던 아우디가 돌연 WEC 철수와 포뮬러E 참가를 선언한 것은 업계에 큰 파장을 불렀다. 미래 전기차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아우디는 자사의 튜너인 ABT가 이미 포뮬러E에 기반을 닦아놓은 만큼, 포뮬러E에 연착륙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6-2017 시즌, ABT 팀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고, 추후 이를 아우디 팩토리 팀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모터스포츠의 '철인경기'로 불리는 WEC를 통해 TDI 기술을 갈고 닦은 아우디가 포뮬러E를 통해 미래의 전기차 기술을 연마하려는 것이다.

포르쉐가 포뮬러E 참가를 공식 선언했다. [사진 포뮬러E 홈페이지]

포르쉐가 포뮬러E 참가를 공식 선언했다. [사진 포뮬러E 홈페이지]

아우디에 이어 WEC의 왕좌를 이어가고 있는 포르쉐도 포뮬러E에 매뉴팩처로 참여하게 됐다. 포르쉐는 아우디와 같이 전격적인 WEC 철수는 하지 않고, 2019년을 기점으로 WEC LMP1 철수와 포뮬러E 진출을 도모하게 된다. 포르쉐는 포뮬러E를 통해 컨셉으로 공개된 '미션 E'와 같은 100% 전기 스포츠카 개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재 F1 무대에서 4년간 압도적인 성적을 자랑하고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와 다양한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활약중인 BMW도 포뮬러E 출전을 선언했다. BMW는 오는 2018-2019 시즌에, 메르세데스 벤츠는 2019-2020 시즌에 각각 전기차 레이스 커리어를 시작할 계획이다.

[흥행에 毒이었던 '정숙함', 포뮬러E의 무기로]

[사진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사진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모터스포츠 하면 자연스럽게 귓가를 때리는 강렬한 배기음이 떠오른다. 힘차게 가속하며 RPM을 높일 때마다, 또는 감속하며 신속하게 기어 단수를 내릴 때마다 부각되는 배기음은 모터스포츠 매니아들을 즐겁게 하는 요소가 된다. 반면, 전기차의 경우 '윙' 하는 모터소리만 날뿐, 엔진 또는 배기 사운드를 기대할 수 없다. 제 아무리 빠르게 포뮬러E 레이스카가 지나간들, 아스팔트의 돌이 튀는 소리나 타이어의 마찰로 발생하는 스키드음만 들릴 뿐이다. 때문에 포뮬러E의 이같은 정숙함은 모터스포츠로서의 흥행몰이에 독이 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런데 이 배기·배기음은 포뮬러E의 새로운 무기로 등장했다. 우렁찬 배기음은 폭발적인 배기에서 비롯된다. 많이 태우고 많이 내뱉어야 가능한 일인 셈. 이런 가운데 환경보호와 인근 주민들의 '민원' 등을 이유로 내연기관 레이스카의 사운드는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갔고, 그 틈새를 포뮬러E가 파고든 것이다. 포뮬러E는 모든 레이스를 도심에서 진행하고 있다. 2017-2018 시즌 기준, 홍콩,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스위스 취리히, 미국 뉴욕, 캐나다 몬트리올 등 주요 대도시를 비롯해 모로코 마라케시, 칠레 산티아고, 멕시코 멕시코시티, 브라질 상파울로 등 개최국의 주요 도시에서 대회가 열린다.

소음 규제 등을 이유로 도심과 떨어진 곳에 서킷이 자리하게 되고, 그로 인해 모터스포츠를 관람하러 가는 길이 '먼 여행길'처럼 느껴지면서 내연기관 모터스포츠의 유인효과는 빛을 잃고 있지만 매연과 소음 없는 포뮬러E는 이와 반대로 도심과 점차 가까워지는 것이다.

[F1 코리안그랑프리의 실패, 포뮬러E로 만회할 수 있을까]

FIA 포뮬러E에 참가하고 있는 전기 레이스카 ‘I-TYPE’은 최고 시속 225㎞, 제로백 2.9초다. [사진 재규어]

FIA 포뮬러E에 참가하고 있는 전기 레이스카 ‘I-TYPE’은 최고 시속 225㎞, 제로백 2.9초다. [사진 재규어]

한 사람의 모터스포츠 팬으로서 우렁찬 소리를 자랑하는 모터스포츠가 점차 설 자리를 잃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포뮬러E가 우리나라의 모터스포츠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설렘이 앞선다. 유일한 도심 서킷이었던 송도 서킷은 이제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시가지와 동떨어진 서킷에서조차 배기음 규제는 매우 까다로운 편이다.

배출가스도, 배기음도 없는 포뮬러E라면 우리나라에서도 개최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또, 다이슨에 버금가는 RPM을 자랑하는 모터를 개발해 진공청소기를 내놓은 LG뿐 아니라 삼성 등 전자제품 강국인 우리나라가 추후 전기차 시장에서 '파워트레인 강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괜한 기대를 하게 된다. 물론, 모터의 개발보다도 모터에 대한 규제가 한 발 앞설까 더 우려되지만 말이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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